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임에도 아직 한글을 잘 모르는 우리 큰애는
내가 책 읽어주는 것을 열렬히 좋아한다.
책을 읽어주는 시간대가 주로 자기직전이다. 그렇다보니
책을 2~3권 읽고 자고 싶어하는 이유가 정말 내가 책을 읽어주는게
좋아서 그러는 건지 최대한 늦게 잠자리에 들고 싶어 그러는 것인지
그 목적이 다소 불분명하지만 어쨌든 부모된 입장에서는
책을 읽어달라는 말은 듣기좋은 말이다.
특히 새책이 오면 오자마자 책을 들고와서 읽어달라고 한다.
이번에 온 책은 해리라는 산돼지인지 멧돼지인지 모를 돼지와
릴이라는 생쥐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영국인이고 그림은 한국인이 그렸다.
그 조합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조금 생소했다.
왜냐하면 보통 번역책들은 외국에 출판된 책들이 수입된 것들이라
이 책도 그런줄 알았는데 이 작가는 한국에서 그림책을 처음 출판한 것 같다.
(아니면 말고.)

책장을 넘기자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나열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조금 이상해보이긴 했지만 형태는 어쨌든 먹음직스러웠다.
그림체도 깔끔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그 음식들의 정체를 읽자 읽어주는 나도 그렇지만
듣는 딸도 우웩을 연발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식탁도 블루그린색이라 입맛이 딱 떨어질 이미지였다.
그러나 그 음식들은 이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해리가
좋아하는 음식들 이었고 차린 이는 릴이었다.
귀엽고 앙증맞게 생긴 릴은 해리를 위한 티타임을 준비했고
시간이 지나도 해리가 오지않자 해리를 찾아나서며
에피소드가 진행된다. 그 여정에 다른 동물들도 만나게 되는데
각 동물들에게 해리를 못봤냐고 묻지만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기억하는 단상은 부분적이고 그것마저 확신이 없다.
그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아마도 그 동물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책을 보며 사람들의 사는 모습 또한
이 책이 그리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대해 보고 느낀 것이 무엇이든
그 사건의 표면적 결과는 우리의 생각과 다를 수 있다.
동화책은 계속적인 이미지의 연결를 통해 결과를 예측할 수나 있지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이 모든걸 지켜보는 분만이 아시겠지. 
동화책 하나 보면서 아이는 아이대로 흥미있어 하고
나는 나대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