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것이 고립되어 있는듯한 외딴섬의 모습이다.

바다에 둘러싸여 물길말고는 빠져나갈길이 없어 보이는 외롭고 쓸쓸한 섬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우리가 떠올리는 섬의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이나미님의 연작소설 [섬,섬옥수]

는 한반도의 남단 '땅끝섬'을 무대로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투를 다룬

작품으로 읽혀진다. 겉에서 보기에는 파도가 잔잔한 바다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소용돌이를 품고있는 바다처럼 땅끝섬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기존에 갖고있던

순박한 섬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깨뜨린다. 그러나 그것이 나쁘게 보이지

않는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속의 모습이 잘 투영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며칠 여행을 떠난다는 말에도 귀 기울이지 않을만큼 냉랭한 부부관계가 되어 버렸다.

남편이나 자애나 서로에게 언제 정이 있었는가싶게 서로를 상처주지못해 안달난 관계처럼

언제부터인가 빗나가버린 사이가 되어있었다. 여행길에 오른것을 알면서도 안부문자 하나

보내지않을만큼 남편은 자애를 믿는다는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무관심을 표현하는것일까..

잠시 머물러 가게 된 땅끝섬의 암자에는 다라니경이 울려 퍼지고 다리니경의 소리는 얼어붙은

자애의 마음속에 잠시 파문을 일으키며 번져간다..자신이 죄인이라고 울부짖는 공처사는

또 어떤 마음속의 죄를 내려놓지못해 고통스런 세월을 보내는것인지 사람들의 속을

어루만지듯 경내에는 불경만이 조용히 퍼져나가는데..

 

한때 시골살림을 살아봐서 시골마을의 인심이 어떤지는 대략 알 수 있다.'

옆집의 숟가락 젓가락이 몇벌인지 뉘집 자식이 무슨일을 하고 뉘집 부모가 어떤일을 해서

돈을 벌었는지 하나부터 열까지 속속들이 속내를 알던 시골사람들은 유난히 타지사람에

대한 경계가 심했었다. 처음에는 뿌리를 내리고 살려고 내려왔던 사람들도 은근히 배척하는

토박이들의 경계어린 눈초리에 결국 짐을 싸서 다시 시골을 떠나는 모습도 종종 보았지만

땅끝섬의 토박이들이 보이는 그 끈질기고 모지락스런 배척까지는 경험해보지못한 것 같다.

지금은 어촌계라던가 어민들을 위한 계가 존재하고 있어 바다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어느정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 어촌계에 이름을 올리기가 또

그리 수월한 일이 아니라는것은 언제인가 본 방송을 통해 대략 알고 있다. 몇년을 섬에서

살아도 그들은 원주민들에게는 그들의 밥그릇을 빼앗으러 온 뭍놈들일뿐 그들의 이웃은

될 수가 없는 존재들이었다. 눈앞의 이익을 두고 치열하게 싸우다가도 뭍놈들을 상대하는

일이라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그들 무리에서 떨어져나가게 만드는

섬사람들의 집단이기주의적 행태에는 무서운 마음마저 들게된다..

 

일곱편의 연작소설이다 보니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은 회마다 변하여간다.

섬에서 나고자라 낚시꾼들을 상대로 포인트를 알려주고 생업을 이어가는 종태가 주인공

이기도 했다가 섬으로 들어와 낚시꾼들을 상대로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인규가 주인공이기도 하고 마음의 행방을 잡지못해 잠시 머물다 가게된 자애가

주인공인가 싶다가는 파출소장이었던 장씨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전혀 상관없을것 같은 이 인물들을 한군데로 통합시키는것이 바로 이 '섬'이라는

고립된 공간이다. 섬이 아닌 뭍이라면 이 소설이 주는 고립 혹은 배척이 주는 의미가

이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을것 같다. 당장이라도 이 고립된 섬을 떠나지않으면 숨을

이어갈수가 없을것같이 강렬한 고통을 뭍사람에게 안기는것이 섬이라면 반대로 이곳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원주민들에게는 그것과는 다른 안식을 주는곳이 바로 섬이라는곳이다.

같지만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장소 '섬' 그안에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