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때 다 읽었는데, 책의 내용이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갑자사화를 소재로 한 소설은 현재까지 너무나 많다.
연산군과 관련된 이야기는 드라마, 영화로도 무수히 나왔던 이야기이다.
영화 <왕의 남자> 역시 연산군시대의 갑자사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책 역시 갑자사화가 나오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모티브는

내시 김처선의 일생을 기준삼아 일어나고 엮어지는 역사적 사실을 모태로 하고 있다.

내시의 삶과 궁녀의 삶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내시가 왕의 남자, 궁녀는 왕의 여자...
내시는 그냥 왕을 보필하는 비서가 아니라, 정말로 정치까지 좌지우지 할 만큼의 힘과 권력을 가질 수도 있었던 그 위치에 있다.

리뷰를 쓰면서도 김처선의 왕을 보필하겠다는 그 충성심이 생각이 나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연산군까지 무려 5대를 모신 내시 김처선,
오로지 자신의 본분은 전하를 업어서 키우고 보위에 오르도록 받들어 오는 것이라 여긴 사람...
궁중에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권력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것을 받든 사람..
윤숙의(폐비윤씨)의 당부인 '원자를 보호해달라' 는 것을 자신의 목숨까지 걸면서 지켜온 사람..

연산군의 악행에 몹시 화가 난다.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가 사실은 아니겠지만서도 충분히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들이 많기에...
자신의 어미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리하지 않았을 것을..
결국엔 중종반정으로 물러나고, 독살을 당하게 되는 비운의 왕임에는 틀림없다.

그의 삶을 바르게 이끌려고 노력한 내관 김처선..
책이 너무 재미있었기에 읽으면서 마음도 너무 아프고, 가슴을 조리면서 보기도 하고,
인상을 찡그리기도 하고... 그랬었던 것 같다.

허공을 달려오는 한겨울 삭풍이 전각의 모퉁이를 후려치고 달아났다.

문풍지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고 앙상하게 헐벗은 겨울 나뭇가지들이 부러질 듯 휘어지곤 했다.

춥다. 뼛골이 시리게 춥다. (p.171)
이 문장을 옮겨오긴 했지만 이 책 속에는 이렇게 유려한 문장들이 많이 나온다.
작가의 문장력이 돋보인다.

드라마로 왕과나 김처선이 방영될 것이라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과연 김처선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지 몹시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