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버스 정류장에서 구청으로 가는 한 코스 정도되는

거리의 가로수가 벚나무로 가득 차 있다.

몇일 전 만개한 벚나무 밑에서 딸과 함께 사진도 찍고,

꽃잎을 뿌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전에는 딸에게 벚꽃나무라고 가르쳤고,

그 이상 어떠한 지식의 전달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벚꽃나무는 그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알고보니 가로수에 흔히 자리잡은 벚꽃나무는 벚나무로

불러야 하고, 정확히는 왕벚나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육아 때문에 등산할 일이 거의 없다.

몇년 동안 산책으로나마 한두번 다녀왔을까 거의 없었는데,

산이든 들이든 거리든 눈에는 익지만, 이름을 모르는 그런

나무들이 너무 많았다. 나무를 보면서 꽃을 보면서 참 좋다.

예쁘다라는 감탄사말고는 자세히 들여다보지는 못했다.

<내 마음의 나무 여행>은 그런 나의 무지함을 깨닫게 해주었다.

은행나무 하나만 보더라도 은행잎과 굵은 기둥말고는 아는게

없었는데, 수꽃과 암꽃이 있고, 수꽃의 모양과 암꽃의 모양이

어떻게 다른지까지 상세하게 사진으로 알려주니 무척 새로웠다.

절대 나무 위에 올라가 직접 가까이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런 모양들이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잎만 보고 다닌 내가

진정 '우물 안 개구리'로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딸과 함께 길을 가다 보면 얼마 걷지 않아 땅바닥에 앉아 잎사귀를

들어보고, 땅을 헤집어 보는 모습을 종종 본다.

그럴 때마다 가는 길을 재촉하려고 일으켜세우고, "어서 가자"라고

말을 했는데, 그럴 때 딸은 앙앙~하고 울어 댔다.

나무여행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떤 사물을 보면서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고 너무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속속들이

알고 싶어하는 아이의 순수함을 모르고 그렇게 내 생각대로만 힘으로

아이를 굴복시켜버린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나보다 아이의 그 마음이 더욱 귀한 것을 깨닫지 못한채..

아이처럼 그런 마음으로 나무,꽃,잎,줄기를 바라봤다면 이 나이먹도록

모르고 있지는 않았을텐데..라고 느끼게 되었다.

생소한 나무와 꽃들을 보면서 참.. 사진 잘 찍었다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앵도나무를 봤을 때는 옛추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앵두나무인줄 알았는데, 책에서는 앵도나무라고 적혀 있어 이렇게 불리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옛날 집주인 마당에 심겨진 앵도나무에는 참 탐스럽고 예쁜 앵두가 많이도

열려서 그걸 따먹는 기쁨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탐스러운 그 과실을 놔둘리 없는 나와 동네친구들은 앵두를 매일 조금씩

따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느날 앵도나무 한켠에 주인이 쓴 팻말이 보였다.

"농약 뿌렸으니 따먹지 마라" 매정한 집주인의 팻말이 얼마나 밉고 야속했던지.

추억을 다시 생각해보면서도 다시 얄밉다.

어쩌면 농약 안 뿌리고 더 먹지 말라고 그렇게 팻말만 적은지도 모르겠다.

그 이후로 앵두는 먹지 못했다. 그런 추억의 나무들까지....

산을 오를 기회가 있을 때 이 책으로 얻은 나무의 이름들과 모양들이

내 머릿속에 기억되었다가 아!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그날이 올 것 같아

흐뭇하고 기대가 된다. 우리 딸과 함께 나무여행.. 떠나는 그 날이 기다려진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