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국내외적으로 중국문화에 대한 연구는 많이 진행되어 왔으나, 중국문화에 대한 국내 서적들이 중국 자연환경과 중국인, 국가에 대한 개괄에서 시작하여 중국의 문자, 언어, 예술, 역사, 문학 등을 한꺼번에 싣고 있어 중국문화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그 깊이가 결여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본서는 중국 문학과 예술, 고대와 현대 중국인의 삶의 모습을 좀더 깊이 조명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중국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문화와 문학, 차와 문학, 문학과 영화, 철학과 예술의 문제까지 깊이와 외연을 확장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있고, 중국문화와 한국문화와의 관계, 세계문화 속에서의 한중문화 및 그 정체성, 동서 문학의 접점을 이루고 있는 다른 인문학의 연구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1부 ‘문화와 민간문학’에서는 우렁각시 고사를 통한 한중 문화의 보편성과 특수성, 인간적 욕망에 몸부림치는 여귀들의 이야기 등을 다루며, 2부 ‘중국 차문화’에서는 차문화를 기원기, 태동기, 형성기, 발전기 등 시기별로 나누어 상술하고 있다. 3부 ‘삶과 죽음’에서는 노신의 생사관, 한중 두 시인(하이즈, 기형도)의 죽음의식 연구 등을 소개하며, 4부 중국영화에서는 <인생>에 나타난 정치권력과 실존 문제, <홍등>에 나타난 섹슈얼리티와 권력 욕망, <부용진>에 나타난 정치권력과 이데올로기 등을 다루고 있다.

 

4부 ‘중국영화’에서는 80년대 가장 인기가 있었던 영화 <인생>, <홍등>, <부용진>을 소개하고 있다. 영화 <인생>과 원작 <살아간다는 것>의 비교를 통해 두 작품의 이동점을 살피고 <인생>에 표현된 정치권력에 의한 인민의 희생과 생존 갈등의 관계를 다룬다. 원작과 달리 장이머우 감독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대한 그늘을 표현하기 위해 지리적 배경, 내용과 인물의 운명, 서사시각 및 방법 등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인생>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운동이 중국 국민들에게 가져온 고통과 희생을 묘사함으로써 정치권력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이러한 정치운동 과정 속에 중국 보통 인민들의 삶에 대한 욕망을 푸꾸이 가족의 인생 역정을 통해 묘사하였다.

 

슈테판크라머는 <인생>을 “은폐된 상징성을 배제한 채 서술만 하고 거의 꾸미지 않는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연출된 이 영화는 역사의 질곡을 헤쳐나가는 부유한 지주의 아들이자 난봉꾼인 푸꾸이의 인생사”라고 소개했다. 1940년대부터 문혁 종결 직후까지 중국현대사를 배경으로, 실체가 없는 그림자극을 통해 정치권력적 욕망과 인민간의 관계, 인민들의 희생을 표현한다. 기존의 장식적이고 색채 미를 추구한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의 예술적인 영화 풍을 배제하고 가식 없는 서사적 리얼리즘으로 희비극을 반복하여 역사 속의 지배자의 과오를 간접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결국 누구를 위한 운동이고 누구를 위한 혁명이었는지, 대약진운동의 허구성을 요우칭의 죽음과 대비시키고, 문화대혁명 10여 년의 세월을 펑샤의 죽음과 관련시키면서, 중국사회의 정체성 상실을 개인으로부터 사회 비판으로까지 확대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