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음악은 반드시 그 곡조가 쉽고, 훌륭한 예는 반드시 그 형식이 간편하다.

악이 지극하면 원망이 없게 되고, 예가 지극하면 다투지 않게 된다.

大樂必易, 大禮必簡. 樂至則無怨, 禮至則不爭.

 

<예기>에서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 15%를 발췌 번역한 책. <예기>는 주나라 말기에서 진한시대까지의 예에 관한 학설을 집록한 책으로, 현재 전해지는 <예기>는 전한 시대 대성이 정리한 <소대례기>다. <예기>는 유가 경전 중 오경의 하나. <주례>, <의례>와 함께 ‘삼례’라 한다. 예경이라 하지 않고 <예기>라고 하는 이유는 예에 대한 기록이나 경전을 보완, 주석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례>가 예의 경문이며 <예기>는 그 설명에 해당된다고 본다. 그러나 <예기>에서는 의례의 해설과 함께 음악, 정치, 학문 등 일상생활의 사소한 영역 등도 포괄하여 예의 근본정신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의례>의 해설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한다.

 

<예기>는 여러 사람이 잡다하게 기록한 것을 모은 책이기에 내용이 체계 없고 번잡한 면이 있으며 편차의 배열도 일정한 원칙이 없다. 정현은 전한 학자 유향의 <별록>을 참고로 예기의 목록을 아홉 가지로 분류한다. 원나라 오징은 <예기찬언>서 <대학>과 <중용>을 제외한 47편을 여섯 부분으로 분류한다. <예기>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의례에 대한 해설 부분이다. 둘째, 예 일반에 대한 철학적 이론 및 잡다한 기록이다. <예기> 내용은 주로 중국 고대사회의 생활 의식에 관한 기록이다. 고대사회에서 예의 영역은 국가 통치 제도, 사회적인 관습(道理)의 규정, 개인의 수신 등 광범위하다. 통치 수단이나 교화 방법인 예를 기술한 <예기>는 유가적 예치주의를 선양하기 위한 교재로 중시되고 그 영향은 삼례 중 가장 크다고 한다. 무엇보다 <예기>는 중국 전국시대와 진한 시기 유가사상 및 사회사상을 연구하고 유가적 예치주의를 이해하는 데 기본이 되는 책으로 한반도에도 일찍부터 생활문화 등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예의범절 및 예의 정신과 그 의미 등을 기록한 곡례 편은 이렇다. “공경하지 않음이 없으며, 단정하고 엄숙한 듯이 생각하며, 안정감 있게 말하면, 백성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 “거만한 마음을 길러서는 안 되며, 욕심을 따라서는 안 되며, 뜻을 가득 차게 해서는 안 되며, 즐거움을 극도로 누려서는 안 된다.”, “예라는 것은 가깝고 먼 것을 정하고, 혐의스러운 것을 결정하며, 같고 다른 것을 분별하고, 옳고 그른 것을 밝히는 것이다.”, “몸가짐을 수양하고 실천하는 것을 착한 행동이라 하니, 행동이 수양되고 말이 도리에 맞는 것이 예의 본질이다.”, “앵무새가 말을 하지만 하늘을 나는 새에 지나지 않으며, 성성이(유인원에 하나)가 말을 하지만 금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사람이 되어서 예가 없다면 비록 말을 하더라도 또한 금수의 마음과 같지 않겠는가? 대개 금수에게는 예가 없으므로 아비와 자식이 암컷을 함께 취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인이 일어나 예를 만들어 사람을 가르쳐서, 사람들로 하여 예가 있게 하여 스스로 금수와 다름을 알게 했다.”, “예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등짐 진 장사치라도 반드시 존경할 만한 점이 있으니, 하물며 부귀한 사람은 어떻겠는가! 부귀로우면서 예를 좋아할 줄 알면 교만하지 않고 음란하지 않으며, 빈천하면서도 예를 좋아할 줄 알면 뜻이 겁내지 않게 된다.”

 

음식의 예 중 하나인 연례에 대해 기록한 연의(燕義) 편은 이렇다. “윗사람이 반드시 바른 도리를 밝혀서 백성을 이끌면 백성이 이끌려 공이 있게 되니, 그런 연후에 그 10분의 1을 세금으로 취한다. 윗사람의 재용이 풍족하고 아랫사람이 궁핍하지 않게 되며, 이 때문에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화친해서 서로 원망하지 않게 된다. 화합하고 편안함은 예의 효용이며, 군신 상하의 대의다. 그러므로 연례는 군신의 의리를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예의 효용을 (상하 관계에) 화합과 편안을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점, 상하 관계에 놓인 사람들이 서로 원망하지 않고 의리를 굳건히 하려면 결국 윗사람이 바른 도리로써 아랫사람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 등이 인상적이다. 다음은 <예기>의 목차 및 해제이다.

 

1. 곡례 상(曲禮 上)과 2. 곡례 하(曲禮 下) : 곡례란 자세한 예의, 즉 구체적인 예의 절목이란 뜻. 여러 가지 예의범절 및 예의 정신과 의미 등을 자세히 기록.

 

3. 단궁 상(檀弓 上)과 4. 단궁 하(檀弓 下) : 모두 복상과 매장에 관한 내용을 기록. 편 머리에 단궁이란 사람의 일을 말하여 곧 편명이 됨.

 

5. 왕제(王制) : 이상적인 정치제도에 대해 기록. 특히 고대의 이상적 토지제도라고 하는 정전법에 대한 기록이 비교적 상세함. 왕제란 왕자의 정치제도란 의미.

 

6. 월령(月令) : 1년 열두 달 조정에서 행할 정령을 기록. 주로 천문, 역술에 관한 기록과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는 연중행사 등에 대해 기술. 이 편의 내용은 <여씨춘추>[십이기] 내용과 거의 일치함.

 

7. 증자문(曾子問) : 특수한 경우의 변례에 관한 내용을 주로 기록. 증자의 질문에 공자가 대답하는 형식.

 

8. 문왕세자(文王世子) : 주나라 문왕, 무왕, 주공 등의 언행과 주나라의 대학 교육, 양로의 예법 등을 기록함.

 

9. 예운(禮運) : 주로 예의 변천 또는 변화의 법칙에 관해 기록. 특히 공자가 대동사회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동양의 이상사회론에 관한 내용으로 주목할 만한 부분.

 

10. 예기(禮器) : 인간 생활의 규범이 되는 예의 성격과 이를 따르는 데서 생기는 효과를 주로 기록. ‘예기’란 그릇이 인간 생활에 필요한 도구인 것처럼, 예라는 규범 또는 인간에게 필요한 도구라는 의미.

 

11. 교특생(郊特牲) : 천자의 제사에 관한 내용과 관혼, 조근, 연향 등에 관한 내용을 기록.

 

12. 내칙(內則) : 집 안에서 부부간 지켜야 할 예절과 부모를 섬기는 예절, 음식 예절, 자녀 교육 등에 관한 내용을 기록. ‘내칙’이란 집 안에서 행해야 할 예절.

 

13. 옥조(玉藻) : 천자의 의복, 음식, 거처에 대한 예법과 일반 군자의 의관 등 복식 제도에 대해 주로 기록. 옛 문물제도를 자세하게 고찰할 수 있음. ‘옥조’란 천자의 면류관 앞뒤에 발처럼 늘어뜨린 주옥을 꿴 끈을 말함.

 

14. 명당위(明堂位) : ‘명당위’란 천자가 제후를 조회시켜서 존비의 위치를 분명히 밝히는 궁실을 말함. 주공이 그의 조카인 성왕을 도와서 명당에 조회시킨 일과 성왕이 주공에게 봉해진 노나라에게 예악을 하사해 이를 행한 일들을 기록.

 

15. 상복소기(喪服小記) : 상복 및 상례의 사소한 일들을 기록. <의례>[상복] 편을 보완하는 성격을 지닌 내용.

 

16. 대전(大傳) : 조종을 높이고 친족을 친애하는 인도의 대의를 기록, 위 편을 이어서 복상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기록.

 

17. 소의(少儀) : 상견례나 선물을 보내는 방법 등과 같은 자잘한 예법에 대해 기록.

 

18. 학기(學記) : 교학의 의의를 설명. 주로 하, 은, 주 삼대 교육제도와 학문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기록.

 

19. 악기(樂記) : 악의 의미 및 예와 악의 관계, 예악의 정치적 효과 등에 대해서 기록. 중국고대의 음악에 대한 이상을 알 수 있음. 이 편의 내용은 <사기>[악서] 및 <순자>[악론] 편의 내용과 다수 일치.

 

20. 잡기 상(雜記 上)과 21. 잡기 하(雜記 下) : 제후로부터 사에 이르기까지 상례에 관한 일을 기록. 상례 이외에도 여러 내용이 잡다하게 기록되어 ‘잡기’란 편명이 붙음.

 

22. 상대기(喪大記) : 임금과 그 이하의 사람이 처음 죽었을 때부터 소렴과 대렴, 빈장에 이르기까지 상장 의례에 관한 일을 기록.

 

23. 제법(祭法) : 천신과 지기, 인귀 등의 여러 신에게 제사 지내는 법에 대해 기록.

 

24. 제의(祭義) : 제사의 의의에 대해 기록. 제사의 기본적인 마음가짐인 효도와 경로의 도리에 대해 기록.

 

25. 제통(祭統) : 제사의 근본 의의에 대해 기록. 통이란 근본이란 뜻.

 

26. 경해(經解) : 육경이 사람을 가르치는 도리임을 기록, 특히 예에 중점을 둠.

 

27. 애공문(哀公問) : 노나라 애공과 공자 사이의 예에 관한 문답을 기록.

 

28. 중니연거(仲尼燕居) : 공자가 제자인 자장, 자공, 자유 3인과 한가로운 시간에 예에 대해서 문답한 내용을 기록.

 

29. 공자한거(孔子閒居) : 공자가 한가롭게 있으면서 자하의 물음에 답한 내용을 기록.

 

30. 방기(坊記) : 선왕이 제도를 만들어 백성이 잘못된 곳으로 흐르지 않도록 방지한 일에 대해 기록. 방坊이란 방防과 같음.

 

31. 중용(中庸) : <사서>의 하나로 독립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다루지 않고 있음.

 

32. 표기(表記) : 공자가 인仁에 대해서 말한 것을 자세하게 기록. 구체적인 내용은 경敬에 대한 의리, 의義, 군자, 임금을 섬기는 도리, 언행의 요점, 복서卜筮의 소중함 등으로 나눌 수 있음.

 

33. 치의(緇衣) : 임금이 백성을 교화시키는 일과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일, 입신행기立身行己의 도리 등에 대해 기록함.

 

34. 분상(奔喪) : 타 지역에 거주하다가 상을 당해 급히 집으로 돌아가는 예법에 대해서 기록함.

 

35. 문상(問喪) : 거상居喪의 예에 대해 기록함. 전반부에서 애통한 정황에 대해, 후반부에서 상례의 의의에 대해 주로 기록함.

 

36. 복문(服問) : 상복의 의의에 대해 기록함.

 

37. 간전(間傳) : 상복의 경중 사이에 낀 슬픔의 발로에 대해 기록함.

 

38. 삼년문(三年問) : 상복을 입는 기간의 의미에 대해 기록함.

 

39. 심의(深衣) : 심의 제도(深衣制度)에 대해 기록함. 심의란 상의와 하의가 서로 연결된 옷으로 제후, 대부, 사가 저녁에 입는 옷. 몸이 깊숙이 감추어지게 만들었기에 심의라고 함.

 

40. 투호(投壺) : 대부나 사가 빈객과 함께 잔치를 벌일 때 손님을 즐겁게 해주던 투호의 예에 대해서 기록함.

 

41. 유행(儒行) : 공자가 노나라의 애공을 위해 유자의 행실을 열거한 것을 기록함. 그 내용은 사람의 떳떳한 기개를 나타낼 것과 심후한 풍모를 마음에 포옹해야 한다는 것.

 

42. 대학(大學) : <중용>과 함께 사서의 하나로 독립되어 있어, 다루지 않음.

 

43. 관의(冠義) : 관례의 의의에 대해서 기록.

 

44. 혼의(婚義) : 혼례의 의의에 대해서 기록.

 

45. 향음주의(鄕飮酒義) : 향음주례의 의의에 대해서 기록. 향음주례란 향당주려鄕黨州閭에서 현자를 초청해 베푸는 음주의 예를 말함.

 

46. 사의(射義) : 활쏘기의 예에 대해서 기록. 활쏘기는 육예六藝의 하나로 고대에는 활쏘기의 예를 통해 사람의 덕행과 사람됨을 살펴 인물을 선택했다고 함.

 

47. 연의(燕義) : 음식의 예 중 하나인 연례에 대해 기록함.

 

48. 빙의(聘義) : 손님을 맞이하는 예법인 빙례에 대해서 기록. 빙례에는 천자가 제후를 어루만지기 위한 것과 제후가 천자를 섬기는 것, 그리고 제후 사이에 친선을 도모하기 위한 것.

 

49. 상복사제(喪服四制) : 상복이 지닌 네 가지 의미를 기록.

 

<예기>의 15%를 발췌하여 번역했지만 본문은 해제와 함께 원문과 대조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내용도 충실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맨 앞에는 ‘해설’ 부분도 있어서 여러모로 <예기>를 부담 없이 살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