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면서도 예쁘지만 왠지 쓸쓸한 늦가을 바람 냄새가 뭍어나는 그림책이다. 로라가 아기 오리를 발견하면서 둘은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야생을 잊지 못하는 오리에게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마냥 행복한 일이 아니란 것을 아는 로라가 어떤 생각을 하고, 행동할지 그와 똑같은 마음이 되어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로라가 보는 것을 나도 보고 있다. 그러면서 난 로라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관계를 맺는다, 길들인다.... 왠지 어린왕자의 여우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닮아 있다.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친구가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만 반드시 소유하여 내 옆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란 것을 알기에 사랑하지만 상대가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것이다. 이별은 아프지만 언제까지나 잊지 않고 마음 속에 살아 있기에 영영 이별은 아니다.

항상 내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상대에게 더 많이 바라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가면서 만남을 갖지만 마음 한조각 내어주지 않고 쉽게 잊혀지는 그런 세상과 사람들의 한 사람으로 이 책이 더욱 가슴에 들어온다. 작은 동물을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과 친구를 위해 멋진 이별을 준비할 줄 아는 마음이 예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상대를 인정하면서 배려하는 사랑이 가장 따뜻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 따뜻함이 담겨 있어서 참 좋은 그림책이다. 굳이 글을 읽지 않아도 그림이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마음으로 읽는 책이기에 더욱 좋다. 아이에게 진정으로 가르쳐 주고 싶은 삶의 가치들을 좀더 여운있게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