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님의 작품은 [보스의 품격에 관한 사소한 보고서]에 이어 두번째이다.

이전작품에서 느껴지던 밝은 분위기는 이번 작품에서는 별로 찾아볼수 없었는데 제목인

닿을듯말듯처럼 재미있을듯 말듯 한것이 나에게는 아주 심심하게 읽혔던 책이었다.

가끔 폭탄이라고 말하는 책들을 만나게되는 경험을 한다. 말도 안되고 읽으면서

읽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는 책들이 있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류와는 다르게 읽히기는

하는데 뭔가 기대치에는 못미치는듯한 조금만 더 가면 재미있을것같은데 하는 느낌..

조심스럽게 한여자를 지켜보던 시간을 간직한 남자의 오랜 인연을 찾아가는 이야기..

 

플라워코디네이터를 꿈꾸던 홍은 친구의 어머니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된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생각하지도 않은채 그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꾸역꾸역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이제는 오랜시간 자신의

한쪽켠으로 밀어두었던 꿈을 펼치기위해 학원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바쁜 날들이다.

'그런데 저남자 하는 꼴 좀 보라지..연인인듯한 여자가 바로 눈앞에서 눈물을 한양동이

쏟아내는데 달래줄 생각은 커녕 그냥 구경만 하고 있는것은 무슨 심보인지 몰라.

저래서 인물값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거야' 혼자서 속으로 구시렁구시렁..있는 욕 없는 욕을

다하는것이야 누가 뭐라나..문제는 하필이면 운도 좋게 음악도 멈추는 딱 그 타이밍에

혼잣말이 밖으로 튀어나왔다는것이 문제지..게다가 거스름돈을 건네다 코코아를 엎질러

남자의 코트를 코코아로 물들였다는것이 두번째 문제라는거지...거기다 그게 끝도 아니다.

그남자와 연관된 일이라면 왜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재수가 이모양인지 그남자의 코트를

갖다준다고 나와서는 꽃집에 두고 오질않나..그 코트 찾으러 간다고 유선의 차를 끌고

나와서는 접촉사고를 내질않나..홍의 인생은 아마 그남자때문에 엄청 꼬이고 말것 같다.

간신히 빚도 갚고 이제는 조금 숨 좀 쉬며 사나했더만 그 남자 타 차 외제차같더니만

도대체 수리비가 얼마나 나오려나.. 대출부터 알아봐야하는거 아닌가몰라...

 

오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 그녀가 환하게 우는 모습을 본 순간부터 그녀의 모습이

쉬이 잊혀지지않았다. 매사 모든일에 무심한듯 시크한 건희에게는 있을수없는 일들이

그녀를 바라보는 시간동안 참 많이 생겼었다. 지나가다 예뻐서 들어가본집..

집을 팔 생각이 없으면서도 집주인은 자상하게 건희를 맞아주었었는데, 후일 그 집이

경매에 나왔다는것을 알게되면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그 집을 소유하게 된 건희는 식물을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집주인의 시간과 정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정원은

건희에게는 그저 치워버려야할 공간에 지나지않았다. 정원에 있는 나무들을 베어버리기로

한 날 집앞에서 공사중인 정원을 바라보는 한여자를 보지않았더라면 그대로 밀려나갔을..

공사중인 인부들에게서 그녀가 전집주인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부모님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것을 듣게되자 건희는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다.

따로 정원을 관리하는 사람을 두면서까지 건희는 정원을 바라보는 그녀가 힘을 얻기를

그녀를 몰래 바라보는 시간들이 그에게 주는 행복만큼 바랬던것같다.

끊어지지않을것 같던 그녀의 발길은 언제부터인가 끊어졌고 카페에서 다시 그녀를 만나기

이전까지 건희는 여전히 무심하고 시크한 남자 그대로였다.

 

이남자 뭔가 이상하다. 외제차 수리비가 한두푼이 아닐텐데 자기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와서 플라워코디네이터로 일을 하면 수리비도 안받고 월급도 꼬박꼬박 주겠단다.

누가봐도 밑지는 장사인게 분명한데 도대체 이남자 속내가 뭘까..

갸웃거리는 홍의 머릿속이 그대로 보이는것 같지만 건희는 쉽게 자기와 홍의 인연을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천천히 그가 혼자서 삭여온 시간처럼 천천히 홍에게

다가갈 생각을 하는 건희에게 한가지 판단미스가 있었는데 여전히 홍에게 건희는

인물값하는 바람둥이라는 인식이 있다는것..오래된 친구이자 형의 여자친구인 희수가

형때문에 속이 상할때마다 불려나가 그 눈물바람앞에 있었던것이 이런 오해를 빚은것인데..

저기 눈앞에 맞춤인듯이 형과 희수가 앉아있다. 두말할것없이 홍의 손목을 끌고가서

"이도끼는 남의 도끼가 아니다"고 말을 하는 건희와 상황을 알아채고 홍당무가 되는 홍..

 

오년전부터 홍을 알고 있다는 건희의 말과는 달리 홍에게는 전혀 건희에 대한 기억이

존재하지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건희는 홍을 바라보았지만 홍이 바라본것은 건희가

아닌 지난날을 향한 그리움이었기때문..그래도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홍을 지켜보면서

건희는 홍이 혼자가 아니게 뒤에서 지켜보고 아프면 약을 가져다주고..홍은 모르게

그렇게 홍의 아픈 시간들을 함께 견뎌주고 있었다.그리고 이제 닿을듯말듯 자꾸만

스쳐가던 인연들이 드디어 닿기 시작한다..뒷모습말고 앞모습을 보여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