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4살된 제 아이에게 '막대기'는 전혀 생소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작년 겨울 시골할아버지 집에 다녀온 아이는 하루종일 막대기를 주우며 시간을 보냈고, 그 이후로 언제나 야외 놀이는 쓸만한 막대기를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헌데 '막대기 아빠'는 참 생소한 발상입니다. 아이에게 막대기는 그저 막대기 자체였다고 엄마인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었을까요? 막대기를 우리들이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가 이 책에는 막대기 아빠의 비애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이는 그 부분을 참 비장하게 이야기합니다. ~도 아니고 ~도 아니고, ~도 아니란 말이야. 하구요.

 

언뜻 처음엔 걱정이 되었습니다. 막대기의 변신을 이 녀석이 잘 받아들일까? 한 가족의 아빠가 된 막대기와, 한 가족의 아빠인 막대기 아빠가 그렇게도 연약하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을 어떻게 보게 될까 하구요. 하지만 또한 알게 되었을 것 같아요. 아빠는 항상 가족을 그리워한다는 것을요. 가족이 상봉하게 되었을 때, 얼싸안는 가족의 모습에서 커다란 위안을 받습니다.

 

아이가 막대기를 대하는 그 동안의 자세는 참 진지했는데요. 간혹 가지고 놀던 막대기를 집에 가져가겠다고 떼를 쓰기도 했었는데 아마 약간은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눈사람이 녹아 막대기 아빠가 해방되는 장면에서는 자연의 이치를 조금 알게도 되었을 거고, 굴뚝에 끼여 있는 산타할아버지를 언젠가는 만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했을듯도 합니다.

 

아주 많이 읽어달라고 하는 책은 아니지만, 가끔은 혼자서도 이 책을 열어보는 아이를 목격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