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말한 바대로 고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이 별로 없다. 좀 더 현대적으로 구체적으로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고전의 울림을 받아들이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도록 해보자.

   첫째, 지극히 우리만의 것이면서도 동양적(출발점)인 철학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의 역사 중에 춘추전국시대가 있다.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혼란이라는 것은 중심이 없는 것에서 비롯된다. 현재 우리시대의 철학이 그렇다. 철학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지만, 동서양 철학의 논리적 거론은커녕 한국의 철학 사이에서도 쉽게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없다. 정확한 해결책을 찾기란 하늘의 달 따기다. 이것은 철학의 본질적인 특성이라고 하기엔 모순적인 면이 있다. 우리의 철학은 헛바퀴를 돌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이미 우리 시대에 원본은 넘쳐난다. 오래된 역사일수록 그 뿌리는 단단하고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해석의 과정이 그것이 중요한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헛바퀴를 돌고 또 도는 일보다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만의 철학을 가지는 일이 가장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만이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모든 문화적인 면과 나아가 국제적인 면까지 확립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만 알 수 있는 철학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보편성을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만 아는 철학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논의될 수 있는 철학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진리를 획득해야 할 것이다.

   둘째, 현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고전이란 고전이 생성된 시기의 감정과 정서가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현대인에게 그다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힘들다. 하지만 고전의 생명성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것이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는 것보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수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다. 앞서 말한 “셰익스피어 이후 진정한 창작은 없다.”를 한 번 더 빌려보자. 현대사회에 쏟아지고 있는 것들은 모두 고전 속에 속한다. 그것을 조금 변형시켰거나 뒤집어 생각했거나 간단한 기교로 포장을 했을 뿐, 현대의 모든 것은 고전 속에 묶여 있기 마련이다. 혹자들은 고전의 밖에 서 보자라든가 고전에서 벗어나자는 논의를 펼치기도 하는데, 그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아직 세상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커다란 세상은 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전이 세상이 되기 때문에 세상의 밖, 우리가 존재할 수 없는 곳에는 사유도 그 무엇도 없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고전 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창작가들은 이것을 알고 있다. 고전이라는 커다란 매개체를 처음 접하는 이들은 고전에 속박 당한다는 생각을 저버리지 못한다. 그것을 잘못된 생각이다. 고전은 절대 우리를 얽매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뚫고 자라날 수 있는 고전을 우리가 등한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전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생각부터 한다. 그러한 태도를 고치지 않고서는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고전을 현대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그 안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셋째, 우리의 머리로 생각하자. 다시 말해 비판적이 되어 보자는 것이다. 고전이 현대적으로 해석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한들 그것을 또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면 실용적이지는 못하게 될 것이다. 또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된다면 그에 따른 문제점도 발생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가져야 한다. 이 세상 누구도, 다른 누구보다, 위대하다거나 훌륭할 수는 없다. 그것은 아마도 얼마만큼 노력을 했느냐 얼마만큼 마음을 열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다. 이진경 교수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저서를 비판적으로 읽어주기를 당부한다. 작가가 주장하는 것을 옳다고 여기면 받아들이기 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 의혹이 가는 부분은 언제라도 반문할 수 있는 에너지를 끌어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또 어느 문학 평론가는 소설가나 시인은 ‘병자’와 같다고 했다. 평론가는 상처투성이인 소설가나 시인의 병을 진단해주는 것일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다. 상처가 나기 위해서는 상처를 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또 그것을 치료해주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만약 세상의 이치가 이러하지 않다면, 노장사상이 태어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명맥이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노장사상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우쳐줄지라도 그것을 비판 없이 수용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언제 어느 것이든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우리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넷째, 거울이라도 삼아야 한다. 현대적이지 못한 고전이라도 우리에게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노장사상이 현대적이지 못한 것이지 그것을 읽는 우리가 전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들어 가장 답답할 때가 ‘성공하는 열 가지 법칙’ ‘명문대 어떻게 입학하나?’ ‘10억 부자 되기’등의 책을 읽는 독자들을 볼 때이다. 그것들의 내용은 단언하건데 거기서 거기다. 막말로 도덕경 한 권만 있으면, 그것들 몇 십 권을 보고 깨달을 이치를 단번에 깨달을 수도 있다. 만약 세 번째로 제시했던 우리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른다면 아무리 현대적이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리 어렵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도 고전을 읽으면서, 그것을 거울삼아 우리의 삶을 재검토하고, 본질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는지 살펴보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