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통제된 근미래 사회에서 오피셜들의 눈을 피해 일어나는 금단의 로맨스를 다룬

[매치드]는 [트와일라잇]이나 [헝거게임]에 비해 읽기에 편한 작품은 아니었던것 같다.

3부로 이루어진 작품들중에서 첫번째 이야기다보니 인물들의 설명과 그들이 처한

상황들에 많은 부분들을 할애하느라 감정선은 조금 놓친듯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가까운 미래사회, 자유를 잃고 통제받는 삶을 살아야 하는 이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하루의 식단을 고민하는 주부의 삶을 살다보니 때로는

음식을 하는것보다 한끼를 때우는 요령을 피울때도 있지만 모든것이 통제된 생활속에서

음식마저도 주는대로 먹어야 하는 주인공들의 생활을 보니 복에 겨운 소리였다는걸

알겠다. 자유가 사라지고 복종만이 남게되는 삶에서 자율이라는 말은 불복종이라는 말과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정해진 규칙에서 벗어나지않는것, 그것이 소사이어티라는

통제기구안에서 오피셜들이 다수의 사람들을 다루는 방식이다.정해진 수명을 살고

정해진 일을 하는것, 그리고 그틀들을 벗어날때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는것으로 그들의 장악력은 점점 더 힘을 얻어간다.

매칭파티에 참가하게 된 카시아에게도 그 힘은 적용되었었다.

 

소사이어티에서는 열일곱살이 되면 '매칭파티'에 참가해서 자신의 반쪽이 될 사람을

알게된다. 카시아도 할머니가 물려준 공예품 콤팩트를 가지고 녹색드레스를 입고

자신의 매칭파티에 가서 정해진 짝의 얼굴을 확인하게 되는데 같은 지역구에서 운명의

짝이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는데도 카시아의 짝은 어려서부터 함께 지내며 알아온 잰더.

누구인지 모를 상대에 대해 알아볼 기회를 뺐겼다는 상실감과 함께 드는 안도감 또한

카시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날 집에서 카시아가 확인한 운명의 상대는

잰더가 아닌 '일탈자'의 삶을 살고 있는 카이였고 낯선 이일에 당황한

카시아를 오피셜이 찾아온다.

 

소사이어티내에서는 모든 일이 분업이다. 누군가는 무엇을 키우고 누군가는 무엇을

조리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배달하지만 그 모든 일을 한번에 다할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그들이 사람들을 지배하는 방법이고 질서를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카시아도 규칙대로 생활하고 규칙을 어겼을때 소환되는 지금의 법칙에 적응되어

있었는데 카이를 만나고 카이와 대화를 하면서부터 그동안 의식하지못했던

다른 움직임을 깨닫게된다.

 

~그러나 그곳에 서서 내가 한 일을 바라보면서, 나는 우리 가족 모두가 한 일이란

분류뿐이었음을 깨달았다. 창조는 결코 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한 것처럼

엣날 공예품을 분류한다. 증조할머니는 시를 분류하셨다.

농장지대의 외조부모님은 씨를 심고 수확을 하시지만,

그분들이 키우는 것은 모두 오피셜들이 지정한 것이다~p161중

그래서 나는 결국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았다...는 카시아의 깨달음.

 

지나치게 많은 정보들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는 소사이어티의 법에 따라

백가지위원회라는 곳에서 모든것들을 백가지씩만 남겨놓았다.

시도 소설도 모든것들이 백가지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카시아의 증조할머니는

한편의 시를 숨겨놓았고 할아버지의 80세 최종연회에서 그것은 카시아에게 전해진다.

 

편안한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마라.

노년은 삶이 끝나갈 때 타오르고 절규해야 한다.

빛이 죽어갈 때 분노하고 또 분노하라

                                     * 딜런 토머스의 시 (Do not go into that good night)중*

 

정해진 규칙안에서 지금의 생활을 보장받고 있었던 카시아의 삶이 이 한편의 시와

카이와의 만남을 통해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한다. 카시아가 자신의 매칭상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잰더에겐 미안한 마음이지만 카시아의 마음을 차지하고 있는것은 이미

잰더가 아니라 카이다. 카이와 카시아의 매칭자체를 조작했다고 말하는 오피셜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지못한채 무엇인가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카이는 카시아에게 말을 했었다 '죄수의 딜레마'가 있다고,

카시아와 카이가 둘 다 살아남기위해서는 침묵만이 해답이라고...

 

이제 카이는 어디론가 끌려갔고 기억들을 지운채 카시아의 가족들도 농장지대로

재배치되어 지금 이곳을 떠나야만 한다. 그렇지만 카시아는 카이가 남겨준

죄수의 딜레마를 기억하고 있고 카이가 카시아를 믿듯이 카시아 또한 카이를 믿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카시아는 포기하지않을것이다.

 

소녀시절에 정해진 운명의 상대가 있다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한두번은

해본적이 있을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어린아이 같은 주술같은 장난도 존재했던것으로

기억하지만 매치드에서는 열일곱 매칭파티때 바로 그 정해진 운명의 상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사람의 정보가 든 칩이 건네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도 충분히

주어진다. 그렇게 정해진 상대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정해진대로 산다면 위기는

찾아오지않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카시아에겐 아주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

정해진대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규칙대로 사는것에서 벗어나 자율을 찾는것,

아직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되지않았다. 카시아와 카이가 만들어갈 이야기가 궁금하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은 후에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