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글은 꿈이고 희망이다. 열정이고 실천력이다. 이정표를 제시하고 고고를 외친다. 자신의 직접 경험에서 우러난 메시지로 읽는 사람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한다. 소진한 채로 주저앉아 있으면 안될 것 같은 긴장과 에너지를 뿜는다. 갈 길을 잃었다고 마냥 망양지탄에만 빠져있게 하지 않는다.

 

재미있는 세계여행이나 계속하지 왜 힘든 긴급구호를 하세요? 한 대학생의 물음에 그녀는 답한다.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고, 내 피를 끓게 만들기 때문이죠.

 

그녀를 가슴 뛰게 하는 일은 난민구조활동이다. '긴급상황에 긴급구호'다.

내전이 심각한 나라들,지진과 홍수,가뭄으로 굶주리고 영양실조나 에이즈,폐결핵으로 죽어가는 난민들과 아이들을 구하는 일. 젖 한 모금 먹지못하고 엄마 품에서 죽어가는 극빈 속의 아기들, 독초와 나무뿌리,흙으로 연명하는 아이들, 내전 소년병으로 끌려가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된 사람들, 가난한 나라, 가난한 부모를 만난 죄밖에 없는 그들을, 살리는 일이다.

 

그러니 그녀의 심장이 뛰지 않고 어떻게 배기겠는가.

 

바로 눈 앞에서 수류탄이 터지기도 하고 바로 옆 건물에서 총알이 빗발치기도 하며 지뢰를 밟고 다니는 아찔한 순간도 있다. 지진으로 수백명의 시신앞에 서기도 한다. 당장 철수하라는 협박을 받기도 하고 현지인의 미움과 오해를 받기도 한다. 만약 인질로 잡혔을 경우, 긴급요원의 몸값은 '0'원이라고 한다. 한 푼 두 푼 모아준 후원자의 후원금을 몸값으로 지불할 수 없으며 또 돈으로 타협할 경우 인질범은 더 큰 사건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열악한 사지를 발로 뛰는 것이 살아있는 보람이며 행복이라니, 그녀의 배포는, 알아줘야 한다.

 

대한민국에도 굶주리는 사람이 많은데 왜 다른나라에까지 가서 긴급활동을 하느냐는 물음에 대하여.

 

세계적인 구호 단체의 발생지는 한국이었다고 한다. 월드비전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 고아와 미망을 돕는 일부터 시작했고 이 도움은 1990년까지 계속되었다고? 그 때까지 원조를 받았다고? 지금 우리 상황에서 보면 믿기지 않을 수도있다. 그러니까 40여년 동안 우리도 다른나라 사람들이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도움을 받았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 나라의 국민이 하나같이 풍요롭게 잘 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그들도, 콩 한 쪽을 나눈 셈이다.

 

다행히 1991년부터는 완전히 원조를 끊고 우리도 우리 돈을 모아 다른 나라를 도와주게 된것이다. 대한민국은 수혜국에서 지원국이 된것이다. 20년 전만해도 원조를 받는 나라였다니,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에 다시 한번 놀라는 대목이다. 결초보은이다. 도움을 받았으면 정성껏 되돌려 주고 갚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그녀의 일곱 번째 책인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의 이 책으로 숙제를 해야한다는 아이에게 그 책 없으면 내가 빌려주련? 하고 잊기 전에 책장에서 꺼내놔야지, 하다가 잡은 김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다시 한 번 읽게 된 비야언니의 책이다. 그녀처럼 '우리'의 범위를 확장하여 살고픈 마음이, 다시 간절해진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

이것은 그녀가 자신에게 거는 강한 의지이며 독자에게 주는 주문이며 또한 실천력의 요구가 아닐까.

대한민국의 지도 밖, 제3의 나라에서 구원의 손길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따뜻이 손내밀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