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는 인생의 연장선이다. 그러므로 한권의 책을 읽는 시간이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 만약 책을 읽는 시간 또는 읽은 책의 양이 중요했다면, 이 글이 전개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책읽기는 그것이 진행되는 순간보다는 진행된 후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 마음이 먹먹하더라도 그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면, 더 바랄 것이 없는 독서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독후감을 적는 것도 좋은 습관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그보다 읽은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인생을 열심히 사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소설가 김형경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이 가장 중요해요. 문학이요? 그건 삶을 치열하게 살고 난 뒤에야 생기는 거죠.” 또 소설가 전경린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삶은 나의 것이 되었다.” 이 두 소설가의 말은 인생을 살고자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열심히 살다가 접하게 되는 책 한권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좀 더 매끄럽게 닦아준다. 책읽기가 아무리 중요해도 간접경험 그 이상이 될 수는 없다. 소설가 중에는 자신이 체험하지 않은 것은 절대로 문장에 새기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가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직접 겪은 체험을 고스란히 들려준다. 젊은 시절의 낙태와 마약의 유혹 그리고 수많은 이별들. 거기에다가 이혼한 남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벌레처럼 느껴진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니 에르노의 그것을 광기나 혹은 추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열정의 습관으로 받아들인다. 진실 된 삶의 사유가 아니고서는 문장을 새길 수 없다는 엄격한 아니 에르노만의 작가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책읽기는 아무래도 인생의 연장선일 수밖에 없다.

   책읽기가 인생 자체는 될 수 없다. 벌레 중에 제일 졸렬한 벌레가 책벌레라고 한다. 인생을 열심히 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일상에 얽매이려고만 들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열정의 습관. 이제 발을 내딛어야 할 때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책읽기의 기술적인 면들과 철학적 사유의 깊이 있는 면들을 살펴보았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논의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굴곡이 깊을 것 같다.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순수문학이 무엇인지 몰랐고 철학 같은 것은 그쪽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보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산이었다. 지금에서야 느끼는 것이지는 굉장히 큰 후회가 된다. 철학을 조금 더 깨우쳤거나 순수문학을 일찍 접했더라면 내 인생은 아마 크게 달라졌으리라. 예전에는 독서를 하면서 감각을 지닌 적이 없었다. 오히려 성급했었다. 어떠한 책에 감동한 적은 없었다. 지금은 확실히 독서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 체감으로 확인할 수 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바로 천천히 그리고 사유하며 읽게 되면서부터였다. 인생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 또한 운명에 결정지어지기도 하지만 후회를 줄이는 방법은 노력밖에 없으니 무던히 걷고 또 걷는 수밖에. 예전부터 익히 들어온 말 중에 책 속에는 길이 있다, 라는 말이 있다. 정말로 그렇다. 그 길이 가깝든 멀든 한번쯤 가보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 글의 마무리에서 나는 또 고민해본다. 인생을 치열하게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는 것 같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괜스레 한 번 더 물어보기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