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을 [기역]으로 발음하는지 [기윽]으로 발음하는지, ’ㅅ’을 [시옫]으로 읽는지 [시읃]으로 읽는지, 우리말 한글의 자모는 기본자모 24자와 합성자모 16자를 합하여 40자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ㄱ’과 ’ㅅ’를 전자처럼 발음하지 않는다하여 벌금을 물리거나 또는 한글 자모 40자를 알고있다하여 밥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정확히 알고 사용한다면 그것이 우리말에 대한 예의이자 자신에게도 더 큰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

 

사춘기 국어 교과서라고 해서 청소년용 책인 줄 알았으나 읽다보니 유익한 정보와 재미가 함께 있어 뿌듯했다. 언어의 기본이 되는 자모와 띄어쓰기에서부터 별생각 없이 습관처럼 쓰고있는 애매한 어휘들, 관용적 표현들, 언어의 친교적 기능, 외래어 표기법에 관한 것, 어휘반복으로 인한 비문법적 표현들, 어떤 낱말이나 문장이 갖는 유래나 배경, 그림문자라고 하는 이모티콘을 포함한 인터넷 언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내용을 한 권에 담았다. 그렇다고 딱딱한 문체가 아니니, 그림이나 예화를 들어 독자로하여금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한다.

 

특히 우리말의 묘미가 가득 녹아든 관용적 표현이나 의미중첩표현 그리고 통신어와 관련있는 신조어 등은 재미가 더하다. 관용적 표현이란 둘 이상의 낱말로 이루어져 그 사이 다른 문장 성분을 끼워 넣을 수 없으며 원래 뜻과는 다르게 사용하는 표현이다. 또한 오랜 세월 그 나라의 문화가 스며있어 외국인이면 이해가 곤란하기도 한, 우리말의 맛깔스러움이 한껏 우러나는 자랑스런 표현이다. 쉬운 예로 ’결혼하다’ 의미의 ’국수를 먹다’ 이 문장 사이에는 ’맛있게’나 ’많이’ 등 다른 부사어를 넣을 수가 없다. 관용적 표현에는 관용어와 속담이 포함되는데, 우리 조상들의 삶에서 배어나온 슬기와 지혜를 엿볼 수 있어 놀라울 정도로, 즐겁다.

 

의미중첩. 예를 들면 ’역전 앞’ (前과 앞), 외갓집(家와 집). 이는 비문에 해당하여 문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며 시험에 출제되었을 경우,당연히 오답처리다. ’역전’이거나 역앞’ ’외가’여야 표기법에 맞다. 그러나 ’외갓집’이라고 해야 정겨운 외할머니가 계시는 분위기가 난다면? 이러면 어떨까. 문학에서는 ’시적 허용’이라는 것이 있다. 표준어에 어긋나지만, 문학에서 효과를 누리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 우리가 모르게 사용하는 의미중첩의 낱말들이 참 많은 것이 현실이다. 하나하나 뚜렷이 구분하여 쓴다면 옳겠지만, 그게 어렵거나 아쉽다면, 의미중첩의 말을 평상시 구어체로는 써도 무방한 것으로. 단 공식적인 자리와 객관적인 자료에 사용하는 것을 구분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신조어. 상큼발랄 참신한 말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웹문화의 영향이 클 것이다. ’완전 사랑해’’완전 소중해’’완전 좋아’’완전 맛있어’... ’완전’는 ’완전히’를 줄여 쓴 말인데, 이제 너무 익숙해져서 표준어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언어라는 것은 변화한다. 없던 것이 생기기도 하고, 있던 것이 없어지기도 하고 또한 뜻이 변하기도 하고, 그리고 언어는 언중들의 지지를 받는다. 그래서 그 낱말이 ’두루’ 오랫동안 쓰이게 되면 하나의 표준어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명사인 ’완전’을 부사처럼 사용하는것도 그만큼 언중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이 ’완전’이 완전 좋다.

 

’생각을 키워주는 10대들의 국어책’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을, 한 번 읽고 조카에게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나에게도 아주 유용하여 좀 더 내곁에 두어야겠다. 몇 가지 사례를 들었으나 이 책 안에는 모두 스물 다섯 가지의 이야기들이 신선하고 자세하고 자상하다. 청소년이 읽게 된다면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넓은 배경지식이 될테니, 국어에 대한 친근함도 더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