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펑펑 울리는 먹거리 책도 다 있네요?

공선옥 작가님, 어쩌자고 사람의 눈물과 콧물을 이렇게 쏙! 빼놓는지요? 새벽녘의 독서라 감성에 치우쳤나 싶었으나 한낮 지하철에서 읽는데도 눈물 핑, 콧끝이 찡한, 이 난감을 어쩌면 좋을까요.

 

그런데 또 이 책을 쓰면서 작가님 또한 얼마나 많은 눈물과 쉼표를 두고 숨을 돌리며 썼을까 상상이 됐답니다. 그 눈물은 아름다운 회한과 그리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에 대한 눈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향기나던 땅에서 채취한 싱싱먹거리에 얽힌 추억, 가난, 사랑, 정, 나눔, 이웃사촌, 자연인으로서의 자연동화된 삶, 그 자연동화가 낭만은 아니었다쳐도, 지나고 나니 모두 아픈 낭만이지요. 돌아가고싶음은 간절하나 이제는 무슨 수를 쓴데도 갈 수 없는, 아늑하고 아득한 옛날에 대한 아련함, 그런 것이 막 느껴졌습니다.

 

몇 년전 이 책을 누군가에게 듣고, 흥미로웠는데, 잊고 말았지요. 그러다가 얼마전 박완서님의 마지막 유고 산문집 (못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속에 이 책에 대한 소개가 잠깐 나오더군요. 그래서 이번엔 기필코 읽게 되었지요. 내내 푸근한 독서였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아무말 없이 주었을때 나처럼 공감할 사람이, 적어도 서너명은 머릿 속에 스치고 지나더군요.

 

작가님이 어린시절을 보낸 전라도의 곡성은 아니더라도, 어린 시절 흙에서 자란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은 벌써 그 시절 그 들판, 그 산길, 그 개울가, 그 논둑으로 돌아가 있을 정겨운 내용입니다. 그리고 독한 양념냄새 배인 요즘 요리가 아닌, 흙에서 이제 막 캐낸, 먹거리 본연의 향긋함이, 또 별 양념 없이도 조물조물 만들어진 엄마표 나물, 찜, 구이,국,생으로도 먹을 열매들의 향이 여기까지 흘러와, 코끝이 간질간질, 침이 꿀꺽꿀꺽 했답니다.

 

특히나 그 토란요리는 저도 꼭 해보고 싶네요. 어린시절 우리 엄마가 만들어주던 포근하고 미끈하던 토란탕이 아직도 혀끝에 맴돌건만, 어떻게 만드는지를 몰라, 잊고 있었는데, 작가님 말대로 뜨물에 담그었다가 뜨물로 만들어볼랍니다. 그런데 토란이 언제쯤 나던가? 가을쯤 되어야 밭에서 나오는 제철 토란을 먹을 수 있겠지요.

 

읽는내내 작가님의 고향, 내 어린시절의 고향을 오락가락하며 즐거웠답니다. 나 또한 먹거리의 향을 중시하는지라 마트에 가면 우선 향부터 진단하지요. 본연의 향을 가진 재료를 만나면 뿌듯하지만, 축축하여 물비린내만 진동하는 채소들을 보면, 그럴때는 과감히 그 요리를 포기하는 때가 많답니다. 책 속의 사진에서 보는, 흙에서 막 꺼내는 채소들, 정 가득 조촐한 한 대접의 요리를 보며 어찌나 오감이 즐겁던지요. 작가님의 추억담도 더불어 행복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