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동갑이지만 결혼 12년차인 그녀는 매일이 즐겁고, 신랑을 보면 아직도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그에 비해 나는 결혼 4년차에 들어서며 가끔 즐겁고, 가끔 뒷통수만 바라봐도 미운 신랑이 있다. 그래도 알 수 없는 것은 그렇게 밉다가도 뭐 하나 예쁜 짓(?) 하면 금방 풀어지고, 무슨 일 있으면 또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부에겐 나름의 정이 있고, 부부만이 살아가는 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처음 책장을 펼치니 나오는 것은 결혼 만족도에 대한 테스트인데 만족도 20, 50, 80 중에 나는 50%의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그에 대한 처방으로는 보통 만족도로써 먼조 '좋아해'라고 말하고, 사랑이 필요하다면 당신이 먼저 한걸음 다가서라고 말하고 있다. 애정 표현에 서툰 내게는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성격이 팔자라는 말처럼 이쁨도 제 할 탓, 미움도 제 할 탓이다. 알면서 실천을 못해서 탈이지만....^^

처음에 신랑에게 끌렸던 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친정 아버지와 오빠들과는 다른 표현력 때문이었다. 남자들은 흔히 표현에 인색한데 신랑은 참 표현을 잘 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에 빠진 남자가 연애때만 발휘할 수 있는 변신술(?)이란 것을 알지 못한 것이 탈이었지만... 종종 그때를 떠올리며 참 좋았었는데 생각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내가 속았잖아" 하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물론 신랑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카툰 에세이엔 남편과 사이좋게 지내는 비결 24가지가 실려 있다. 그 중에 나온 '마트 데이트'를 보고는 웃음이 났다. 연애때 신랑이 마트엘 가자고 해서 간 적이 있다. 그때 쇼핑 카트를 끌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데 신랑이 전면에 있는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가르치며 너무 잘 어울리지 않냐고, 이렇게 함께 쇼핑을 하고, 맛있는 것을 해먹으며 너랑 살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즐거운 일상의 한부분이다.

즐거운 결혼이란 것이 뭘까? 그것은 꼭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둘이서 만들어 가는 소소한 일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냥 서로에게 최선을 다해서 사는거, 작은 것에 감동할 줄 알고, 그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이 즐거운 결혼생활을 만들어 가는 윤활유가 아닐까?

때론 아내의 아버지처럼, 때론 남편의 어머니처럼 지치고 힘들땐 서로의 부모로 변신해 감싸주는 것도 노하우가 아닐까 싶다. 

권태기란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게을러졌을때 생기는 것이다. 사랑은 주고 받는 것인데 받기만 하려고 해서 문제가 생긴다. 부부에겐 부부만 알 수 있는 어떤 연결 고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둘이 '부부'란 이름으로 엮어진 것이 아닐까...

나도 요즘 신랑에게 많이 게으름을 부렸던 것 같다. 좀더 부지런을 떨어야겠다.

때론 지치고, 뒤통수도 미울때도 있지만 사는게 다 그렇지 않을까.^^

나와 신랑을 꽁꽁 묶어주는 귀여운 딸이 있기에 아자~~ 더욱 힘을 내본다.

언젠가 신랑이 딸이 커가는 순간을 지켜 보는 것으로도 영광이라는 말을 했었다.

딸은 우리에게 아주 강력한 무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