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환님의 작품들은 몇편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래인님의 작품을 읽은 기억은

나질않는다. 작가후기를 살펴보면 이지환님의 화홍2부에 등장하는 용원대군'제'를

현대판으로 각색해서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가 바로 [아니땐굴뚝]이라고 하는데

정말 존재감이 없어서였는지 용원대군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지않는다.

내리 몇편의 로맨스소설들을 유쾌한 작품보다는 회색빛 우울이 가득한 작품들을

읽다보니 유쾌하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평이 후해진다. 그래 왜 로맨스소설을 읽는건데,

우울한 소식들은 뉴스에서 듣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구! 현실에서 들리는 아프고

우울한 소식들에서 벗어나서 잠깐 꿈같은 시간을 즐기고 싶어서 로맨스책자들을

펼쳐들었는데 로망이 가득한 로맨스소설에서조차 비극을 접해야한다니, 그건 반칙이야.

 

야산 흙바닥에서 정신을 차린 승후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사태들이 어떻게 된것인지

종잡을수 없다. 살기등등한 네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여자의 인생을 망쳤다는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이냐구... 이 모든 사단은 밤의 황태자라 불리는 승후가 사냥을 시작한

예원이라는 인물에서 비롯되었다. 대대로 무인가문인 집에서 예원은 금지옥엽

그야말로 천금같은 하나뿐인 딸인데다가 네명의 오라비들이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그야말로 꼭대기성에 있는 라푼젤같은 존재인데 감히 그런 예원이 임신을 했다는

소문이 돌자 머리가 돌아버린 네명의 오라버니들이 응징을 가하기 위해 나선것이다.

 

예원의 조부와 승후의 조부는 식사자리에서 승후와 예원을 둘러싸고 번져가고 있는

이상야릇한 소문을 접하게 되고 사실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유죄판정을 내린다.

이제 결백한 사실따위는 아무런 힘도 쓰지못한다. 아니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 없다는

말을 입아프게 해봐야 들어줄 사람도 없고 승후와 예원 앞에 놓인 카드는 오직 결혼뿐.

날라리 밤의 황태자 승후와 도도한 살쾡이 예원의 결혼은 그렇게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고 두사람은 결혼이라는 제도안에서 적정선을 유지하기로 한다.

 

결혼후에 예원의 집에서 처가살이를 시작하게 된 승후는 다른 사람들을 제편으로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뚝뚝한 아들들과 애교라곤 없는 예원을

키우다가 애교가 철철 넘치는 사위를 가지게 된 예원의 엄마야 그렇다하더라도

천금같은 동생을 빼앗긴 네오라비들마저도 맞춤형전략으로 공략을 해대는 승후에게

완전 넘어가버리고 오라비들의 철통같은 감시와 간섭때문에 자유로운 생활에 목말라

하던 예원마저 결혼후에 누리는 자유로움때문에 승후와의 생활이 나쁘지않다.

문제는 예원과 승후가 맺은 협정때문에 옆에 누운 아내를 두고도 독수공방을 해야하는

긴밤을 하얗게 새우는 승후에게 사리가 생길 지경이라는 것인데,이제는 슬슬 예원과의

결혼을 실질적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에 승후는 분위기를 잡는다.

 

예원의 네오라비이야기들은 잠깐씩만 등장하지만 승후의 다른 형제들의 이야기는

수시로 등장하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혹시 후속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승후의 형인 범후의 오랜 꼬마바라기 사랑도 그렇고 천재인

연후와 현아의 이야기, 그리고 세진과 정후사이에 형성되는듯한 핑크빛기류까지.

네형제들의 다른 사랑이야기, 다음편으로 연결되어도 재미있을것 같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