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표지 그리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과연 그 여덟가지가 뭔지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장을 넘기며 읽는 동안엔 딱 부러지는 것이 아닌 뭔가 모호하고, 한가지로 정의하기엔 복잡한 감정들이 깔려 있어 그 여덟가지를 찾아 보겠다던 생각을 수정해야 했다. 내가 생각한 것이 과연 맞는건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내겐 마냥 어리게만 느껴지는 나이의 여자애들이 그런 복잡한 생각을 가진다는 것도 놀라움 중의 하나였다. 요즘은 사춘기도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소릴 듣긴 했지만....

내가 그 나이때에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생각해 보니 이상하게도 떠오르는 것이 거의 없다.

어떠한 작은 혹은 큰 사건들이 계기가 되어 삶을 끊임없이 변하시키고, 날 상처받게 하고, 성장하게 했으면서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아이들에 비해서 참 어리다 못해 아기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때론 그때 느끼는 감정들이 죽을만큼(?) 힘들다고 생각했던 날들도 있었을테고, 어떤 일은 세상에 그보다 기쁜 일은 없을거라고 느끼던 날도 있었을텐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그저 별거 아니었던 일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문득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혀 다른 여덟가지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 하고 숨겨 두었던 혼자만의 비밀스런 생각을 적어 놓은 일기를 엿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든다. 그 감정에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낯선 느낌도 있지만 작은 사건들이 아이들의 일상을 뒤집어 놓고 아이에서 소녀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부모로써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동생을 출산하기 위한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서 아이에게 벌어지는 일상, 개에게 물리고는 광견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느끼면서도 차마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담담하게 개에게 물렸다고 얘기했을때 벌어지는 또 다른 반전은 안도감과 함께 웃음을 준다. 작은 일로도 감성 많은 아이들에겐 얼마나 커다란 고민으로 다가오는지 엿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운명은 아주 작은 에너지로도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글이 가장 가슴에 다가왔다.

왠지 느낌이 좋질 않아서, 혹은 정말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꺼리면 꼭 생각하는대로 이루어지는 것 말이다. 어쩌면 그 모든 것이 자신하는 생각이 하나의 에너지로 반응하여 생긴 것은 아닐까? 그래서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결과를, 나쁜 생각을 하면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했는가 보다.

생각만으로도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다.

어떤 작은 일에도 나만이 겪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을 겪고 있다는 슬픔을 느끼기도 했으면서도 시간이 지나니 정작 기억하지도 못하면서도 그땐 왜그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지, 복잡하게 생각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더 우위라고 생각했는지 돌아보면 우습기만 하다.

그래도 지나고 나니 그 순간이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감정에 가장 강렬하고, 충실하고, 자기 마음 속을 가장 잘 들여다 보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단순해지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게 된다.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에피소드들이 생각을 전환시키고, 어른이 되는 통과의례를 매순간 만들어 주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좀더 관심어린 시선으로 지켜봐줘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인생의 대전환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