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에게 이 책을 선물받고는 한참을 웃었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한 놀거리 중에 하나인 당구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책으로 배우는 스포츠가 아닌 그저 늘 만나는 한 녀석과

심심풀이처럼 치는 당구였기 때문에 이렇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책은 본 적이 없었다.

제대로 칠 줄은 모르면서 서로 경쟁은 심해서 승부욕이 활활

타오른다. 심리전은 기본이고, 상대방을 살살 약을 올리면서

제대로 플레이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불사한다.

중학교 때부터 동창인 친구와 힘들 때마다 친 것이 당구이다.

부모님이 싸우는 일이 있거나 부모님에게 혼났을 때,

또 괜히 할 일이 없을 때 서로를 불러서 시간을 때운 것이 당구다.

하지만 실력은 둘다 늘 제자리걸음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이 이 친구와 늘 당구를 친 지도 모른다.

실력이 차이가 나면 재미가 없었을텐데, 도긴개긴이라 나름 스릴이 있다.

앞부분에 나오는 초크에 대한 사용법을 보면서 적잖이 놀랐다.

30년이 넘도록 몰랐었던 초크의 비밀을 알았기 때문이다.

당구장에 늘 새 초크가 아니면 늘 중앙의 홈이 깊게 파여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늘 봐왔던 거라 어색함이 없었는데,

이것은 잘못 사용한 예의 결과였던 것을...

하긴 당구TV채널을 보면 선수들이 초크를 바를 때보면 참 정성스럽게도

바르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묻히는 방법을 알고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회전을 제대로 먹힐 수 있는 비법인 것을 왜 몰랐을까.

초크의 비밀 하나만 알게 된것도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아라의 당구홀릭3편은 쿠션을 활용하는 것이다.

친구와의 대결 중 속칭 알을 다 까고 나면 쿠션 2개를 늘 마무리로

마감을 해야 승리를 할 수 있는 조건이다.

알을 먼저 다 빼더라도 친구에게 역전을 당하는 것은 쿠션이었다.

특히 당구대의 벽을 먼저 맞추고 공을 맞춰 3쿠션을 성공하는 것은

내게 역전패를 자주 안겨줬다.

감으로 늘 했던 쿠션이라 제대로 첫구부터 맞추지 못한 적은 부지기수..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쿠션은 산수,수학,과학이었다.

정직하고 정확한 계산법이 필요한 것이었다.

매번 칠 때마다 감으로만 쳤으니, 운이 좋은 날에만 가능한 일이었고,

대부분의 쿠션에는 늘 허탕이었다.

아주 쉬운 쿠션에만 성공이 가능했던 나로써는 이 쿠션의 활용편인

아라의 당구홀릭은 친구에게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줄 비법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보고 공부해서 하나밖에 없는 친구에게 티가 나지 않도록 적절히

승패를 조절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