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다.  염화미소, 이심전심, 불립문자 등 처음 이 사자성어들을 접했을 때 참 묘한 매력에 빠졌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한다. 말이나 글이 아니어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니 이보다 더 통함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염화미소, 나도 부처의 미소처럼 입가에 미소가 걸릴 수 밖에! 

   난 불교 초보다. 불자가 아니므로 불교 초보라 해도 굳이 부끄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금강경이나 불경에 대하여 한 번쯤 정독하고 싶은 염원이 있었다.  왜 있지 않은가! 꼭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스태디셀러인 성경을 한 번쯤 읽어보고 싶은 것처럼!  불교는 개화기 즈음 들어온 외래 종교보다  훨씬 이 전에 이 땅에 자리잡았고 무엇보다 자연 속에 묻힌 사찰의 분위기가 좋아서  호기심이 더 하는 것 같다.  산속 깊은 곳으로 사찰이 옮겨져야 했던 사연은 마음 아프지만.  속세를 벗어나 잠시나마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쉬어 갈 수 있게 하는 편안함이 있어서  내게 사찰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 되었다.

   각설하고  ’불교초보 100문100답’ 은  불교 초보인 나에게 참 명쾌하다.  수행중인 신도이거나 학생인 사람이 질문을  해 놓으면 작가 김성철 교수가 답을 해주는 문답형식의 책이다.  질문한 사람들은 어쩌면 불교 초보가 아닐지도 모른다.   100가지 질문과 정성껏 답해 놓은 것중에는  불교 초보인 나에게 난이도 높은 것도 많다.  하지만 차례대로 기필코 읽을 필요는 없다.  그 많은 질문들 중에서 쉬운 것부터,  재미있는 것부터 읽어 내려도 무관한 책이다.

    내가 생각할 때 불교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윤회설이다.  죽어서 인과응보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것, 윤회는 비정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죽은 후에 삼악도 三惡道, 즉 아귀,짐승, 지옥의 세가지 나쁜 세상 중에 한 곳에 다시 태어나는데,  다시 지금과 같은 인간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야 된단다.  내가 죽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가장 바람직 한 것은 다시는 이 윤회의 세계에 태어나지 않는 것이라 한다(滅).   윤회의 세계에는 천신들이 사는 하늘나라도 포함 되는데 이 윤회의 세계에 태어나지 않으려면 우리 마음속의 번뇌를 제거해야 한다.  불교에서는 내생에 하늘나라에 태어나는 것도 궁극적 목표로 삼지 않는다.  짐승으로 태어나거나 아귀로 태어나거나 지옥에 가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하늘 나라에 태어나도 언젠가 다시 아래로 떨어지기에 불교에서는 하늘나라조차 태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는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반을 체득해야한다.  열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속 번뇌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  번뇌의 대표적인 것은 ’탐욕, 분노, 어리석음’ 인데 이것을 삼독이라고 부른다.  수행을 통해 이 삼독심을 완전히 제거한 성인이나 아라한, 부처는  다시 태어나지 않고 적멸(완전히 사라지는것)한다고 한다.  이것이 불교수행의 궁극적인 목표인 ’열반’ 의 의미이다.

   나 같은 사람이  감히 삼독을 제거할 수 있을까!  죽었다 깨어나도 열반한 부처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니, 다만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매사에 수행하는 마음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난 윤회가 없기를 바란다.  이 몸 죽으면 흙이 되고 나무의 거름이 되어 주면 그 뿐이다.  내세가 있다는 말에  늘 불만이다.  물론 내세는 없다고 믿고 있지만 만의 하나라도 있다면? 있다면? 그렇다면 지옥에만큼은 떨어지지 않기를.....,

   살생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 음행하지 말라, 욕하지 말라, 이간질하지 말라, 감언이설하지 말라, 탐욕을 내지 말라, 잘못된 종교관을 갖지 말라 등 부처님의 가르침인 십선계 十善戒를 잘 지키며 살기란  세속의 사람으로서 참 힘들다.  십선계를 지키며 살아야 최선의 삶이지만 세속에 사는 불자는 그를 모두 지키기가 힘든 까닭에 차선으로 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실천하지 못했을 때 잘못인줄 알고 항상 참회하면서 자비를 실천하며 사는 차선의 삶이  불자들의  최선의 삶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육식을 금하고 있는데  육식을 하는 것 자체가 악업을 짓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고기 중에는 오정육 五淨肉 이라고 하여 ’죽은 것을 직접 본 것이 아닌 고기’’죽는 소리를 듣지 않은 고기’’나를 위해 죽인것이 아닌 고기’’병들거나 다쳐서 스스로 죽은 고기’’남이 먹다가 남은 고기’ 등을 먹는 것은 죄업이 되지 않으며 육식을 위한 살육이나 약자를 파괴하는 전재, 실험동물의 살해 등은 죄업의 크기가 엄청나다고 한다.

    흔히들 육식은 하지 말라면서 채식은 왜 합니까, 식물도 살아있기는 매 한가지인데요. 이런 의문과 불만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부처님 가르침에 의하면 식물은 중생에 속하지 않는단다.  생명과 중생이 동의어라고 할 때 불교적 관점에서 식물은 생명이 아니다.  식물은 DNA로 이루어진 세포덩어리일뿐이란다.  중생이 되려면  지,수,화,풍 사대에 식 識이 부착되어 있어야 하는데 다시 말해서 고기덩어리인 육체에 귀신이 오버랩되어야 한단다.  식물이 중생에 속하지는 않지만 풀이나 나무를 함부로 베어서는 안된다.  그 속에 중생(벌레등 미생물) 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100가지 질문에 100가지 답 가운데 일단 독자의 입맛대로 몇 가지만 소개해 본다.  이 외에도 두고 정독해야할 불교이론에 관한 질문과 답도 상당수이다.  그 동안 불교에 대하여 어깨 너머로 엿듣던 이야기를  책을 통하여 정독할 수있어서 좋다.  굳이 불자가 아니라도 종교 기본 입문서 교양서로 흥미롭다.  백 가지 답 중에서  일부만이라도 알고 사찰을 찾는다면 발걸음이 더 끈끈해 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수긍하고 안 하고는 각자 독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