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이라는 제목과 영화 <페이스 오프>의 모티브가 되어 준 책이라는 간단한 소개만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실험 중 사고로 얼굴에 화상을 입은 남자가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얼굴은 겉껍질일 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고 되뇌이며 다짐하지만 세상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붕대로 칭칭감은 그를 보는 사람들은 무서워 피하거나 안스럽고 불쌍하게 바라본다. 우연히 보게 된 기사를 통해 만난 의사는 그에게 얼굴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장치이며 얼굴없이 붕대를 감고 살아가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의사를 통해 알게 된 방법을 통해 스스로 자신만의 가면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가면을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단절된 채 지내고 있는 자신의 부인에게 이용하고자 한다. 가면을 쓰고 부인을 유혹한다는 설정이 난 참 어이없었다. 어떤 여자가 자신의 남편을 못 알아본다는 건지...아무튼 남자는 가면을 쓰고 부인에게 접근한다. 부인은 그의 뜻대로 따라주고 그는 자신이 부인을 유혹했다는 사실에 환희를 느끼는 한편 너무나 괴로워한다. 자신의 부인이 그렇게 쉽게 다른 남자에게 유혹당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어하는 본인과 가면을 쓴 타인 사이에서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다 세 권의 노트에 긴 편지를 쓰고 부인을 기다리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고 간단한 쪽지를 남긴다. 처음부터 당신인 줄 알았다고. 당신이 그렇게 하길 원하는 것 같아 따라준 것 뿐인데 자신을 부정하게 생각하는 걸 참을 수 없어 떠난다고.

난 부인이 심정이 이해가 간다. 아무리 내 남편이 얼굴이 바뀐다 해도 몸이 변하지 않고 목소리가 변하지 않고 그의 사소한 몸짓이 변하지 않는데 어떻게 남편을 못 알아볼 수 있단 말인지...영화 <페이스 오프>에서도 숀 아처의 부인은 얼굴이 바뀐 남편을 알아보지 않는가...그게 여자다...그런데 남편이 자신을 부정하게 여기는 걸 어찌 참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책에서 중요한 내용은 그것이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사람을 만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얼굴이다. 얼굴이 예쁜 사람은 기본적으로 좋은 이미지로 출발한다. 하지만 얼굴이 정말 흉하게 못생기거나 이 책의 주인공처럼 화상을 심하게 입었다거나 한다면 그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 내면을 가졌든 상관없이 그 내면을 알려줄 시간조차 얻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거부당한다. 나 역시 그것이 잘못된 일인 줄 알지만 기본적인 이미지는 외모로 판단하니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자의식이 강한 남자다. 화상을 입기 전까진 너무나 자신감있게 살아왔기에 얼굴 하나가 자신에게 큰 의미를 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붕대를 두르고 다니던 삶과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삶은 너무나 다르게 다가온다. 그래서 괴롭고 고통스럽다. 가면을 쓴 나는 내가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답답함. 그는 가면을 썼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그건 자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그에게 얼굴은 어떤 의미일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난 여전히 잘 모르겠다. 얼굴이 중요한 건지 아닌지...이성은 얼굴보다 내면이 중요한 것이라 말하지만 본능적으로 얼굴로 시선이 가는 나는 어찌해야 하는건지...나도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