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색칠공부할 여유라니. 부럽네
컬러링북이 유행하고 주변의 지인들이 하나 둘 그 유행에 동참할 때
애둘 키우느라 바쁜 내 일상에는 그 유행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유행에 동참할 기회가 생겼고, 색연필 주문하고 받기 전
그 심리상태는 뭐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들떠 있었다.
그게 뭐라고.

색연필이 먼저 도착했다. 색연필의 다양한 컬러를 보자 기분이 좋았다.
며칠 후, 책이 내게 왔고 아이들을 재우고 색칠을 해보았다.
직접 경험한 첫번째 장점은 잡념과 걱정이 없어진다는 것이고
두번째 장점은 그림이 내 손길을 통해 생명을 얻는 것을 보고
성취감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점은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것.
인터넷에서 컬러링북을 블로그에 올려놓은 아가씨들의 글을 보면
시간떼우기 좋다/남친 기다릴때 폰질보다 낫다/머리아플 때 하면 좋다 등등의
글들을 보며 떼울 시간이 나도 있으면 좋겠네 라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나도 해보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해소된다기보다는
유예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조금의 위로가 되었다.
또한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안일어날지도 모를 일들에 대한 걱정하느라
괜한 스트레스는 안받으니 좋았다.

색칠을 하며 내가 원하는 색을 이곳 저곳에 쓰면서
왜 기분이 좋아지는 지 모르겠다.
일종의 카타르시스일려나.
나만의 빵집은 제목과 같이 빵. 사탕. 초콜릿. 케익 등이 그려져 있다.
아무색이나 칠하기보다는 원래의 이미지를 혼자 상상해보고
유사한 색으로 색칠하는데 사실 먹고 싶은 생각도 많이들었다.
안타까운 점은 스케치가 조금은 정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책은 너무 프리하게 스케치가 되어서 선이 굵고 뭉텅하게 표현되거나
마무리가 잘 안된 그림들이 많고 넘겨보면 똑같은 그림들도 많아서
중학생 정도가 색칠하기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쨌든 오랜만에 색칠공부를 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기분이 좋아지니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