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을 무렵,러시아가 루마니아에 있는 독일계 소수민족을 강제로 우크라이나 강제수용소로 보내라는 명부에 주인공 17세의 소년은 ’ 이제야 그곳에 갈 때가 되었구나’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고향에 남겨진 식구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어떻게 될지도 모를 앞날을 그리며 차박차박 기차에 몸을 올리고 칠흑같은 세계로 자신을 던진다.

작가 헤르타뮐러는 루마니아 독일계로서 2차세계대전 당시 그녀의 친모도 직접 강제수용소의 생생한 경험과 이 글이 탄생하기까지의 동료작가 오스카 파스티오르의 생생한 수용소의 경험담과 일화의 세밀한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작품은 그녀의 수기 메모지로서만 방 안에 묵혀 두었을지도 모른다.

그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왠지 난해하고 해석하기 어려운 감이 선입견으로 내재해 있었는데,이 숨그네는 작가가 여성이라는 섬세한 감각과 감성,소소한 사물을 날실과 씨실등을 잘 얽어서 멋들어지게 독자들에게 그 고난과 고통,처참했던 강제수용소의 일상을 은유적이면서도 서사적으로 조그만한 사건을 치밀하게 묘사하고,그 작품 속으로 빠져 들어가고야 마는 흡인력이 대단했다.

인간의 본능은 잘 입고 잘 먹으며 편안한 잠자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할텐데 강제수용소란 말 그대로 원치 않은 목적지이지만,2차대전으로 폐허가 된 러시아를 재건하기 위해 원수국인 독일계인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유린하며 마치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아내야 했던 것이다.헐벗고 못먹는 생활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든게 먹을 것으로 보였을테고,체온이 식어 가는 감을 느끼며 그래도 살아보겠다는 절규가 마음 속에 있을때에는 주검의 옷조각을 벗겨 내어 자신의 몸을 잠시나마 온기상태로 유지하려 했던 것이다.

저도 어렸을 때에는 우리 몸 속을 기어다니고 득실대며 하루 종일 피를 빨아 먹었던 ’이’라는 것들이 숨그네에서는 참 많이도 나왔다.특히나 하늘이 보이고 사위가 트여 있는 강제수용소의 환경이란 짐승의 막사보다도 못한 나무와 풀을 엮어 간신히 삶을 연장했을거라 생각하니,체제와 민족의 갈등으로 인해 나치라는 체제 속에서 희생이 되어야만 했던 독일인 및 그 후손들은 체제와 전쟁에서 얻은 교훈이 사뭇 컸으리라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배고른 천사가 나를 저울에 올릴 때 나는 그의 저울을 속일 것이다.
아껴둔 빵처럼 나는 가벼워지리라.
그리고 아껴둔 빵처럼 씹기 어려워지리라.
두고 봐,나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간단한 계획이지만 오래 버틸테니까. --- 나의 계획 --- P251인용

우리도 이념과 체제로 인해 빚어진 한국전쟁을 치루었고 수많은 인명살상과 분단이라는 동족상잔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물론 독일과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비슷한 면도 있지만 극히 이질적인 면도 있을테지만,그 강제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상과 주인공의 내면 세계,고향으로의 회귀본능,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등이 어우러져 인간의 본능과 아픔등을 서사적으로 섬세한 묘사로 독자들에게 알리는 시대의 고발장과도 같음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