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의 가슴아픈 이야기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가슴 저 밑바닥에서 차오르곤 한다. 왜 우리 민족이 이렇게 힘든 고통을 당했어야 하는지 정말로 참담하다.

역사를 좋아하던 내가 근대역사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참을 수 없는 역사에 분노하면서 처음에는 점점 역사에서 멀어져갔다. 그런데 피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 역사를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면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질수가 없다. 가슴아픈 역사이니 저멀리 외면시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똑바로 인식해야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제목과 표지그림만으로도 밝고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라는걸 직감할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있었던 어떤 이야기일까!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우리나라를 발판삼아 태평양전쟁에 참가하면서 강제징용은 더 심해졌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형을 대신해 징용에 끌려가게 된 강재..2년만 고생하고 오면 면서기를 시켜준다는 최주사의 말이 다 거짓이라는 알지 못한채 친구 천석이와 함께 일본땅으로 끌려간다. 천석이는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도 나누지 못한채 나무를 팔러 왔다가 끌려오고 만다. 당시의 강재징용은 힘없는 백성들에게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둘이 도착한 곳은 바로 바닷속 탄광이 있는 야마구치현이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바닷속 탄광 속에서 겨우겨우 버티던 강재와 천석은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마찬가지라 생각하고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천석이를 놓치고 다시 잡혀온 강재는 또다시 탈출을 감행..천석이 살았다면 있을지도 모르는 제철소를 찾아간다. 천석이 나가사키 조선소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지만 그곳 또한 미군의 원자폭탄 투하로 인해 전쟁터를 방불케한다. 일본인들 뿐만 아니라 끌려왔던 조선 사람들까지도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되었다.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천석을 가까스로 구해 조선으로 오는 배를 타기까지 강재는 자신이 살던 경상도 호미곶을 다시 한번만 밟을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살아남는다. 부모님과 일본의 방직공장으로 끌려왔다는 여동생은 어찌 되었을까..궁금하지만 거기까지는 독자의 상상으로 맡겨진다.

 

검은 바다..바다 속에도 탄광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정말 있었던 일인가?

작가 또한 조세이 탄광의 생존자 김경봉 옹의 증언을 통해 바닷속 탄광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화를 통해 그때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 있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한다.  

자신들의 욕심만을 챙기려 우리 민족을 사람취급도 하지 않은 그들은 아직도 반성하거나 용서를 구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아픈 시대를 겪어야 했던 우리 민족의 아픔을 우리는 함께 느끼고 가슴아파하고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 저 검은 바다에 갇혀 나오지 못하는 분들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