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쿠니 가오리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다. <냉정과 열정사이>로 처음 그녀의 책을 접하고 일상생활처럼 펼쳐지는 그녀의 글이 좋아졌다.

이 책에는 가호와 시즈에라는 두 친구가 등장한다. 서른의 그녀들은 어려서부터 함께 하며 서로 모르는 것이 거의 없다. 서로 잘 알기 때문에 서로에게 상처주고, 서로를 위로해주고, 같이 속상해하고, 또 함께있어 안도감을 얻는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친구를 만드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적당한 거리의 아는 사람은 많이 있지만 내 속을 보여줄 수 있는, 내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들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내 친구들이 생각났다. 나도 그녀들을 잘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잔소리하고 상처주며 그녀들의 사랑에 참견하고 한 편으론 내가 상처받고 외로워하고 친한 친구이기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속앓이를 한 적도 많았다.

가호가 시즈에에게 버림받았다는 감정을 갖는 것도 이해가 되고, 시즈에가 가호를 보며 과거에서 헤어나와 정상적으로 살라고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내 친구에게 나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결국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결국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갈 뿐이다. 친구들은 그걸 지켜봐주는 것이고.

난 가호보다는 시즈에에 가까운 편이지만, 가호의 상처받은 마음이 더 이해가 되는 건 왜일까?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책들처럼 이 책의 주인공들도 상처받고 외로운,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난 그녀의 책이 좋고, 마음이 울적할 때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