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문장가와 사상가 그리고 성군이라 불리었던 이들은 무도 왕성한 독서가였다. 이 책은 조선의 지식인으로 불리던 이들의 독서이야기를 담았다. 벼슬의 높고 낮음이 과거를 통한 문장력의 평가에서 비롯되었고, 덕망의 높고 낮음이 독서를 통한 지혜로서 평가되었다. 세상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교육의 기본이 바로 독서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조선의 지식인들은 자신, 가문, 나라를 올바로 세우는 것이 독서라고 여겼다. 그래서 조선 명문가에서는 독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수행의 한 과정으로서 도서는 후대의 물려줄 유산으로 꼽힐 만큼 죽음도 초월할만한 가치로 여겨졌다. 조선 사대부들은 정독과 다독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각자만의 방법도 찾아내었다. 공부 환경, 독서 요령, 글쓰기 방법에 대해 폭넓고 깊게 생각하고 실천한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조선 지식인들의 삶과 학문에 대한 견해를 다루고 있다.

 

유성룡은 조급한 성취 심리를 경계하는 말을 한다. “요즘 서울의 젊은이들은 빠른 성공만을 원한다. 마치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처럼 빠르게 성공하는 기술만 찾는다. 옛 성현의 글이 담긴 책들은 다락방에 처박아두고, 매일처럼 남의 비위나 맞추는 글을 찾는다. 그리고 그 말을 도둑질해 시험 감독관리의 눈에 띄도록 글을 지어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유성룡은 독서 방법으로 학이사위주 즉 ‘생각’을 중점에 두고 책을 읽을 것을 권하였다. 학습의 순서도 제시한다. “사서는 지식의 창고다. 사서를 근본으로 삼지 않으면 다른 책을 읽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드시 사서의 내용을 깊게 생각하고 많이 읽도록 하라. 다음으로 시와 서를 익히고 문장에 통달해야 한다. 문장을 완전히 내 것으로 하면 글을 짓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으로, <대학>은 임금의 바른 정치를, <중용>은 하늘의 이치, 충성과 용서, 덕, 인간성 등을, <논어>는 공자의 말씀, <맹자>는 유학자의 가르침을 싣고 있다.

 

정약용은 독서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 보았다. “오직 독서 이 한 가지가 큰 학자의 길을 좇게 하고, 백성을 교화시키며, 임금의 통치를 도울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짐승과 구별되는 인간다움을 만든다.” 그는 자신의 서재를 ‘삼사三斯’라고 했다. “학문을 하는 세 가지 자세는 바른 행동, 바른 말, 밝은 얼굴이다. 이 세 가지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다 해도 제 몸 하나 간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함부로 말하고, 멋대로 행동해 세상을 훔치는 도적이 된다. 또 죄악을 저지르고 이단과 잡술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서재 이름을 ‘삼사’로 지을 생각이다. 삼사는 난폭함과 태만을 멀리하고, 비루함과 천박함을 멀리하며, 진실을 가깝게 하는 것이다.”

 

아들 사도세자를 비명횡사케 한 영조는 손자를 강하게 공부시켜야만 약육강식의 궁중에서 다른 왕족과 신하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고, 나라를 책임지고 다스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조선의 어느 왕보다 극성으로 손자의 교육에 신경을 썼다. 영조는 신하들 앞에서 네 살 도니 손자를 평가한다. <효경>을 읽게 하고 글을 쓰게 한 것. 손자는 신체발부수지부모 불감훼상효지시야를 읊고서 ‘사람의 살과 뼈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풀이하고는 부모 두 글자를 써 보였다. 영조는 감격하여 ‘하늘이 이 나라에 복을 주신다.’라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영조가 <효경>을 읽게 한 것은 조선 통치이념인 효사상과 자신의 몸을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의도였던 것이다.

 

이민적의 집안은 조선에서 3대 연속 장원급제를 하였다. 그 이면에는 달리기가 존재했다. 그 내용이 <대동기문>에 나온다. 하루는 홍문관 관원인 이민적이 숙지하는 날에 셋째아들 이이명을 대궐에 데려갔다. 이민적은 열세 살의 어린 아들에게 말했다. “밥을 다 먹었구나. 그러면 청사를 뛰어라.” 청사를 가볍게 뛴 아들에게 이민적은 다시 물었다. “소화가 다 되었겠구나.” 아들이 “예!”라고 대답하자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위가 부담스럽지 않으면 책을 읽어라.”

 

<연려실기술>에도 일화가 실려 있는 이언적은 기보다 이를 중시하는 학설을 설파했다. 그의 학설은 이황에게 계승돼 영남학파의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조선 성리학의 한 특징이 된다. 그는 서경書鏡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한다. “책 읽으면서 내 마음 바로 잡고, 거울 보면서 내 모습 바로 잡는다. 책과 거울이 항상 앞에 있으니 잠시도 바른 길에서 멀어질 수 없다네.” 유배 시절에는 스스로 경계의 글을 쓰기도 한다. “첫째, 날마다 몸가짐을 세 번 반성하라. 둘째, 무게감이 있고 안정되게 행동하라. 셋째, 정신이 맑고, 공부를 깊게 하라. 넷째, 세속의 공부에 연연하지 말고 마음을 닦는 공부에 신경 써라. 다섯째, 옛 책을 많이 읽고, 좋은 글을 많이 써라. 여섯째, 사치와 욕심을 버려라. 일곱째,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라. 여덟째, 일은 광명정대하게 처리하라.”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삶인가, 죽음인가’에서는 ‘전쟁 때도 책을 놓지마라 – 유성룡’, ‘어린 며느리 귀양지에서 책을 읽다 – 정부인 김씨’, ‘3대에 걸친 독서 유언 – 김수항’, ‘못다 핀 천자문 – 박팽년’, ‘아버지를 살리려면 독서를 해라 – 정약용’, ‘나라를 유지하는 힘은 책에 있노라 – 영조’, ‘나라를 찾는 법은 공부에 있다 – 전우’, ‘죽음을 각오한 결심으로 공부하라 – 권양’, ‘시험 부정은 정승도 용서하지 않는다 – 이건명’, ‘붓과 벼루가 아닌 칼을 물려주는 까닭을 생각하라 – 김성일’ 등을 소개한다.

 

2장 ‘정독인가, 다독인가’에서는 ‘서재가 새둥지처럼 작다고 탓하지 말라 – 이만수’, ‘읽고 외우고 생각하고 적는다 – 기대승’, ‘열흘의 노력이 위대한 습관을 만든다 – 홍대용’, ‘책 이불과 책 병풍을 아는가 – 이덕무’, ‘1억 1만 3천 번을 읽어 내려가다 – 김득신’, ‘책이 있는 곳이 지상낙원이다 – 허균’, ‘하루에 책을 30번 읽는 방법 – 이인상’, ‘공부를 하다가 병을 얻다 – 최충성’, ‘나는 책벌레가 되련다 – 장유’ 등을 소개한다.

 

3장 ‘환경인가, 요령인가’에서는 ‘왜 어버이부터 책을 읽어야 하는가 – 이경근’, ‘시간은 빨리 가고 청춘은 다시 오지 않는다 – 이경여’, ‘가난하다고 공부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 정홍규’, ‘사람이라면 시와 글 공부는 당연하다 – 박하담’, ‘공부 분위기는 스스로 만든다 – 이덕형’, ‘공부 장소로는 어디가 좋은가 – 이황’, ‘공부는 어머니의 영향이 크다 – 최옥’, ‘공부방에서 지켜야할 22가지 계율 – 성혼’, ‘자녀 교육에 가정교사는 안 된다 – 성해응’, ‘독서는 보수적으로 하라 – 안정복’, ‘과거시험에서는 상세하게 쓰라 – 윤선도’, ‘글을 먼저 쓴 뒤 책을 읽는다 – 이상수’, ‘질문이 모든 공부의 기초다 – 허목’, ‘노력 없는 편안한 삶은 없다 – 서유구’, ‘독서는 다만 책 속에 있지 않다 – 홍길주’ 등을 소개한다.

 

4장 ‘수행인가, 실용인가’에서는 ‘독서는 수행이다 – 송시열’, ‘먼저 뜻을 세워라 – 이이’, ‘책을 읽기에 앞서 집안을 정리하라 – 강덕준’, ‘공부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 강종열’, ‘책 보면서 마음 잡고, 거울 보면서 얼굴 잡는다 – 이언적’, ‘역사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 임징하’, ‘시험 감독관의 판단에 연연하지 말라 – 상진’, ‘공부도 실사구시다 – 박지원’, ‘책을 빨리 쓰려는 마음을 경계하라 – 홍만종’, ‘삶에 도움이 안 되는 책읽기는 필요없다 – 정제두’, ‘공부를 했으면 정치에 적용하라 – 이수광’, ‘철저히 탐구하고 논증하다 – 이기지’

 

5장 ‘우연인가, 필연인가’에서는 ‘300년 전의 편지에서 우정을 보다 – 김원행’, ‘어머니가 쓴 필사본이 가져온 기연 – 조태억’, ‘부채에 새긴 글로 누대의 세교를 알다 – 김유근’, ‘가장 좋은 친구는 공부하면서 사귄 친구다 – 이형상’, ‘3대 연속 장원의 비결은 달리기다 – 이민적’, ‘명문 사립학교를 만들다 – 윤순거’, ‘인간의 완성된 업적은 책 쓰기다 – 최한기’, ‘바른 공부를 하면 출세도 따른다 – 김안국’, ‘행복의 3대 조건을 아는가 – 이하진’ 등을 소개한다.

 

임징하, 죽음을 예감하고. “꿈을 꾸었다. 어떤 사람이 호랑이 새끼를 주었다. 크기가 주먹만하다. 수염을 쭈뼛이 세우고 눈을 부릅뜨고, 발톱을 뻗고 있는데 늠름하고 당당하다. 내가 말했다. 이 동물은 비록 작지만 두려워할만한 위풍이 있다. 성질이 비록 악하다 해도 이로 인해 피해를 당하지 않았다. 그러니 죽이는 것은 좋지 않다. 왜 숲에 놓아주지 않는가. 이에 그 사람은 호랑이를 안고 나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사람의 권유대로 호랑이를 때려 죽였다. 나는 이를 만류하려고 했으나 미치지 못했다. 남명 조식은 시에서 말했다. 사람들은 인재를 사랑하는 것이 호랑이 가죽을 좋아하는 것과 같다. 살아있을 때는 죽이려고 하고, 죽은 뒤에는 바야흐로 칭찬한다. 꿈이 시의 뜻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홍라이와 나의 처지가 같은 것인가. 어떤 사람은 호랑이를 기르면 근심거리를 낳는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없애는 게 뒷날의 근심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상하다. 이상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