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동아시아사를 시대 순서대로 나열하지 않는다. 저자가 역사적으로 얽힌 복잡한 요소들 중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뽑아내어 주제별로 탐구하도록 배치하였다. 그 키워드란 동아시아를 둘러싼 국가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 인물, 사건, 사상, 종교, 문화 등에서 꼭 알아야 할 60개 어휘를 말한다.

본문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에는 5~10개의 표제어가 들어 있다. 동아시아사 국정교과서(2종)의 내용을 골고루 반영하고 교과서에 맞춰 한중일 중심으로 내용을 이어가는 한편 베트남, 몽골 등의 역사도 함께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이 여러 분야 지식을 총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이해하고 있느냐를 평가하는 수능과 논술 시험의 출제 경향과 부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1장은 역사의 서술 방법과 태도에 관한 내용으로 시작하여 역사용어, 주요 협정과 사건 등을 다루고 있다. 춘추필법, 역사왜곡, 네오콘, 합종연횡, 항왜, 이이제이, 미쓰야 협정, 류탸오후 사건, 인간 선언 등이 키워드다. 1) 춘추필법. 객관적인 사실을 바탕으로 비판적인 태도로 역사를 서술하는 춘추필법(춘추직필)은 공자가 저술한 <춘추>에서 유래한 용어로 역사 서술의 한 방법이다. 춘추는 봄 춘과 가을 추를 뜻해서 ‘세월’을 비유하는 말이자 춘분과 추분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2) 역사왜곡. 역사를 ‘진실을 찾아가는 길’이라 말한 헤로도토스의 주장과는 달리, 역사를 사실과 다르게 쓰거나 미화하거나 삭제하는 경우를 역사왜곡이라 한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임나일본부설 등을 예로 꼽는다.

3) 네오콘. 네오콘이란 네오(neo:새로운)와 콘서버티브(conservative:보수주의)가 합쳐진 말로 신보수주의를 뜻한다. 전통 보수주의는 미국에 직접적인 피해가 없는 한 국제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다른 나라의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뜻에서 고립주의라고도 한다. 반면, 신보수주의는 직접적인 위협은 물론,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국제 문제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자고 주장한다. 신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가치에 대항하는 세력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국방 예산 지출 부담과 자원을 노린 전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비판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일본에도 네오콘과 유사한 정치 세력이 등장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강한 일본’을 지향하며 옛 인물 중 후쿠자와 유키치(‘강자의 말이 곧 법’)를 추종한다. 일본 네오콘은 일본 경제의 장기적인 불황과 국운의 쇠락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대해서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보게 되었는데, 첫째는 ‘제목과 그 내용이 부합하는가?’였고, 둘째는 종결어미를 해체(두루 낮춤)로 하여 비격식체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 :  춘추필법은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이야.) 이 책에서 선정된 동아시아사와 관련된 60가지 키워드는 흥미롭다. 그러나 키워드 간 논리 관계는 있으나 시대적 흐름의 순서가 일정치 않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종결어미가 해체인 점은 내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가독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