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위대해지기 위해 내가 제안하는 공식은 ‘너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이다. 즉 현재의 자신 이외에는 아무것도 되기를 바라지 않는 인간이 되라는 것이다. 미래에도, 과거에도 그리고 영원히.” -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니체라는 인물과 그의 사상을 전반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책. 니체는 헤겔 이후 유럽 철학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유럽 실존주의, 영미 분석철학, 후기 구조주의 사상에까지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근대 문명의 상징인 이성에 대항한 철학자로 이해된다. 20세기 유럽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현대 문화 현상들을 이해하기 위해, 근대 이성적 인간이라는 굴레의 한계를 넘기 위해 니체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

 

이 책은 니체 철학의 핵심을 적은 분량으로 간결하고 명쾌하게 소개한다. 우선, 니체의 삶에 대하여 소개하고, 그의 첫 저술 <비극의 탄생>을 분석하고, 그의 사상에 바그나와 쇼펜하우어가 미친 영향을 알아본다. 또한 힘에의 의지, 영원회귀, 초인, 원근법주의, 도덕의 계보 등 니체 철학의 주요 개념 및 주제들을 소개하며, 그의 사상이 후대에 미친 영향도 언급한다.

 

1장에서는 니체의 삶을 조명한다. 니체는 ‘초인’ 사상과 ‘신은 죽었다’는 말들로 기억되는 철학자로 전통적인 가치와 도덕에 의문을 제기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함을 주장한 사람이다. ‘신은 죽었다’라는 말은 인류가 어떤 종류의 믿음이나 교리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장에서는 니체의 첫 저술 <비극의 탄생>을 소개한다. 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바그너의 글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니체는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들을 펼친다. 1) 환전한 예술은 환상(아폴로적인 것)과 도취(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결합이다. 2) 이런 완전한 예술은 고대 그리스 비극에 존재했다. 3) 이런 완전한 예술이 사라진 것은 에우리피데스와 소크라테스 탓이다. 4) 완전한 예술로의 복귀가 필요하며, 바그너가 그런 예술의 생산자이다. 니체의 <비극의 탄생>은 당대의 무시되었으며, 특별히 학술적이거나 일관성 있는 작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상당히 독창적인 견해를 선보이며, 세계와 그 속에 위치한 인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예술의 중요성이란 문제를 제기했다는 사실은 긍정해야할 부분이다.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문화의 시대에 살던 인간은 꿈속에서 두 번째의 현실 세계를 알게 된다고 믿었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형이상학의 기원이다. 꿈이 없었다면 세계를 둘로 나눌 아무런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3장에서는 니체가 바그너와 쇼펜하우어로부터 받은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니체의 사상은 철학적 전통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특히 지식에 대한 강조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보다 더 ‘실체’에 가깝다는 두 개의 세계에 대한 사유가 니체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니체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는 생각을 부정했다. 한편, 쇼펜하우어의 ‘의지’는 비관론적이고 생을 부정하는 것이지만 니체의 ‘힘에의 의지’는 낙관적이고 생을 긍정한다. 니체는 이후 바그너와 결별하고 쇼펜하우어의 ‘의지’ 개념도 부정하게 된다.

 

4장에서는 ‘힘에의 의지’를 알아본다. <여명>을 전환점으로 니체는 <비극의 탄생>서 보여준 이원론에서 벗어나 일원론(monism)적인 관점을 취한다. 니체에게 실체는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을 ‘힘에의 의지’라고 본다. 힘에의 의지는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노력하도록 만드는 긍정적인 동기이다. 인간은 모두, 격정과 욕구를 포함한 본능적 충동에서 파생된 산물로 본다. 그런 충동들은 ‘힘에의 의지’라는 형태로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힘에의 의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원리라고 주장한다.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서 ‘힘에의 의지를 제시한다. 신비주의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아니지만 니체는 때론 그런 방식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5장에서는 니체가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알아본다. 여기서 니체는 힘에의 의지, 초인, 영원회귀와 같은 자신의 주요 이론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영원회귀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와 똑같이 과거에 수없이 일어났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똑같이 일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일종의 사고 실험으로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사고하게 만든다. 또한 초인이란 영원회귀를 포용하고, 현재의 삶을 영원히 반복해서 산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적극적이고 성공한 사람은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너 자신이 되기를 바라면 너 자신이 될 것이다’라는 계명에 따라 행동한 것처럼 보인다.” - 니체, <의견과 격언 모음집>

 

6장에서는 초인에 대해 설명한다. 독일어로는 ‘넘어선 자’의 의미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뜻하지는 않고, 세상에 대한 특정한 심적 태도를 취하고 새로운 가치를 취할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또한 니체의 니힐리즘은 아무것도 믿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닌, 모든 종류의 객관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한편, 니체는 운명애를 강조했다. 운명애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고 영원회귀란 명제를 수용하는 것을 뜻한다.

 

7장에서는 니체가 제기한 물음들에 대해 살펴본다. 니체는 세상을 보는 ‘진실한’ 방법은 없다고 보며 그것은 견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정한 견해의 유용성 유무가 중요하다는 것. 또한 이성을 부정하지 않았는데, 다만 감각이나 격정을 희생하며 이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했다는 것. 니체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규정하는 언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 또한 외부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기에 관념론자는 아니다. 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해 무엇인가 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추론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라고 보았다.

 

8장에서는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을 살펴본다. <즐거운 지식>에서 그는 ‘신은 죽었다. 신은 죽은 상태로 있다. 우리가 그를 죽였다.’라는 말을 한다. 니체의 관심은 어떤 신념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아는 것이 아닌 우리는 왜 어떤 신념을 믿는가 하는 점이었다. 니체는 기독교 도덕의 계보가 로마 제국의 노예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기독교 도덕은 힘에의 의지의 한 표현이며 그 가치는 노예의 주인에 대한 ‘르상티망(원한)’에 근거한다는 것. 한편, 니체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가 기독교 도덕을 비판하는 이유는 생을 부정하며 증오와 공포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9장의 제목은 ‘니체, 그 슬픈 뒷이야기’이다. 그는 중년부터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정신병을 앓게 된다. 죽어서는 여동생과 여러 이유로 그의 사상은 왜곡되어 진다. 그의 여동생 엘리자베스는 니체의 뜻과는 어긋나게 완벽한 기독교 장례식을 치러주었다고 한다. 니체의 사상은 철학뿐만 아니라 심리학과 예술 등 다방면에 영향을 주었다.

 

이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마지막 부분에 요약이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수월하다. 니체의 저술들을 접하기 전에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런 사람이므로 내 말을 들어라. 나를 내가 아닌 다른 것과 혼동하지 말라.” - 니체, <이 사람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