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예술을 왜 하는 걸까. 이는 예술이란 무엇인가, 란 문제보다도 더 고심하게 다가온다. 시간은 꽤 흐른 것 같은데, 이 예술이란 게 물주고 햇빛 쏘여주면 쑥쑥 자라는 꽃이 아니어서 우리들의 마음을 애타게 하기 때문이다. 예술에는 문학, 미술, 음악, 건축, 영상……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우선 문학 지망생으로서 겪은 얘기를 말해보려 한다. 꼭 문학이라고 해서 미술이나 음악, 영상 분야의 지망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예술 안에서 우리들은 언제나 조금씩은 외로워지니까. 나는 이 글에서 손이 닿지 못하는 우리들의 깊숙한 마음 구석구석을 긁어보려 한다. 아주 솔직하게. 진정한 나를 보여주어야, 진솔한 타인도 볼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네 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를 기억한다. 무엇보다 ‘양동근’이 연기했던 남자주인공 ‘고복수’가 아련히 떠오른다. 덧붙여 복수가 서성이던 버스정류장까지도. 언제가 꼭 한 번 그 버스정류장에 가보고 싶다. 아쉽게도 그곳엔 버스가 서지 않는다고 한다. 원래는 택시가 서는 곳인데, 교통 혼잡의 이유로, 드라마 세트로 만든 곳이라고 한다. 드라마가 끝이 난지 3년이 넘도록 그 버스 정류장은 아직도 존재한다. 고복수를 사랑하는 글귀가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여진 채로. 나도, 고복수처럼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없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런 나를 구해준 게 소설이다. 소설 안에서 나는 내 인물들과 마음껏 놀아본다. 언뜻 지나친 타인을 모델로 삼고, 내 친한 친구 이름을 붙여 준다. 물도 주고, 모이도 먹여 준다. 내 마음에 담길 만큼만 키운다. 아직 내 필력을 알기 때문에 많이 키우면 날아가 버릴까봐 겁이 난다. 그래도 내가 내 소설 인물을 키우는 동안에는 「네 멋대로 해라」라는 글귀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번 학기 소설에는 고복수를 쓰려 한다. 그 수많은 문장들 앞에서 외소해질 만도 한데, 지금 나는 편안한 느낌이다. 고복수, 이 놈이 내 소설을 지탱해주고 저 멀리 앞서가며 나를 도와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또 쉬운 건 아니다. 이번 소설에서 고복수라는 인물 하나만을 그려볼 생각인데, 전경(이나영)이 없다고 앙탈을 부릴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불편할지도 모른다. 아쉽게도 내 손과 잔망만이 나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지, 내 영혼 자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내 소설 속 주인공을 나로 하고선,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때때로 나는 내 소설 속으로 숨는 것이다. 그리곤 불만이 많아 입이 비죽이 솟아나온다. “네 멋대로 해라!”하고 말하는 고복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