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말 그대로 정통적인 또는 오랜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해마다 문화의 각 영역에서는 좋은 작품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사실 그 중에서 살아남는 것은 몇 되지 않는다. 이러한 희박함 속에서 몇 백 년을 살아온 고전은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 그런데도 현대인에게는 고전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그 오랜 시간의 벽이 너무나 두껍고 높기 때문이다.     세대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역사가 다름 아닌 현재와 과거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모든 세대는 그 세대에 고유한 관심사를 매개로 과거와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여 새 역사를 써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새로 작성할 것은 비단 역사만이 아니다. 철학이나 번역 문학도 마찬가지다. 세대마다 철학과 문학의 고전은 새로 번역되어야 한다. 「두시언해」는 조선조 번역 문학의 빛나는 성과이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시대의 두시 번역이 필요하다. 엊그제의 괴테 번역이나 도스토 예프스키 번역은 오늘의 감수성을 전율시키지도 감동시키지도 못한다. 오늘에는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호소하는 오늘의 번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철학의 입장에서 심각하게 논의되어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되짚어볼 노장사상의 문제점을 알아보도록 하자.

   노장사상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노자≫와 ≪장자≫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들의 저서에 표기된 문자를 그대로 이행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어려움보다는 불가능하다. 만약 노장사상의 가르침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모할까. 물론 현대사회의 모순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르는 문제점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첫째, 우리는 원시인이 될지도 모른다. 모든 문명을 다 버리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려면 아무래도 그럴 수밖에 없다. 둘째, 우리들의 인생이 적극적이거나 낙관적이지 못할 것이다. 노장사상은 인간의 욕망을 너무 억제하는 방향으로만 가르침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 사회의 이기적이거나 물욕적인 측면을 저하시키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구를 억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빼고는 더 이상 말할 것도 논할 것도 없다. 앞서 말했듯이 현대사회는 인간의 욕망이 쌓이고 쌓여 이룩된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의 욕망이 가득 차서 더 이상 그것을 피할 곳도 없을지 모른다. 셋째, 노장사상은 우리가 흘리는 땀방울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우리가 참아야하는 병을 쾌감으로 알아야 하며, 우리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오히려 소행으로 알라고 설교한다. 이런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현대인이 아니 현대사회가 종교적인 사회를 탈바꿈하지 않는 이상 이것은 아무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처럼 노장사상이 현대사회에 곧바로 들어오기에는 좀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또한 문자 그대로만을 읽게 되는 우리는 그것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게 되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없는 것이라 여기게 된다.

   이처럼 잠깐 짚어본 고전에도 문제점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오히려 해결점으로 바꾸어놓지 않았던가. 앞으로는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논의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