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딸이 빠져 있는 놀이는 바로 공구 놀이예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의사 놀이에 열을 올리더니 이젠 공구에 관심을 갖네요. 전부터 아빠가 물건을 고치거나, 나사를 돌릴때면 신기하게 바라보더니 어느날은 혼자서 드라이버로 장난감의 건전지 넣는 부분의 나사를 빼놓았더군요. 사실 아이가 인형을 가지고 놀기 보다는 남자애들이 갖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살짝 걱정을 하기도 했었지만 남자, 여자로 구분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는대로 책이나 장난감을 접해주고 있고요. 

애플비의 'SOS 공구놀이'는 공구 박사 될래요 책과 4개의 공구로 구성되어 있어요. 케이스도 손으로 들고 다니기 좋은 손가방 식으로 되어 있어서 공구가 아무데나 돌아다니지 않고 정리를 잘해서 보관할 수 있어서 좋고요. 일반 공구 상자 장난감이 아니라 책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서 각 공구의 이름은 무엇인지, 어떨때 사용하는 것인지 알려 주고 있어요. 망치, 멍키스패너, 드라이버, 파이프렌치, 버니어캘리퍼스, 펜치, 볼트와 너트, 톱 등 다양하고 편리한 공구를 만나게 되요.

그림 책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공구의 용도를 인지한 후로는 곧잘 상황에 맞게 가지고 놀더군요. 아이가 좀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빠 공구 박스와 딸의 공구 박스를 비교해 보았어요. 같은 공구를 들어서 그것이 무엇인지 맞추다 보니 아이가 즐거워 하더군요. 장난감과 실제 공구가 모양이 같으니 재미있어 하고, 무게가 다르니 그 차이가 새삼 느껴지는지 신기해 하더군요. 사실 아이에게 가르쳐 주다 보니 저도 공구의 이름과 용도를 정확히 알게 되었어요.

요즘 그림 그리기를 재미있어 하는데 그 중에서 특히 아빠 손이나 자기 손을 직접 대고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공구를 직접 대보고 그리게 해주었어요. 나중에 색칠도 하게 하니 아빠 공구, 장난감 공구, 그림 공구를 보면서 좋아하네요. 망치를 쾅쾅 두드리기도 하고, 펜치로 볼트를 빼기도 하고, 드라이버로 나사를 돌려 풀거나 조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그림책이 들어 있어 더욱 재미있게 가지고 놀 수 있는 것 같아요. 책 속 주인공 보람이처럼 공구 박사가 되어 고장난 물건들을 척척 고쳐주고 싶어해요. 요즘은 건전지 교환해야 하면 꼭 자기가 한다고 하면서 드라이버를 달라고 하네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아이가 마음껏 경험하게 해주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이도 자신이 한 것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요. 

장난감이나 다른 물건들이 고장나면 고쳐서 쓰기 보다는 쉽게 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공구 놀이로 고장난 물건을 써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자연스럽게 그 소중함을 알려 줄 수 있어요. 쉽게 싫증내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주는 동시에 자신이 가진 물건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큰 자산이란 것을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