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술 지망생들 사이에서 무엇보다 고민인 것은,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솔직히 내 주변에 순수 문학만을 고집하며 책을 사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물론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이야 아직 활자 매체가 죽은 게 아니라고 말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이미 원로가 되어 세상을 보는 폭이 좁아진 분들의 얘기로 밖에는 안 들린다. 순수 문학 소설가들의 평균 판매량은 오천 부 정도이다. 소설 한 권을 쓰는 기간이 2년 남짓인 것과 인세의 10%만을 받는 것을 따지면, 생활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는 솔직히 일반 사람들과 예술인들의 경계를 그어 놓고 살고 싶지는 않다. 아니, 오히려 일반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그들과 같은 감성과 공감대로 소설을 쓰고 싶다. 아무도 보아 주지 않는 소설, 나도 쓰기 싫다는 얘기다. 신경숙 소설가는 습작시절 선배들의 소설을 약 만장 이상 필사했다고 한다. 나는 이 얘기를 듣고, 최고가 되려면 그런 뼈 깎는 고통이 있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곤 예술 중에서 문학만한 게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인간이란 누구나 똑같이 울고 웃는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동양화 습작생들의 경우, 똑같은 난초 그림을 한 작품 당 삼천 매씩 그린다고 했다. 거의 기계적인 연습이다. 음악이나 영상도 마찬가지이리라.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고, 순수 문학만을 그것도 너무나 틀에 박힌 소설과 시를 강요하는 교수님들 때문에 문학이 싫어졌던 때도 있다.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TV에서 <프라하의 연인>같은 재미있는 드라마가 하는데, 딱딱한 소설을 읽을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교수님들이 무척이나 미운 적도 많다. 어쩜 세대적 교류를 못해도 저리 못할 수 있나, 하고. 그런데 이 문제는 예술을 지망하는 학생들에겐 평생의 과제인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 소설을 쓰지 않고는 허전해서 내가 못 견딜 것 같다.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물감을 여기저기 묻히고 다녔던 미술부 학생들이나 무거운 악기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녔던 음악부 학생들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한다. 나는 가끔 지하철에서 순수 문학 작가들의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신기하다. 대부분 도서관에서 대출한 것이긴 하지만. 혹시 저 사람도 문창과 인가? 하고 자못 궁금해진다. 그리고 난 또 친구들에게 순수 문학 작가들 중에서, 그나마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소설가들의 이름을 아냐고 묻는다. 친구들의 대답은 당연히, 모른다, 이다. 대부분의 우리 또래들에겐 교과서에 있던 작가와 문학작품이 전부라고 여긴다. 어쩌면 내 귓가에서 웅얼거리고 있는 대중가요를 음악부 학생들은 미워할지도 모르겠다. 문학부 학생들이 무협이나 판타지 소설을 경멸하는 것처럼. 쉽게 만들어지고, 금세 잊혀지는 것들은 생명력이 없다. 순수 문학 작가들에겐 이런 말이 있다. 작가란 피로 원고를 쓰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한 작가의 생명력이 불어 넣은 작품이, 오로지 상업성에 의존한 것들에 의해서 빛을 못 보니, 분한 마음만 커진다. 사실 내 주변의 동기 중에 순수 문학 작가들을 꿈꾸는 사람은 몇 없다. 사실 내 솔직한 학교생활은 예술 학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인문 학부에서 생활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은 문학과 예술에 대한 마음이 열정적이지는 못하다. 문학을 공부하고 난 뒤에 나는 내 스스로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내면이 조금 더 커졌다고 해야 할까? 나이를 먹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간이 참 야속하다고 생각된다. 예술가를 편파적이라 여기는 사람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