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소녀 테라제는 어느 날 엄마, 아빠가 헤어지기로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릴 듣게 된다. 테레제는 그 순간에 제법 담담하게 행동하지만 내가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아마도 울고 불고 난리를 치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에게 있어 부모의 이혼은 세상의 종말과도 같은 두려움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진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를 생각하게 된 이유는 엄마가 보는 잡지에서 마흔이 되기 전에 해야 할 100가지 목록을 보고 자신도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사춘기 소녀가 꿈꾸는 이상을 막연하게 적는 것이었지만, 엄마에게서 듣는 절망적인 소식때문에 세상이 끝나기 전 꼭 해야 할 12가지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는 소녀의 두려움도 담겨 있고, 그것을 벗어나고 싶은 희망도 담겨져 있다. 그 목록을 작성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테레제는 상처를 나름대로 치유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사랑이나 세상의 종말을 계산에 넣고 있어야 하며, 신은 존재한다는 것과 미리 준비하면서 자신의 삶을 낭비하지 말아야 세상에 종말이 온 것처럼 절망적인 일이 생겨도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을 테레제는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위안 받기 위해 교회를 찾게 되고 거기서 얀을 만난다.

얀과 12가지 목록을 만들고 함께 실행하는 동안 테레제는 한층 더 성숙해진다.

사실 책을 읽는 동안 약간은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다.

부모의 이혼 소식을 들었을때 우리라면 어떻게 할까? 12가지 목록을 통해서 자신을 좀더 강하게 추스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를 바랬지만 정작 12가지 목록이란 것이 얀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되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테레제의 부모는 자신들이 불가피하게 이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그 이후 달라질 아이들의 삶에 어떠한 위로도 주지 않고 있어 아이 키우는 엄마로써 공감하기 어려웠고 마지막에 할아버지는 손녀가 남자 친구와 함께 먼 여행을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도 담담한 모습과 그 친구를 좋아한다면 입을 맞추라는 하는 부분에선 당황스럽기조차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속에 정답이 숨겨져 있는지도 모른다.

테레제가 할아버지에게 사람은 언제 어른이 되냐고 물었을때 자신이 믿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있을때라고 했다. 오래 망설이지 말라고.. 언젠간 죽게 마련인데 그 전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테레제는 얀을 향한 마음을 솔직하고 용감하게 표현함으로써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점점 어른이 되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 보다 더 좋은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꼭 해보고 싶은 목록을 적어 수시로 확인하며 살아야겠다. 살면서 많은 자극이 되리란 생각이 든다. 또한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에게 세상의 종말처럼 느껴지는 상황을 만들어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