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여 본 적이 언제였는지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알음이라는 사춘기 소녀의 눈을 통해서 우리 내면에 자라고 있는 욕망과 시기 질투들을

들여다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갖게되었다. 사춘기 소녀시절에만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다른이들을 향한 질투와 멸시 그리고 은근한 따돌림까지 어른이 되고나면

학창시절 경험하던것과는 또다른 형태의 욕망들을 경험하게 된다. 더 은밀해지고 더

음흉해지고 겉으로 표현되지않은채 안으로만 곪아들어가 결국 썩은 악취를 풍기는..

결국 그런 나자신안에서 자란 욕망을 다스릴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일수 밖에 없다.

내안에 들끊은 감정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던가, 아니면 스스로를 볶아치던가..

 

알음은 다행하게도 그 욕망들의 노예가 되지않고 무사히 감정속에서 벗어난것으로 보인다.

내가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을때는 아무것도 보이지않을테지만 그 밖으로 나올수만

있다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런지 이전보다는 또렷하게 보일것으로 생각이 된다.

선자은님의 [펜더가 우는 밤] [엘리스월드] [제2우주]까지 합하면 벌써 네권의 책을 읽었다.

청소년소설중에서는 되도록이면 밝은류의 글을 찾아 읽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선자은님의

소설들은 하나같이 밝은 분위기가 아닌데도 이상하게 자꾸 손에 잡히는것 같다.

이번에 나온 [계약자]도 밝은 내용의 글은 아니었다. 동성의 친구간에 있을법한 시기와

질투를 넘어서 주술을 통한 계약과 복잡한 가정사까지 보태져서 혼란스러움이 가중된다...

 

여자아이들에게 단짝친구란 학교생활을 해 나가는데 아주 필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제멋대로인것 같지만 늘상 함께 하는것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지는 친구인 소희는 알음에게는 둘도 없는 단짝친구였다. 가끔은 너무 철없이

느껴지기도 하고 이기적으로 느껴져서 뜨악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소희가 옆에 없는

알음의 모습은 알음 자신에게조차 낯설것만 같다.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참으로 짧기도

한 소희가 이번에 반한 남학생은 신율..처음 말을 들었을때만 하더라도 언제나처럼 그렇게

쉬이 사랑에 빠지고 마는 소희의 중증병이 또 시작되었나 하고 말았었다. 그러나 빈집까지

찾아가서 주문을 외우는 모습을 보자 섬칫 무섬증이 생겨난다. 빈집 구석구석을 치고 있던

거미줄이 알음의 입안으로 들어온 순간 그 느낌은 진저리가 쳐지도록 싫은 느낌이었는데..

 

밖에만 나가면 사람좋은 호인이라고 평가받는 아버지는 집안식구들에겐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도와줘야하고 안된 이웃은 돌봐야하고 그러더니 결국 이번에는

엄마잃은 어린 아이까지 집으로 데려오고 만다. 알음은 엄마가 이번만큼은 아버지의 뜻을

꺾길 바랬지만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아버지의 압승으로 결판이 나고 만다. 거기에 언제나

알음이라면 이뻐서 어쩔줄 몰라했던 할머니는 아이가 아버지의 자식이라 철썩같이 믿고

알음은 본체만체 아이챙기기에만 정신이 없는데, 그 복잡한 가정문제에 끼여 머리가 터질것

같은 알음을 붙들고 소희는 늘 신율신율 율이 이야기뿐이다. 율이가 판매한다는 피겨를

보기위해 율이의 집으로 가게 된 소희와 알음은 서로 이상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데..

언제나 소희가 단짝이었지만 때로 알음은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좇고 있었다.

불량학생으로 소문난 나비진, 이상한 일은 기이할 정도로 소희는 나비를 싫어한다는것..

그리고 소희가 관심을 나타내던 율은 알음에게 관심을 보이는데..마치 친구의 남자를

꼬신것마냥 이상하게 흘러가지만 알음은 율이가 보여주는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

 

집에만 오면 여전히 그 아이를 싸고도는 할머니와 모습을 전혀 보이지않는 엄마..

그리고 알음이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아버지, 잘못된 소희와의 틀어진 관계..

뒤늦게 알게된 나신율과 나비진의 관계..그 모든 복잡한 과정들을 거치는 알음에게

소리없이 다가와 계약을 말하는 계약자...계약자가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모른체 알음은 저도 모르게 계약자가 원하는대로 끌려가고 있다는것을 알게된다.

이제는 그 모든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둘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