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의 어느 산골마을에서 살았던 성실어매가 들려주는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전라도 지역의 구수한 사투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기에 정겹기도 하면서 반면에 전라도 사투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지금은 이렇게까지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지만 고향에 내려가보면 우리들 부모세대들끼리는 아직도 이렇게 심한 사투리를 쓰는 경우도 많다.

어렸을때 할머니로부터 옛날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기에 나에게는 이러한 사투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해듣는듯한 느낌도 받았다. 이제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기에 <강마을에 한번 와볼라요?>속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낯설기도 하겠지만 어릴적 향수가 있는 어른 독자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면서 재밌어할 책이다.

조금 부족한듯 하지만 마음씨가 한없이 착한 독바우, 사내애들처럼 밖으로 뛰쳐나가 놀기를 좋아하는 덜렁이 성실이, 홍식오빠를 좋아하는 선자, 매식이, 상남이, 광필이, 현니 그리고 덕길아버지를 구해 메기를 얻어먹게 된 흰둥이와 억척스러움 때문에 독하다는 말을 듣고 사는 매식엄마, 이장으로서 자기 욕심만 챙기기 바빠 사람들로부터 인심을 얻지 못하는 이장 광필아베의 이야기는 옛날 우리가 사는 한 마을의 모습이었다.

한 마을안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어느 집에 좋은 일이 생겼는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알고 있다. 누구네 집 자식은 상탔다더라 누구네 집 자식은 또 싸움질해서 부모가 학교에 다녀왔다더라~ 소문도 금세 퍼진다. 논에 서로 물을 대느라 싸웠다가도 또 금새 화해하고 서로 품앗이를 하기도 한다. 이것이 사람사는 모습인 것이다.

현대사회를 사는 요즘 아이들이 옛날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공감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러한 동화를 통해 그 시대의 삶을 들여다보며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를 희망한다. 오랜만에 옛추억을 끄집어내볼 수 있는 책을 만나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