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총 3편의 단편이 들어있었다.
내용도 많지 않고 몇 시간이면 충분히 읽은 만한 분량이었지만
나는 일부러 천천히 이틀에 걸쳐서  책을 읽었다.

뒷내용이 궁금하고 흥미진진해서 막 읽게 되는 소설과는 다르게
바나나의 소설은 주인공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한글자도 빼놓지 않고
항상 천천히 정독하며 읽게 되는 것 같다.

갑작스런 친구의 자살로 알 수 없는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여자와
그녀가 사랑하는 식물인간이 된 아내를 둔 남자와의 만남과 사랑..

사랑하는 여자를 따라 외국에 갔지만 이런 저런 일로 인해 
다시 돌아와 세살 연상 사촌누나와 사랑에 빠진 남자..

한남자를 사랑했던 두 명의 소녀와 이기적인 한남자..
그리고 남자를 공유해야했던 두 소녀의 싸움과 바람잘날 없던 날들..

어느것도 정상적이지 않은 인간관계에
레즈비언이나 근친상간, 불륜같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정서의 내용들이 나와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것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담아내는 것도 바나나만의 능력이니까..

결국엔 모든것이 죽음으로 연관되어 그들의 부재가 오히려 
남은 이들의 삶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느낌이었다.

남은 이들은 그들의 죽음 이 후 방황의 시간이 있었지만,
정상적인 관계속에서 자신들을 치유하고 적응시켜 다시 살아간다.
그리고 조금은 비정상적이었지만 즐거웠던 그 시절은 
추억으로 가슴한켠에 남겨 놓는다.

비록 아프고 힘든 기억일 지라도 그것을 마주보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다면 그땐 힘든기억이 아니라 
과거의 추억으로 그것들을 간직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