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추리소설인데요. 참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일본소설에다 추리소설, 원래 나에게는 집중 곤란한, 설상가상의 취약한 장르인데요. '수수께끼 풀이는 저녁식사 후에' 는 뭐랄까. 굉장히 경쾌했다고 할까요. 히죽거리며 추리에 동참하면서요.

 

여섯 개의 단편 중 한 편만 살인 미수이고 나머지는 살인사건에 연루된 작품인데요. 책 표지의 그림을 보면 어떤 사람들 같으세요? 두 명은 형사이고 한 명은 운전사거든요. 여기 등장하는 형사들의 이력은 참 재미있어서 마치 일본식 만화 속 주인공 같다고 할까요. 매우 비현실적인 인물 설정이지만, 읽는 사람은 한 편의 드라마를, 아니 여섯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답니다.

 

큰 키에 안경을 걸치고 한 여름에도 더블 블랙 슈트를 즐겨입구요. 총명한 눈빛을 가진 저 멋진 청년은? 가게야마. 앞에 앉은 여형사 레이코 집안의 집사이며 운전수죠. 도무지 남의 집사일을 하고 있기에는 뭔가 무척이나 아까운 인물이에요. 원래는 야구선수나 탐정이 되고 싶었던 그는, 레이코가 수 많은 사건을 안고 올 때마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 술술, 그 과정에 홀딱 빠지게 만드는 유머있고 정중하며 명석한 청년이구요. 지혜의 샘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죠. 그의 추리력과 분석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풍선부는 아가씨, 레이코. 아름다운 여형사이며 대재벌인 호쇼 그룹 총수의 딸이랍니다. 집사인 가게야마가 운전하는 리무진을 타고 출퇴근하구요. 물론 경찰서나 사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내려줍니다. 티나지 않는 명품을 착요하고요. 그녀가 재벌의 딸인 것을 아는 것은 상부 몇 명뿐이거든요. 출퇴근 시간이면 가게야마는 그녀를 호화저택까지 에스코트하구요. 그때부터는 형사가 아닌 대재벌의 딸로서 호화롭고 품격있는 일상을 누리는 거죠.

 

그리고 잔뜩 모양을 내고 권총을 잡은 남자는 바로 레이코의 상사인 가자마쓰리 경사. 그 또한 대단한 집안의 아들이죠. 유명 자동차 제조회사인 '가자마쓰리 모터스'의 도련님이거든요. 그런 도련님이 왜 그 험한 일하는 경찰관이 되었을까요. 언제나 은색 재규어에 경광등을 얹고 거리를 질주하기 위해, 경찰관이 되었다는 소문이 도는, 괴짜 경부인데요. 레이코와 비슷한 재벌가의 도련님이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레이코와는 상반되는 가자마쓰리 경사, 늘 자부심에 업되어 있고요. 아직은 일사천리로 사건 해결은 못하지만, 열정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하구요. 귀여운 구석이 다분한 사람이에요.

 

가게야마, 저녁식사 후에 사건을 고민하는 아가씨 레이코를 위해 늘 사건의 자초지종을 원하고요. 또 도움주기를 여섯 편 모두에요. 책 제목의 '수수께끼'는 바로 사건을 추리하고 분석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처음 두어 편은 자연스럽게 파헤치는 가게야마의 진행에 감탄하다가, 그 다음부터는 그의 입에서 어떤 추리가 나올 지, 나도 함께 머리를 굴려보기도 했답니다. 마치 경합하듯이요. 물론 제대로 콕 집어 맞추지는 못했지만,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들어요. 살인사건이라고 해서 하드코어는 아니구요. 적절한 유머와 반전이 잘 버무려져 읽기에 즐거웠어요. 그 추리 과정은 물이 빠져나가듯 거칠것이 없었다는 말씀,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가끔 일부 경찰관들 뇌물 수수와 비리도 많고 비굴할 때도 있잖아요. 그런데 레이코와 가자마쓰리처럼 대재벌의 아들딸이 경찰관이 된다면 어떨까. 부족함 없이 모든걸 가진 그들이니 어떤 부정한 유착같은 것이 불필요할 것도 같구요. 그러므로 경찰관 본연의 임무인 사건해결에만 혼신을 다할 것 같구요... 그래도 사람의 일은 모르는 걸까요. 하긴 돈이건 권력이건 가진 사람이 더 한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이 소설 속 주인공들 만큼은 왠지... 그러나 이 설정 자체는 좀 오버같죠? 경쾌한 만화같기고 하고요. 어쨌거나 사랑스런 인물들임은 확실해요.

 

그 동안 머리복잡하다는 이유로 추리를 멀리했던 사람이 있다면, 안성맞춤일 것 같다는 생각,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