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기억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제멋대로 각색되는게 분명하다.

똑같은 일을 떠올려도 내기억과 상대방의 기억은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걸

흔히 볼수 있다. 아버지의 기억속에 있는 국제상사여자가 엄마에게 대한 모습과

국제상사여자가 기억하는 엄마를 대하던 자기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일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에게 유리한건 좀더 과하게 포장을 하고 자기에게 불리한건

과감하게 차단해버리는 자기본능적인 성격이 있다.

누구나 그렇게 자기를 스스로가 보호하면서 살아가는것이다.

 

엄마가 돌아가신지 8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한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교통사고를 당한것도 아니다.

요즘에는 네명중에 한명은 걸린다는 병 위암으로 엄마는 돌아가셨다.

그런데 아버지는 느닷없이 엄마를 죽음으로 몰고산 국제상사여자에게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내놓는다. 너무나 뜬금없는 이야기다.

만병의 원인이라는 스트레스를 국제상사여자가 엄마에게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주고 있었다며 이제라도 엄마의 한을 풀어주어야 한다는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혹여라도 반대하는 기색을 보이면 아버지가 쓰는 강력한 무기 "집나가"가 기다린다.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함께 자란 아버지와 어머니는 결혼을 하고도 가난한 살림에서

벗어나지못햇었다. 아버지는 구두가게로 어머니는 양말공장으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내몸뉘일 집한칸 마련하기가 그렇게 힘든 세월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보잘것없는 집칸이나마 마련했을때 엄마는 병이 들었다.

국제상사앞에서 양말노점상을 하던 엄마에게 국제상사여자가 잔심부름을 시키고

제집자랑을 늘어놓고 자기편을 안들어준다고 화를 내는 바람에 화를 삭이지못한

엄마가 결국 암에 걸려 돌아가시게 되었다는것이 아버지의 변이다.

 

경수는 작전을 위해 국제상사에 취직을 하고 나는 국제상사여자와 가까워진다.

그런데 경수의 말처럼 이여자 너무도 이상하다.

남의 여행담을 자기일처럼 늘어놓는 것은 그렇다치고 자기딸과 아들의 일까지

내가 해결해주기를 바란다. 너무 당당해서 자꾸만 끌려가는것만 같다.

아버지는 아예 총까지 구입해놓고 사격연습까지 한다고 하는데.

 

갑자기 아버지는 왜 8년이란 시간이 지난후에 엄마의 복수를 떠올렸을까.

사는동안 호강한번 시켜주지못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자꾸만 아버지를

괴롭혔기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면서 아내에게 털고싶은

부채때문이었는지는 나오지않는다.

시간이 지났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텔레비젼앞에 자리하고 있었고 은수도 경수도

그런 아버지를 지켜보고 있을뿐이었다.

시간은 또 그렇게 지난 8년의 시간처럼 흐를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