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꽂힌 수 많은 책 가운데 이 책을 골라서 읽게 된 이유는 단순히 제목 때문이었다.

내가 너무나 고독한 상태였기 때문에 <백년의 고독>이라는 제목이 마음을 끌었다.

이 책은 근친혼을 하면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가 태어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사촌간에 결혼을 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그 혼령을 피해 마꼰도라는 마을로 이주를 한 '부엔디아' 가문의 이야기다.

우리나라도 근친혼을 금지한다. 난 한 번도 그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왕족의 혈통 유지를 위해 우리 선조들도 혈육간 결혼을 하지 않았었나...그런데 왜 이제는 안되는거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이라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일이 이 책을 읽으며 무척 궁금했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마꼰도'라는 마을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동막골 같은 이미지로 내게 다가왔다. 아무도 알지 못했던 마을에 가끔 집시들이 와서 새로운 문명을 전해주다 전쟁이 나고 철로를 놓고 하면서 마을은 수 많은 사람들로 가득차게 되고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마꼰도라는 마을을 처음 만들게 된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부부는 호세 아르까디오라는 아들과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라는 아들, 아마란따라는 딸을 낳게 되고 그 이후의 자손들은 이 세 이름을 되풀이하며 이름이 주는 나름의 규칙성에 따른 삶을 살게 된다. 

100살이 넘게 가문을 지탱해온 우르술라를 비롯한 많은 자손들은 각자의 고독 속에서 살아가며 6대손인 아우렐리아노가 고모인 아마란따 우르술라와 관계를 갖게 되어 태어난 아우렐리아노가 돼지꼬리를 갖고 태어나면서 이 집안을 무의식 중에 지배하던 근친상간에 대한 열망이 결국은 한 모두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작가가 카프카의 <변신>을 읽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변신>에서 보였던 환상적인 이미지와 마법같은 이야기가 이 책에서도 펼쳐지게 된다. 또 수 많은 인물들이 되풀이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모두가 각자 다른 인물임을 보여주는 설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백년이 넘게 가문을 지탱해 온 우르술라에게 가장 정이 많이 가는 것은 나도 결혼을 한 여자이기 때문이겠지만, 그녀처럼 꿋꿋하게 가족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닮고 싶어진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을 읽고도 나의 고독이 치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