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에 읽었던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단순히 '신경숙'이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왜 신경숙이냐고? 내게는 신경숙보다 아직 좋은 작가는 없다. 나의 불온하고 온전치 못한 또 걸어다니는 것조차 힘겹고 어려웠던 그리고 고통의 나날 속에서 나를 지켜준 건 바로 신경숙의 소설이었다. 그녀의 소설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많이 아파하거나 갈피를 못잡고 매일 밤 시름시름 앓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산이.

바이올렛의 주인공은 고작 스물 셋의 여자다. 나는 한달여전까지만 해도 오산이처럼 스물 셋이었다. 그래, 나는 젊었고 어찌보면 어렸다. 그랬는데, 이제는 아닌걸까? 내 스스로 뭐든 걸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지면서 삶에 대한 그리고 세상과 모든 것들에 대한 부담과 두려움이 앞선다. 그래도 철이 들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자면 다행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역시나 부담감이 든다는 게 가장 정확한 말일 터이다. 사실 나는 모든 걸 받아들이기에도 벅차다. 그런데 많은 걸 발산하고 해결해야하니 머리가 터질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 같은 것이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어쩔 수 없는 것을. 오산이는 그 많은 그리고 격한 고통을 어떻게 이겨냈을지 대견하기도 하고, 또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녀는 어디로 갔을까?

이번에도 나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을 헤매었다. 왜냐고? 오산이, 그녀가 어디로 간지 너무나 보고싶고 가엽고 애틋하고 불쌍하고 동정이 가고 그래서다. 하긴 내가 그럴 입장은 아니지. 내 상처를 감싸기에도 급급한데 누구를 동정하고 위로하고. 그렇지만 상처마저 남에게 아픈 것마자 감싸안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언젠가는 광화문의 이곳저곳에서 사람들 속에 휩쓸려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나의 존재이지만, 그리고 서글픈 우리이지만, 우리는 그리고 나는 언제인지도 몰라도 아직 살아있기에 애써보련다.

누군가가 애타게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