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것이 아니거든 보지를 말라
그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라면 보지를 말라
그래도 강하게 덤비거든 그 마음 힘차게 불러일으키라
사랑은 사랑하는 자에게 찾아갈 것이다.

- Johan Wolfgang von Geothe

스무살 무렵 즈음 나의 일기장, 다이어리, 수첩의 맨 앞 서두에는 항상 저 글귀를 적어놓았었다.
뭐, 연애가 한창이었을때 였기도 했었거니와, 항상 친구들과 모여 앉아 꿈 꾸는 듯한 눈빛으로
다가올 것 같지 않은, 그저 멀게만 보이던 '미래', '지금'이 지금으로 딱 멈춰 버린듯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무척이나 탓했었다.

그렇듯 무엇엔가 그토록 갈망하던 그 시절...
닿을듯, 닿지 않을듯 매달려있는 열매처럼, 괴테의 저 글은 그야말로 '의미심장' 했다.

펭귄 클래식 코리아의 한국어판 출시.
한국어판 출시를 무척 기뻐(?)하는 분위기...음... 많이 유명한가보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는 잘 모르고 있던 펭귄,이었다.

다만...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이라!!!
여행을 했단 말이지?? 여행 다니면서 쓴 책이란 말이지??

칼릴 지브란도 인도 기행을 썼는데...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이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등 여러 고전 문학의 대문호 괴테가 여행을 했단 말이지?
왜 나만(!) 몰랐을까? 하는 호기심이 무척 발동했다.

왜 누구나 한번쯤은 꿈꾸는 풍경 아닐까?

두터운 책 한권을 끼고 앉아 저 멀리 수평선이 펼쳐져 보이는 한가로운 해변가의 야자수 밑에서의 책 읽기.
혹은
언제 기차가 도착할 지 모르는 낯선 기차역, 낯선 벤치에 앉아 짐을 내려놓고 펼치는 책 읽기.

나는 그랬다. 나는 그런 꿈이 있다.
그래서... 아직은 내 여행 물망에 오른적이 없는 '이탈리아' 이지만... 괴테는 어떤 '여행'을 했을까? 하는
흥미로움으로 이 책을 만났다.

무려... 2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괴테가 존재했던 시절.
200년! 장거리 교통수단으로 대체 뭐가 있었겠는가!
괴테는 말이 끄는 역마차를 이용해서 여행을 시작 한다. 더군다나... 지인들의 만류를 피하기 위해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몇 페이지를 읽어나가다가 여행이 시작되는 초입부터 괴테는 내게 웃음을 선사했다.
편지 한장 남기고 떠났던... 나의 첫 여행과 같았기 때문이다.

두터운 책 두께가 주던 부담스러운 기분은 떨쳐지고 이거 이거 참 재미있어 지겠는데 라는 기대감이 발동했다.

괴테는 참 박학다식? 아니면 호기심 대왕?
그저 다니는 여행지에 대해 이러 이러하다, 라는 감상만을 적어놓지 않았다.
토질 부터, 기후, 돌들의 생김새, 지형까지... 전문적인 설명들과 괴테 자신의 견해까지...

지인들에게 편지식으로 적어보내는 글의 내용들이 기반이 되었다는 그의 이 책은

그가 누볐던 곳들의 자연경관과 현재의 상황이 빼곡하다 싶게 설명되어져 있다.

그렇기에 그의 글에는 자주, 여러번에 걸쳐,

내가 너무 자세히 설명하는 날씨와 지형에 대해 너그러이 여겨 달라는 양해의 글이 눈에 띄었다.

내게 느껴지는... 다른 여행기와는 뭔가 좀 다르다는 느낌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괴테는 '즐기고' 있었다.
베네치아, 로마, 시칠리아, 나폴리...

마을에서 마을로,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을 하며 시장길에서 만나는 어린 소녀 혹은 가난한 사람 혹은 자칫 체포(?)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이 희극 작가임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인지,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씩의 배역을 맡기는 듯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펼쳐지는 실제 돌발 연극을 지켜보고, 즐거워하는 기분을 그대로 전달한다.

아... 2년여에 가까운 여행길에 오를 수 있었던 그의 선구적인(!) 의지와 결단력에도 찬사를 보내지만.
찍고 턴, 하기 바쁜 요즘의 현대인의 여행과는 참으로 달랐던 그의 여행.

밤길을 내달리는 말 발굽 소리에, 이토록 아름다운 풍광을 밤 이동으로 놓쳐야 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젊은 괴테.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여행이 아닌... 내 자신을 위한 인생을 좀 더 알고, 즐기기 위해...

익숙함을 과감히 던지고 떠난 그의 여행이 참으로 눈부셨다.

즐길 수 있는... 어디에 있든지... 자유로움 그대로를 즐길 수 있는 진정함 말이다.

우리들은 어차피 '지구별' 이라는 곳에 100년 미만짜리 유효한 비자를 들고 뛰어든 여행자 아니겠는가?

나의 다음 여행지는 어디가 될지... 200년 전의 괴테 처럼...

나도 태양빛을 듬뿍 머금은 잘 익은 사과 한알처럼 무르익은 여행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진하게 타오르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