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인간들의 영혼은 어디로 가는 걸까.

아마도 우주로 올라가겠지. 무엇보다 영혼은

성층권이라는 이름의 냉장고에서 신선하게 보존되는 것이니까.

그러다 때가 되면 다시금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거야.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다음 세기에는 이 세계를 찾아온 모든 인간들을

따뜻하게 대해줘야지, 라고 나는 생각했다.

추웠을 테니까.

많이 추웠을 테니까 말이다.

 

 영혼이 냉장고에서 차갑게 보관되다가 다시

 이 세상에서 태어나는 거라고 생각하는 그는,

그렇기에 영혼을 따뜻하게 대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에 태어나기 이전의 영혼이 많이 추웠을 테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가 말하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

우리의 영혼이 모두 추운 곳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을 것이기에,

우리는 다른이들을, 그러니까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강한 발언권을 가진 냉장고와의 만남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소중한 것과, 해악인 것들을 냉장고에 넣기 시작하는 그.

처음에는 책을 넣다가, 아버지, 어머니를 넣다가, 나중에는 미국까지도 냉장고에 넣어버리고 마는 그.

그는 그렇게 모든 것을 냉장고에 넣어버린다.

부패를 막기 위해서.

소중한 것의 부패를 막아 그것을 영원토록 보존하기 위해서.

세상에 해악이 되는 것의 부패를 막아 그것이 더이상 세상을 괴롭히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그는 모든 것을 냉장고에 넣는다.

그런데 그가 까먹은 게 있는 것 같다.

나, 나 말야. 나도나도, 나도 냉장고에 넣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