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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이 독서 다이어리 4>>

조선지식인의 독서노트

- 고전연구회 사암 / 포럼 -

책읽기에 대한 사유와 기록

머리말

독서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짧은 시간을 투자해 성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손쉬운 독서 방법만을 찾아다니는 듯합니다. 최근 출간되는 독서 관련 책 역시 요령이나 방법을 가르쳐줄 뿐 ‘왜 독서를 해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은 살피지 않고 있습니다.

독서에 대한 옛사람들의 글과 우리 나름의 생각을 융합해가면서, 우리들이 얻은 독서관은 의외로 단순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독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명료한 사실입니다.

<<조선 지식인의 독서노트>>는 독서에 대한 조선 지식인들의 사유와 기록 그리고 그것을 통한 고전 연구회 사암의 독서관이 융합되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독서는 일상생활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결코 올바른 사람이 될 수 없다. 독서는 이상하거나 유별난 무엇이 아니다. 단지 어버이라면 마땅히 사랑할 줄 알고, 자식이라면 마땅히 효도할 줄 알고, 임금을 섬기는 신하라면 마땅히 충성할 줄 알고, 부부라면 마땅히 분별할 줄 알고, 형제라면 마땅히 우애할 줄 아는 것과 같다.

요즘 사람들은 독서가 일상생활이나 활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높고 멀어 실천하기 힘든 것으로 어렵게만 생각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공부와 독서를 다른 사람에게 미루고 자포자기 하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이, <<격몽요결>>

귀찮아서 안하고, 하찮아서 안하고, 어려워서 못하고, 힘들어서 못하면, 한 일도 없고 할 일도 없는 사람이 됩니다.

2. 독서의 왕도는 진심을 다하는 것

정여창 선생은 독서를 할 때 ‘진심을 다하는 태도’를 근본 줄기로 삼았다. 자갈밭에다 곡식을 심으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기름진 땅에다 곡식을 심으면 온갖 잡초가 쉽게 자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땅을 북돋우고 잡초를 솎아내는 노력이 없다면 비록 훌륭한 논밭이라고 한들 자갈밭보다 나을 것이 있겠는가?“라고 말씀하셨다. 권별, <<해동잡록>>

다스리지 못한 열 가지 재주는 나를 쓰러뜨리고, 마음을 다한 한 가지 재주는 나를 일으킵니다.

3. 책을 공경하고 사랑하라

옛글을 읽다 보면 사람의 뜻과 지혜는 점점 더해진다. 그렇기에 옛글은 엄격한 스승과 같다. 감히 경솔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이익, <<성호사설>>

머리는 머리로 만나고, 가슴은 가슴으로 만나고, 정성은 정성으로 만납니다.

4. 누군들 독서의 어려움을 괴롭게 여기지 않겠는가?

처음 독서할 때 누군들 그 어려움을 괴롭게 여기지 않겠는가? 그러나 독서의 괴로움과 어려움을 겪지 않고서 일시적인 편안함만 찾아 구차하게 지내려고 한다면, 이는 결국 자신의 재주와 능력을 개발하지 않고 내다 버리는 꼴이 되고 만다.

인생 말년에 가난과 곤란을 당해도 원망할 사람조차 없게 된다.

홍대용, <<담헌서>>

곰이 사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삼칠일 곧 21일입니다.(습관 형성)

그러면 사람이 사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요?

5. 시간이 갈수록 게을러지는 것이 책 읽는 일

글 읽는 사람의 뜻이 처음에는 부지런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게을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덕무, <<사소절>>

게으름을 방조하는 것은 가장 조용하고 가장 저렴하며 가장 확실하게 적을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당신의 적이 당신은 아니길.

6. 활을 쏘듯 책을 읽는다.

독서를 하는 이치는 활을 쏘는 이치와 같다. 활을 쏘는 사람은 마음을 과녁에 집중해야 한다. 독서를 할 때 뜻을 세우는 일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고, 자신이 지향하는 것을 밝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장횡거는 “독서하는 사람의 품은 뜻은 작거나 교만한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품은 뜻이 작으면 조그마한 성공에도 스스로 만족하기가 쉽다. 그 때문에 게으르고 나태해져 발전이 없고, 교만하면 자신을 대단히 큰 인물이나 성공한 사람쯤으로 여기기 쉽다. 이렇게 되면 허망하고 망령될 뿐 실제 얻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수광, <<지봉유설>>

뜻을 세우는 일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고, 자신이 지향하는 것을 밝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먼저 할 일을 나중으로 미루고는 열심히 하면 할수록 헝클어집니다. 중요한 일을 빠뜨리고는 오래하면 할수록 허망해집니다.

7. 독서할 때 모르는 내용이 나온들 어떻단 말인가?

책을 읽다가 이치를 따져보아도 모르는 내용이 나온다고 한들 해로울 것이 무엇인가? 이규경, <<오주연문장전산고>>

배울 때 모르는 내용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배움이니까요. 독서할 때 모르는 내용이 나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배움의 기쁨이니까요.

8. 생각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한다.

학문을 하는 사람은 독서할 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을 하면 얻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생각이 있다면 기록하지 않을 수 없다. 기록을 하면 남고,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러므로 생각하고 기록하고 다시 생각하고 해석하면, ‘앎과 깨달음’이 더욱 자라나서 말과 행동이 두루 통하게 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앎과 깨달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과 행동은 꽉 막히게 되어, 얻었다 해도 반드시 다시 잃게 마련이다.

예부터 선각자들은 도리와 학술이 똑바로 세워지지 못한 것을 끊임없이 두려워했다. 또 세상의 근심을 홀로 안고 감히 한순간도 여유를 부리지 않았다. 심지어 생각하다가 ‘앎과 깨달음’을 얻으면 한밤중에라도 즉시 촛불을 밝혀 기록했다.

윤휴, <<백호전서>>

道는 길입니다. 매일매일 뚜벅뚜벅 넘어지고 지치고 힘들어도 가야 하는 길입니다.

9. 부지런한 것이야말로 독서의 핵심

지나간 일은 이제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어찌 장차 힘써 노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독서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듣고 본 대로 기록해 두며 잊어버리지 않도록 애써야 한다.“고 들었다.

또한 나는 “학문과 독서의 요점은 부지런하고 또한 반드시 외워야 하며 슬쩍 지나치듯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읽고 생각하며, 생각하고 글을 짓는다. 이 모든 일은 부지런한 것이 핵심이다. 기대승, <<고봉집>>

부지런해야 합니다. 가진 재주가 보잘것없는 사람은 남들만큼 하기 위해서라도 부지런해야 하고, 가진 재주가 많은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더욱 부지런해야 합니다.

10.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공자는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실제로 얻는 것이 없다. 생각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움을 면할 길이 없다”고 했다, <<중용>>에 나오는 박학․심문․신사․명변․독행의 다섯 가지 독서 방법은 모두 생각이 중심이 되기 때문에, 중용의 이치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맹자는 “마음이 맡는 역할은 곧 생각하는 일이다. 생각하면 얻지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얻는 것이 없다.”고 했다. 생각이란 하늘이 나에게 내려준 보물이다.

‘생각 사思’는 ‘밭 전田?다. ‘밭 전田’은 갈아서 다스린다는 뜻이다. 농부가 잡초를 없애 좋은 질의 곡식을 내는 것처럼 마음 밭을 잘 갈아 다스리면, 이로부터 마음이 바르게 되고 뜻이 성실해져 사악한 잡념은 물러가고 하늘의 이치는 저절로 밝아지게 된다. 한결같다는 뜻을 담은 ‘정일精一’의 공부나 독서 방법 역시 이와 같다.

<<관자>>에서는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다시 생각하라. 생각해서 통하지 않는 것은 장차 귀신이 통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것은 귀신의 힘이 아니라 정성이 지극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유성룡, <<서애선생문집>>

스스로 읽지 않으면 단 한 글자도 알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단 한 문장도 만날 수 없습니다.

10. 하루 종일 책도 읽지 않고, 빈둥빈둥 놀면서 시끄럽게 떠들지 말라

고반룡은 “재주 없다고 근심하지 마라. 앎으로 나아가면 재주 역시 발전하기 때문이다. 생각이 넓지 못하다고 근심하지 마라. 보고 듣는 것이 넓어지면 생각 역시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덕무, <<사소절>>

변명은 아무리 그럴듯해도 변명일 뿐입니다. 변명이 절절하면 할수록 삶은 더욱 후줄근해집니다.

11. 방문을 걸어 잠그고 책 읽다.

퇴정재 김항령, 저서로는 <<퇴정재집>> 두 권이 있다. 일찍이 지은 시에서 이렇게 읊조렸다.

홀로 누워 천하의 조화와 이치를 익히고

문을 닫고 있노라면 해도 더디게만 지네.

고요히 산생들 지저귀는 소리 듣고 있자면

봄소식 제일 먼저 알겠구나.

유재건, <<이향견문록>>

방문을 걸어 잠근 까닭은 바깥으로 내달리는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것, 바깥으로 쏠리는 몸을 잡아두기 위한 것, 소란스런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것.

12. 나는 이렇게 독서하는 아이를 몹시 미워한다.

일찍이 내가 볼 때, 놀기를 좋아하고 공부나 독서에는 전혀 힘쓰지 않은 사람이 세상의 이치에 통달한 경우는 결코 없었다.

나는 어렸을 때 단 하루도 독서 과정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공부하는 과정에 여유가 있었고, 정신은 크게 발전했다. 그때 독서한 글들은 지금까지도 큰 뜻을 기억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하루의 계획을 정해 지킨다면 얻는 것이 끝도 없을 것이다. 일찍이 살펴보건대,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은 공부나 독서하는 과정에 기준과 원칙이 없다. 또한 타고난 능력을 과신하여 100줄의 글을 단지 몇 번 읽고 외운 다음, 질제 적용할 때는 능숙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자도 있다. 나는 이렇게 공부나 독서하는 아이를 몹시 미워한다. 이덕무, <<사소절>>

스스로 읽지 않으면 단 한 글자도 알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단 한 문장도 만날 수 없습니다.

13.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지 말라.

책을 볼 때는 우선 서문․참고사항․지은이․편찬자․책의 권수와 차례 및 조목을 보고 그 책의 편집 체재를 구별해야 한다. 이덕무, <<사소절>>

책을 아끼라는 것은 종이뭉치가 아까워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책 속에는 옛사람의 가르침이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사랑하고 아낄 때 비로소 책은 속 깊은 이야기를 털어 놓을 것입니다.

14. 독서에 지각생은 없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성취하는 일은 얼마나 정성을 쏟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지, 일찍 시작하고 늦게 시작한 것은 거론할 만한 가치도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장유, <<계곡만필>>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자신의 시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 시계에 따라 귀가 열리고 그 시계에 따라 머리가 깨치고 그 시계에 따라 말문이 트입니다.

15. 독서할 때는 마음, 눈, 입이 한곳에 머물러야 한다.

선배들이 말씀하시기를 “글을 읽을 때는 세 가지가 그곳에 머물러야 한다. 즉 마음이 머물러야 하고, 눈이 머물러야 하고, 입이 머물러야 한다. 마음이 그곳에 머무르지 않으면 눈이 자세하게 보지 않게 된다. 마음과 눈이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면, 다만 제멋대로 외우고 헛되이 읽을 뿐이다. 결코 책의 내용을 기억할 수 없고, 설령 기억한다고 해도 또한 오래가지 못하고 잊어버릴 것이다.”라고 했다.

이수광, <<지봉유설>>

마음이 담긴 말이 진짜 위로입니다. 마음이 담긴 선물이 진짜 감사입니다. 마음이 담긴 손길이 진짜 배려입니다. 마음이 담긴 눈길이 진짜 사랑입니다. 마음으로 읽는 것이 진짜 독서입니다.

12. 나의 뜻으로 다른 사람의 뜻을 헤아려 보는 독서법

나를 돌아보는 것이 배움의 첫 단추, 나를 말하는 것이 소통의 첫 단추, 나를 밝히는 것이 소망의 첫 단추, 나를 아는 것이 논리의 첫 단추, 나를 읽는 것이 독서의 첫 단추

12. 훌륭한 작품을 읽고 내 것으로 소화하려면

옛사람의 뛰어난 작품과 다른 사람의 걸출한 글을 읽고 나서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더구나 끝내 그 아름다움을 자신의 것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까닭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구절이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느낄 뿐, 그 구절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지은이가 머릿속에서 생각을 일으켜 굴리거나 혹은 뚝 끊는 표현의 경로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난 옛 문장가를 본받고자 하거나 앞선 시대의 훌륭한 거장을 따르고자 한다면 반드시 먼저 그 사람이 작품을 지을 때, 정신과 사고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떤 경로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바람직한 독서를 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홍길주, <<수여난필속>>

책을 돈 주고 산 사람, 책을 쓴 사람, 책을 읽은 사람, 책의 진짜 주인은 누구일까요?

13. 독서의 요령, 추측

독서를 할 때 요령을 얻으려고 하는 이유는 읽은 내용을 잘 지키고 핵심을 요약해 두루 통달하기 위해서다. 일에는 근거가 있고, 행동에는 원칙과 기준이 생긴다. 그러나 만일 요령을 얻지 못할 경우, 평생토록 공부와 독서를 한다 하더라도 학문의 크고 중요한 근본에 다가가지 못하고 세상의 이치에 두루 통달할 수 없다.

요령을 얻는 방법은 ‘추축’, 곧 미루어 생각하고 헤아려 이치를 깨닫는 것에서 나온다. 미루어 생각하고 헤아려 이치를 깨닫는 일은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근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한기, <<기측제의>>

배움은 하나하나의 지식을 익히는 것, 배움은 하나에 숨어 있는 열을 드러내는 것, 배움은 열이 하나로 깊이 흘러드는 것.

14. 의혹만 품거나 글자만 좇는 독서는 하지 말라.

대체로 내용을 대충 보거나 의심만 일으키는 독서는 하지 않아야 한다. 계속해서 깊이 궁리하고 생각하면, 통달하지 못할 일이란 없다. 홍대용, <<담헌서>>

아무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그리면 낙서, 아무 생각 없이 눈이 가는 대로 보면 한눈팔기, 아무 생각 없이 나오는 대로 노래 부르면 고성방가, 아무 생각 없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대로 말하는 사람은 멍텅구리.

15. 독서하면서 의심을 갖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의심을 갖게 되었다는 말은 참으로 좋은 소식이다. 독서할 때 대체로 처음에는 아무런 의심이 없다가 많이 읽을수록 점점 더 의심을 갖게 된다. 책을 이미 익숙해지도록 읽은 다음에는 점차 의심이 풀리게 된다. 그리고 의심이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는 비로소 참다운 독서를 할 수 있다. 이것이 주자께서 사람들을 가르친 뜻이다. 송시열, <<송자대전>>

의심이 많은 것은 모르는 것이 많은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많은 것, 의심이 없는 것은 모르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알고 싶은 것이 없는 것, 알고 싶은 것이 없으면 알게 되는 것도 없습니다.

16. 모르는 것에서 앎이 생겨나고, 잘 아는 데서 모르는 것이 생겨난다.

중국 남송의 성리학자 주희는 “독서를 할 때는 가장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뜻이 정해져 있지 않으면 끝내 일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양좌는 “사람은 반드시 가장 먼저 뜻을 세워야 한다. 뜻이 서게 되면 근본이 있게 된다.”고 말했다.

주희는 “학문을 하는 도리는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고 사색하는 일이 가장 앞자리에 있고,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고 사색하는 일의 핵심은 독서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서는 모르는 것에서 앎이 경겨나고, 잘 아는 데서 모르는 것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허균, <<한정록>>

나그네가 깜깜한 밤길에 불빛을 만난 것같이 농부가 가뭄 중에 단비를 만난 것같이 부모가 잃은 줄 알았던 자식을 만난 것같이 좋은 책을 만나는 것은 눈물 나게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다.

17. 익숙해질 때까지 읽고 또 읽기

내가 퇴계 선생에게 독서하는 방법에 대해 여쭈었다. 이에 퇴계 선생께서는 “오직 익숙해질 때까지 읽어야 한다. 이미 공부한 것은 반드시 완전히 익숙해지도록 더욱 힘을 써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마음속에 간직할 수가 있으며, 흠뻑 젖어드는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낮에 독서한 것은 반드시 한밤중에 골똘히 생각하고 풀어보아야 한다.”고 하셨다. 김성일, <<학봉전집>>

익숙하다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것, 자연스럽게 해도 흐트러지지 않는 것, 익숙하다는 것은 자유롭다는 것, 자유롭게 하면 오히려 풍요로워지는 것.

18. 틈틈이 독서하는 습관

지하철에서 빈자리를 찾지 못한 것보다 가방에 책 한 권 넣어 오지 못한 것이 더 아쉽고, 택시 타고 갔는데 휴강이라 날린 차비보다 하루만큼 배움에서 멀러진 것이 더 아깝습니다.

19. 독서할 때 가장 나쁜 병폐는 성급한 마음

독서할 때 가장 우려할 일은 함부로 단계나 순서를 뛰어넘어 빨리 성취하는 마음만을 갖도록 조장하는 짓이다. 이것은 사사로운 욕심이 이미 독서하는 본뜻을 억누르기 때문에 생겨나는 폐단이다. 사사로운 욕심을 앞세우고 독서의 목표를 성취한 사람은 일찍이 없었다.

온갖 생각과 근심으로 마음이 산만하고 혼란스러울 때, 공경하거나 경계하지 않고 무엇으로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겠는가? 공경과 경계란 온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는 일이다. 한 곳에 집중하면 생각과 근심은 자연스럽게 고요해진다. 독서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얻어서 그 이치를 구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앎과 실천’이 나란히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할 일에 대한 독서에 이르기도 전에, 사람이 타고난 본성과 하늘이 지닌 뜻을 구하려고 하면 근본이 올바르게 서지 않게 된다. 이때는 진실한 마음 완전하게 세워져 있지 않아 갑자기 얻었다가 또한 갑자기 잃어버리기도 한다. 바람직하지 못한 것들만 넘쳐 흘러나올 뿐 아무런 이로움이 없다. 또한 단계나 순서를 제멋대로 뛰어넘어 높은 곳만을 엿보아서는 안 된다. 허목, <<미수기언>>

꾸준한 연습도 없이 마라톤에 뛰어들면 끝까지 가지도 못하고 망신만 당합니다.

20. 닥치는 대로 마구 읽지 않는다.

옛일을 돌이켜보고 헤아릴 수 있는 경전이나 세상을 다스리는 실질적인 이로움을 제공하는 책에 대해서는 공부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도중에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핵심을 꿰뚫어보는 독서법을 좇을 수 있었다.

홍석주, <<홍씨독서록>>

함부로 마구 먹으면 폭식, 함부로 마구 말하면 폭언, 함부로 마구 힘쓰면 폭력, 함부로 마구 책을 읽으면?

21. 글을 1만 번 읽으면 의미가 저절로 나타난다.

‘독서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성인과 현자의 글은 만 번 정도 읽어야 비로소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요즘 사라들은 독서의 어려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한두 번 대충 훑어본 다음 스스로 안다고 한다. 그러나 글의 참뜻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것은 자그마한 낫으로 큰 나무를 베다가 겨우 나무껍질을 벗겼을 뿐인데, 나무를 모두 베었다고 중단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다. 안정복, <<순암선생문집>>

나무를 베려다 껍질만 벗겼다면 나무를 본 것은 맞습니다. 나무를 만진 것도 맞습니다. 그러나 나무가 내 것이 된 것은 아닙니다. 내 것이 되려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찍고 또 찍어 마침내 나무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22. 한 부분만 읽고, 전체를 알았다고 떠들어대는 고질병

세상에서는 대체로 하나의 사건으로 한 시대를 판단한다. 또 한 마디의 말은 한 사람의 전부를 덮고도 남는다고 여긴다. 이 두 가지는 책의 한 부분만을 읽고, 전체를 알았다고 떠들어대는 행동과 똑같은 종류의 일이다. 홍길주, <<수여방필>>

오해는 아직 모르는 것, 모르는 것보다 한참 더 모르는 것

23. 틈이 나면 한 글자라도 읽어라

나의 형님이신 연천 홍석주 선생께서는 젊었을 적에 매일 같이 일정한 분량을 정해놓고 책을 읽으셨다. 모두 매일 한두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그러나 달이 쌓이고 해가 지나가자 이미 네댓 질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말씀하시길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과를 하나라도 빠뜨리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사정이 있다고 빠뜨리다 보면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게으름을 피우게 된다.”고 하셨다. 또한 일찍이 “한 군의 책을 모두 읽을 만한 여유를 기다렸다가 책을 펼쳐 든다면 평생토록 독서할 수 있는 나을 찾지 못할 것이다. 비록 매우 바쁘더라도 한 글자를 읽을 수 있는 틈이 나면 반드시 한 글자라도 읽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홍길주, <<수여연피>>

시간은 쪼갤수록 커지고, 나눌수록 무거워지고, 아낄수록 많아집니다. 사람이 가진 시간의 밀도는 그 사람의 성실한 만큼입니다.

24. 독서하기에 좋은 때

독서하기에 좋은 때가 있다. 여기에는 위나라 사람인 동우가 말한 ‘삼여지설’이 가장 이치에 들어맞는다. 그는 “밤은 낮이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다. 비오는 날은 맑은 날이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다. 겨울은 한 해가 남겨놓은 여분의 시간이다. 이러한 여분의 시간에는 사람들의 일이 다소간 한가로워져, 마음을 하나로 집중해 독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맑은 날 밤 고요하게 앉아 등불을 켜고 차를 달이면, 온 세상이 쥐죽은 듯 조용하고 간혹 종소리만 들려온다. 이때 이 아름답고 고요한 정경에 빠져 책을 읽으며 피로를 잊는다. 또한 이부자리를 걷고 여자를 멀리한다. 이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다.

비바람이 몰아쳐 길을 막으면 문을 잠그고 방을 깨끗하게 청소한다. 사람의 들고남이 끊어지고 책만 앞에 가득히 쌓여 있다. 마음이 가는 대로 책을 뽑아든다.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처마 밑 고드름에 벼루를 씻는다. 이처럼 그윽한 고요함이 바로 두 번째 즐거움이다.

낙엽이 떨어진 나무숲에 한 해가 저물고, 싸락눈이 내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깊게 눈이 쌓여 있다. 비바람이 마른 나뭇가지를 흔들며 지나가고, 겨울새가 들녘에서 울음 운다. 방 안에 난로를 끼고 앉아 있노라면 차 향기에 달콤한 술이 익어 간다. 이러한 때 시와 글을 모아서 엮고 있으면 좋은 친구를 대하는 것처럼 마냥 즐겁다. 이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허균, <<한정록>>

깊은 밤은 낮이 남겨놓은 여분의 사간, 비오는 날은 맑은 날이 남겨놓은 여분의 사간, 겨울은 한 해가 남겨놓은 여분의 사간, 이 여분의 시간에 우리의 하루가, 한 해가, 일생이 달려 있습니다.

25. 독서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하면서 음미하는 것

내가 처음 글을 지을 때, 한번 붓을 잡으면 즉시 수백 수천의 말이 떠올라 손이 생각을 따라가기에도 바빴다.

옛사람이 말하는 독서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깊이 생각하며 그 내용을 음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글의 뜻과 의미를 새기는 것이지, 소리를 내어 읽는 것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붓을 잡으면 천 마디의 말을 떠올리고 끝도 없이 써내려갈 수 있는 능력은 진실로 소리 내어 읽는 곳에서 힘을 얻는다. 따라서 이 또한 깊이 힘쓰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 홍석주, <<여한십가문초>>

밝은 낮은 책 읽기도 좋지만 놀기에도 딱 좋습니다. 조용한 곳은 책 읽기도 좋지만 잠자기에도 딱 좋습니다. 마음이 없다면 어제 어디에서나 땡땡이는 가능합니다.

26. 책은 곧 나, 나는 곧 책이 되게 하라

독서하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고 지켜야 한다. 사물에 유혹당하지 않아야 하고, 반드시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고 연구하여 밝혀야 한다. 그래야만 마땅히 자신이 행할 도리가 분명하게 나타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따라서 천하의 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사물의 이치를 깊게 궁리하고 연구해야 한다. 사물의 이치를 깊게 궁리하고 연구할 때 독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옛 성인과 현자가 마음을 쓴 발자취와 세상만사의 옳고 그른 판단 및 경계해야 할 내용이 모두 책에 쓰여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한곳으로 집중하고 뜻을 다해 정확하고 세밀하게 사고하고, 익숙해지도록 읽고, 깊게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글과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단지 입으로만 읽고 마음속으로 얻지 못하고 몸으로 실행하지 않는다면, 책은 책일 뿐이고 나는 나일뿐이다. 이렇다면 무슨 이로움과 유익함이 있겠는가? 이이, <<격몽요결>>

고수가 전하는 진짜 비결은 무엇일까요? 언제나 알고 있던 것, 누구나 들어 왔던 것, 어디나 있어 왔던 것, 그렇게 하는 사람과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실천, 실행)

27. 독서를 가로막는 여덟 가지 나쁜 습관

독서에 뜻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이루지 못하는 까닭은 오래된 습관이 가로막아 방해하기 때문이다.

첫째, 마음과 뜻을 게을리 하고 몸가짐을 함부로 하면서 한가롭고 편안한 것만 생각하고, 자신을 단속하는 일을 몹시 싫어하는 습관.

둘째, 항상 돌아다닐 일에만 골몰해 조용하게 안정을 찾지 못하고, 분주히 드나들면서 이야기로 헛되어 세월을 보내는 습관.

셋째,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좋아하고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미워하며, 세상의 유행과 풍속에 빠져 있으면서 간혹 자신을 고쳐볼까 결심했다가도 무리에게 따돌림을 당할까 두려워 이내 포기하는 습관.

넷째, 문장으로 세상의 유행을 좇는 사람들에게 칭찬받기를 좋아하여 경전의 글귀를 표절하여 문장을 꾸미는 습관.

다섯째, 글씨와 편지 쓰기에 공을 들이고 거문고를 타거나 술 마시는 일에 탐닉하여 빈둥빈둥 세월을 보내면서 스스로 그것이 맑은 운치라고 여기는 습관.

여섯째, 한가한 사람들을 모아 바둑이나 장기 두는 일을 좋아하고, 종일토록 배불리 먹으면서 논쟁만 일삼는 습관.

일곱째,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은 것을 부러워하고 가난하고 지체가 낮은 것을 싫어하여 배옷을 입고 거친 음식을 먹는 것을 몹시 부끄럽게 여기는 습관.

여덟째, 욕심에 절도가 없어 능히 끊어버리거나 절제하지 못하고 돈과 노래와 여색에 빠져 그 맛을 꿀맛처럼 여기는 습관.

용맹스러운 뜻을 떨쳐 마치 단칼로 뿌리와 줄기를 베어버리듯이 해야 한다. 또한 그 마음을 깨끗이 씻어 털끝만한 찌꺼기도 남지 않도록 해야 하며, 자주 크게 반성하는 노력을 더해 마음에 한 점도 나쁜 습관이 남아 있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학문으로 나아가는 공부와 독서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이, <<격몽요결>>

이제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행동의 씨를 뿌리면 습관을, 습관의 씨를 뿌리면 성격을, 성격의 씨를 뿌리면 운명을 수확한다는 것을.

28. 독서에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다.

옛날 독서하는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 방법은 박학이다. 곧 두루 혹은 널리 배운다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심문이다. 곧 자세히 묻는다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신사로서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방법은 명변인데 명백하게 분별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 방법은 독행으로 곧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독서하는 사람은 두루 혹은 널리 배운다는 ‘박학’에만 집착할 뿐 ‘심문’을 비롯한 네 가지 방법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또한 한나라 시대 유학자의 학설이라면 그 요점과 본줄기도 따져보지 않고, 그 끝맺는 취지도 살피지 않은 채 오로지 한마음으로 믿고 추종한다. 이 때문에 가깝게는 마음을 다스리고 성품을 찾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멀게는 세상을 올바르게 인도하고 백성을 잘 다스리는 일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이 널리 듣고 많이 기억하며, 시나 문장을 잘 짓고 논리나 주장을 잘 펼치는 것을 자랑삼아 떠벌리면서 ‘세상은 고루하다’고 비웃고 다닌다. 정약용, <<다산시문집>>

아이 다섯이 모두 물에 빠졌는데, 겨우 하나를 건져 올리고, 장하다 떠들어대는 부모는 부모가 아닙니다. 하나라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29. 책을 읽다보면 문득 서늘한 기운이 일어나 저절로 더위를 잊는다.

퇴계 선생께서는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가슴속에서 서늘한 기운이 일어나 더위는 저절로 잊게 된다. 그런데 무슨 병이 나겠는가?”라고 했다.

김성일, <<학봉전집>>

집중은 내가 가진 인내를 몽땅 내놓으라고 합니다. 집중은 내가 가진 열정을 몽땅 내놓으라고 합니다. 숨기고 남기는 것 없이 모두를 거는 것이 집중입니다. 전부를 거는 것이 진검 승부입니다.

30. 책을 베개로 쓰지 말라

베개로는 책이 베개만 못하고, 파리채로는 책이 파리채만 못하고, 냄비받침으로는 책이 냄비받침만 못하고, 액세서리로는 책이 귀고리만 못합니다.

31. 책 한 권을 다 보기 전에는 다른 책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명나라 사람인 주명여는 “책을 쌓아만 놓고 읽지 않는다면 물건을 마구 버리는 짓이나 다름없다. 또한 여러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것은 이곳저곳을 한가.

송나라 사람인 하섭은 책상 위에 오로지 한 책만을 놓고, 그 책을 끝까지 모두 보기 전에는 다른 책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명나라의 왕구산은 “독서란 입신의 이치와 같다. 모름지기 그 시작과 끝이 분명해야 하고 구차하게 끝맺어서는 안 된다. 지금 시렁 위에 몇 권의 책이 있다고 치자. 대충 춡어보고 즉시 싫증을 내어 내팽개쳐 버린다면 어리석고 거칠어 갈팡질팡 헤매게 될 것이다. 또 앞에서는 잊어버리고 뒤에서는 잃을 것이므로, 학문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물건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이 팔려 뜻과 눈만 해치는 꼴이 되고 만다.”고 했다. 이덕무, <<사소절>>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나입니다. 하나 다음이 둘입니다. 그 하나 둘이 쌓이고 쌓여야 실력이 됩니다.

32. 성독, 성실하고 진실하게 읽는 것이 독서의 기준

“학문을 한다고 하지만,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는 것만을 학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배우고 탐구하는 것은 상세하게 하면서도 실천하거나 이행하는 것은 간략하게 한다. 이 때문에 마음과 입이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고, 말과 행동이 어긋나게 된다. 또 시작과 끝이 같지 않고, 안과 밖이 멀리 떨어져 있게 된다. 이런 경우 반드시 그 사람의 품성과 행동은 그가 배운 학문이나 독서와 같지 않은데, 참으로 한심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옛 유학자들은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독서는 오로지 성독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는 ‘성독’, 곧 성실하고 진실하다는 뜻의 이 두 글자는 독서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원칙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임도, <<여헌집>>

멀리 가려는 배는 앞뒤 고르게 사람이 나누어 타고 좌우 고르게 노를 젓고 위아래 고르게 짐을 실어야 합니다. 앞으로만 사람이 몰리면 배가 나아가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노를 저으면 제자리에서 맴돌고 위에만 짐을 실으면 뒤집히기 때문입니다.

33. 많이 읽는다 VS 마음을 다잡아 읽는다

독서할 때 비록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제멋대로 든다고 해도, 책을 읽은 횟수가 천만 번에 이르게 되면 그 내용이 정확하고 세밀하지는 못해도 결국 내 것이 되는 법이다. 독서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좋은 길은 많이 읽는 것이다.

서애 선생은 “결코 그렇지 않다. ‘생각할 사’자는 밭과 마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독서란 마음으로 해야 한다. 마치 밭을 경작하는 사람이 조금씩 조금씩 땅을 일구는 것처럼 말이다.”라고 하셨다. 유몽인, <<어우야담>>

나를 도와줄 친구도 내 안에 있고, 나를 망칠 악당도 내 안에 있고, 나를 믿어줄 후원자도 내 안에 있고, 나를 무너뜨릴 적도 내 안에 있습니다.

34.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을 찾는다

재주와 역량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규정과 기준을 정해놓고 무조건 따르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홍길주, <<수여연필>>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고 또 찾는 것은 요령을 피우거나 시간과 수고를 줄여보자는 속셈이 아닙니다. 내 안에 나를 살피고 돌보고 이끌고 채찍질하는 치열함입니다.

35. 하루 한 가지마 하더라도 오래되면 저절로 큰 것을 얻게 된다.

<<여씨동몽훈>>에서는 이렇게 전한다.

“오늘 한 가지 일을 기록하고 또 내일 한 가지 일을 기록하는 일을 오랫동안 한다면, 자연스럽게 세상 온갖 일에 통달할 수 있다. 오늘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고 또 내일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는 일이 오랫동안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세상의 도리가 마음속 깊이 스며들게 된다. 오늘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하고 또 내일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하는 것이 오래되면 저절로 굳세고 단단해질 것이다.”

나는 말한다.

“사람이 매일같이 하루 분량의 독서를 정해놓고 실천하는 일이 오래도록 계속된다면, 마땅히 스스로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이수광, <<지봉유설>>

매일 매일 하는 일이 그 사람을 말해 줍니다. 매일 술을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 매일 게임을 하면 게임중독자, 매일 쇼핑을 하면 쇼핑중독자, 매일 글을 쓰면 작가, 매일 그림을 그리면 화가, 매일 노래를 부르면 가수, 매일 책을 보면 책벌레, 당신의 시간표에는 무엇이 얼마쯤 들어 있습니까?

36. 독서할 때의 마음가짐

뭔가를 얻어 보겠다는 목적으로 독서하는 사람은 아무리 읽어도 소득이 없는 법이다. 독서를 할 때는 상서로운 동물인 봉황이 우연히 산모퉁이에 이르렀는데 걸음이 너무 느려서 보지 못할까 걱정하는 마음처럼 책을 보지 못할까 염려해야 한다. 책을 볼 때는 사랑하는 어머니와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여겨야 한다. 또 독서를 하다가 의혹이 생기거나 학문을 강의하고 토론할 때는 유명한 의원에게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것처럼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독서를 하다가 마음속에 깨달음이 있을 때는 더위를 만나 갈증이 심할 때 길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하고, 독서를 통한 깨달음을 실천할 때는 보검을 갈아 시험 삼아 베어보는 것처럼 해야 한다. 이것을 일러 눈으로 보고, 입으로 굴리고, 마음으로 운용하고, 손으로 처리하는 것이 모두 딱 들어맞는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이익, <<성호사설>>

어떤 것이 소중한 것일까요? 당신이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소중한 것입니다. 어떤 것이 중요한 것일까요? 당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37. 실사구시의 독서법, 정확하고 세밀하게 살펴본다

반고가 지은 <<한서>><하간헌왕전>에서는 “사실에 근거하여 사물의 진리를 찾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말은 곧 독서할 때 가장 중요한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진실은 힘써 좇아 탐구하고, 공허하거나 허튼소리는 근거로 삼지 말아야 한다. 독서하는 방도에 관해서는 오로지 마음가짐을 침착하게 지녀 널리 배우고 진실하고 성실하게 행동해 나가면서 “사실에 근거하여 진리를 추구한다.”는 한 마디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김정희, <<완당전집>>

짓지도 않은 옷에 단추를 달고, 잡지도 않은 고기에 간을 하고, 벌지도 않은 돈을 세고, 알지도 못하는 말을 잘도 하는 묘한 재주들.

38. 만 권의 책을 읽어도 뜻을 다하지 못하면

오늘 힘써 노력하지 않으면 내일도 마찬가지인데 기대승, <<고봉선생문집>>

책꽂이에 만 권의 책이 있는 것보다 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낫고, 천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마음에 한 권의 책을 품는 것이 낫습니다.

39. 독서의 다섯 가지 등급

나의 형님이신 연천 홍석주 선생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이 독서하는 데에는 다섯 가지 등급의 차이가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은 이치를 명확하게 밝혀 몸을 맑게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옛것과 옛일을 널리 알아 지금 처한 문제에 잘 적용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문장을 닦아 세상에 이름을 날리는 것이다. 그 다음은 뛰어난 기억력으로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아래 등급은 할 일 없이 한가하게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김정희, <<완당전집>>

짓지도 않은 옷에 단추를 달고, 잡지도 않은 고기에 간을 하고, 벌지도 않은 돈을 세고, 알지도 못하는 말을 잘도 하는 묘한 재주들.

40. 홀로 독서에 매달려 큰 학문을 이루다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뜻이나 이해하기 힘든 기묘한 말까지도 깊게 연구하고 사색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의심이 나거나 분명하지 않은 곳은 끝까지 따져 보고 반드시 밝혀냈다. 날마다 마음을 함께하는 선비들과 경정의 뜻과 의미를 토론하고 연구했다. 더러 학문을 배우려고 선생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가르치는 일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찍부터 옛 성왕들의 세상을 다스리는 이치에 큰 뜻을 두고, 마음이 맞는 두세 명의 벗과 송나라의 유학자 장횡거가 넘겨놓은 뜻을 좇았다. 오늘날에도 마땅히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히려고 노력했다. 김정희, <<완당전집>>

끝까지 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 혼자서도 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 혼자서도 끝까지 하는 사람이 진짜 잘하는 사람

38. 제비도 <<논오>>를 읽고, 개구리도 <<맹자>>를 읽을 줄 안다고?

전해오는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제비는 <<논어>>를 읽는다. 그래서 제비는 지저귈 때 ‘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 아는 것을 안다고 이르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이른다. 그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라고 한다. 개구리 또한 <<맹자>>를 읽는다. 그래서 개구리는 울 때 ‘독락악여중락악숙락 : 홀로 즐거움을 누리는 것과 백성들과 더불어 즐거움을 누리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즐거운가?’이라고 한다. 꾀꼬리 역시 <<장자>>를 읽는다. 그래서 지저귈 때 ‘이지유지지비지 불약이비지유지지비지 이마유마지비마 불약이비마유마지비마야 : 손가락으로 손가락이 손가락 아니라고 깨우치는 것은 손가락이 아닌 것으로 손가락이 손가락 아니라고 깨우치는 일보다 못하고, 말로써 말이 말 아니라고 깨우치는 것은 말이 아닌 것으로 말이 말 아니라고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라고 한다.” 꾀꼬리는 ‘부로구’라고 부르는데 밭 가운데에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지저귀며, 그 소리가 여러 가지다.

유몽인, <<어우야담>>

사랑은 한 사람에게 깊이 빠지는 것, 사색은 한 생각에 깊이 잠기는 것, 프로는 한 가지 일에 깊이 파고드는 것, 글 읽는 일에 열중하면 모든 소리가 글 읽는 소리로 들리나 봅니다.

39. 독서가 곧 학문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은 언제나 독서가 곧 학문이라고 말한다. 학문은 진실로 독서를 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없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또한 독서는 학문의 한 가지 일에 불과하므로 학문이란 독서만으로 이룰 수는 없다. 나는 일찍부터 공부하는 사람이 ‘학문의 도’를 구할 때 마땅히 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첫 번째는 엄격한 스승과 좋은 벗을 만나 매일같이 가르침을 듣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옛사람이 지은 고전을 읽는 것이다. 세 번째는 여행과 유람을 하면서 세상을 두루 살펴 견문을 넓히는 것이다. 홍석주, <<연천전서>>

독서는 학문의 일부랍니다. 독서도 벅찬데... 학문의 길은 멀고도 멉니다.

40. 마음을 키우는 독서

의복과 음식이 주는 즐거움은 세상살이의 근심과 걱정을 잊도록 해준다. 반면 독서에서 얻는 즐거움은 스스로 깨달아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은 의복과 음식 덕분에 보호 받으며 자라지만, 그 마음과 성품은 스스로 기르고 얻어서 발전한다.

독서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평생 해야 할 일이다. 스스로 깨달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비록 보잘것없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근거로 삼을 만한 것이 없다. 여러 해 동안 연구하거나 깊게 탐구하고 사색하여 사물의 이치가 뚜렷이 드러나면, 비로소 만족할 만한 즐거움을 얻는다. 이것은 다른 까닭이 아니라 스스로 깨닫고 얻어 평생토록 자신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는 바탕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서를 하여 스스로 깨달아 얻는 것이 없으면 그 마음과 성품이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은 사람들이 알기 어렵다. 또한 이것을 얻으려고 힘을 쏟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만약 독서를 통해 스스로 깨달아 얻는 일에 음식과 의복에 대한 근심을 없애는 일처럼 힘을 쏟는다면, 반드시 스스로 깨달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한 가지를 스스로 깨달아 얻는다면 깊게 파고들어 생각하고 연구하는 즐거움이 주는 오묘한 느낌을 맛볼 수 있고, 여러 가지를 스스로 깨달아 얻게 되면 점차 ‘추측’, 곧 미루어 생각하고 헤아려 이치를 깨닫는 일의 통로가 열리게 된다. 작은 일을 스스로 깨달아 얻음으로써 이 추측의 통로를 넓혀 나가다 보면 마침내 큰일도 스스로 깨달을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스스로 요령과 사물의 경중을 헤아릴 줄 아는 수준에 이르면 곧 스스로 깨달아 얻지 못하는 일이 없어진다. 그 즐거움이란 천하에 비견할 만하다. 최한기, <<기측체의>>

사람은 몸과 마음의 존재, 몸이 춥고 배고플까 근심하는 만큼 마음이 헐벗고 굶주릴까 걱정해야 합니다.

41. 밥을 먹어 나타나는 효과와 책을 읽어 얻는 효과

독서하여 얻는 효과는 일을 실행에 옮길 때 비로소 드러난다.

홍길주, <<수여난필>>

밥과 책은 닮은꼴. 매일 규칙적으로 먹으면 건강해지고, 죽는 날까지 평생 먹어야 합니다. 맛있으면 좀 더 먹게 되지만, 너무 기름진 것은 탈이 나기 쉽습니다. 새로운 것도 좋고, 옛날부터 전해오던 것도 좋습니다.

42.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

왜 그토록 고통스러운 중노릇을 한단 말입니까? 진실로 그것과는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약용, <<다산시문집>>

시험을 치루기 위한 독서는 고단하고, 시간을 보내기 위한 독서는 가볍고, 잘난 체하기 위한 독서는 소란스럽습니다.

43. 독서는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준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학자인 안지추는 “1천만 냥의 재물을 쌓는 일이 한 가지 작은 기술이나 재주를 몸에 지니는 것만 못하다. 그 한 가지 작은 기술이나 재주 가운데 쉽게 익힐 수 있고 또한 가장 귀중한 것으로 독서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현명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많은 지식과 뛰어난 안목을 갖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독서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배고픈 사람이 밥을 짓지 않으면서 배부르기를 바라는 것이나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이 옷을 짓지 않으면서 따뜻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또한 “독서는 비로 크게 성취한 것이 없다고 해도, 도리어 한 가지 기술이나 재는 될 수 있으므로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이 되어 준다. 허균, <<한정록>>

생계를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책만 읽어도 먹고살 수 있다니 한 번 해 볼만 하지 않나요?

44. 독서를 한다는 것은 약을 먹는 일과 같다

“우선 100번을 읽어라. 그러면 글의 뜻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했다.

소철은 “독서를 한다는 것은 약을 먹는 일과 똑같다. 먹은 약의 양이 많아지면 그 약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몸속으로 퍼지듯이, 독서의 양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높은 식견과 안목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독서하는 사람은 마땅히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황정견은 “세상 사람들은 앞의 경우처럼 종이 위에 적힌 글자를 소중하게 여기는 반면 뒤의 경우처럼 마음속에 이미 많은 책을 간직하고 있는 선비는 마치 원수처럼 여긴다. 진실로 슬픈 일이다.”라고 했다.

섭몽득의 꿈에 나타난 한 노인이 이렇게 말했다. “책을 다 믿는다면 오히려 책이 이 세상에 없는 것보다 못하다. 이것은 글로 말을 교모하게 꾸며 본래 뜻을 왜곡시키고 또 말로 의미를 해칠 수 있기 때문에, 한번쯤 돌려서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독서하는 사람은 마땅히 지침으로 삼을 만하다. 허균, <<한정록>>

독서는 약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모르고 잘못 읽으면 독이 되고, 대충 아무거나 아무 때나 읽으면 읽으나마나가 되고 제대로 잘 알고 정성스럽게 읽으면 명약이 됩니다.

45. 독서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근본이다

주자는 “부드럽고 온순한 것은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근본이고, 부지런하고 검소한 것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고, 독서는 집안을 일으켜 세우는 근본이며, 세상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은 집안을 보호하고 유지하는 근본이다.”라고 했다. 이것이 바로 집안을 다스리는 네 가지 근본이다. 정약용, <<다산시문집>>

독서는 골방에서 홀로 끙끙거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스리고 집안을 세우고 세상을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46. 독서는 어른 이 된 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것

열서부터 배우는 이유는 어른이 된 후 배운 것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다. 이때 독서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평생토록 배운 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일을 실행에 옮길 때와 말할 때의 처신이 같지 않고, 또 다른 사람과 나의 마음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물에 대한 욕심이 사람의 선한 마음을 눌러 양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양심이 이동하면서 일 역시 옮겨간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옛 성인들의 판단이 존재하고, 이전 시대의 역사가 증명한다. 하지만 사물에 대한 욕심이 항상 마음속에 걸려 있어서 일이 다르고 시대가 같지 않다는 변명꺼리만 보일 뿐 마땅히 간직해야 할 서 s한 마음에 대해서는 성찰하지 않는다. 이익, <<성호사설>>

유혹은 유혹적입니다. 유혹은 나에게도 유효합니다. 유혹은 나에게 유독 유혹적입니다. 결론은 이미 명확합니다. 스스로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지 맙시다. 유혹은 돌아보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47. 독서는 지혜를 더해 주지만 때로는 정신을 해치기도 한다.

중구 위진남북조 시대 후위의 규 임금이 박사 이선에게 “천하의 물건 중 무엇이 사람에게 지혜를 보태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선은 “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지혜를 더해 주는 것은 사물에 대한 연구와 깊은 사색에 있다. 사물에 대한 연구와 깊은 사색의 자료로는 책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의 지혜를 해치는 책도 있기 때문에 아무 책이나 함부로 보았다가는 타고난 자질과 성품까지 해칠 수 있다.

마음이 올바르고 뜻이 진실한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책들을 억지로 보려고 노력해도 마음에 맞지 않아 단 한 편도 제대로 읽지 못할 것이다. 최한기, <<인정>>

몸에 좋은 귀한 음식을 자식에게 먹이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면, 맘에 좋은 귀한 책을 제자에게 읽히고 싶은 것이 스승의 마음이다.

48. 화담 서경덕의 독특한 독서법

회담 서경덕 선생은 18세 때 <<대학>>을 읽다가, ‘사물을 궁리하고 사색하여 앎에 이른다.’는 구절을 보고서 “공부하면서 먼저 사물을 궁리하고 사색하지 않는다면, 독서를 한다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하고 크게 탄식했다. 이에 하늘과 땅 그리고 온갖 사물의 이름을 모두 써 벽 위에 붙여 놓고, 날마다 그 이치를 궁리하고 사색했다. 한 사물의 이치를 깊이 생각하여 깨달음을 얻은 다음에는 다시 또 다른 사물의 이치를 궁리하고 사색했다. 박민헌, <<화담선생문집>>

극기는 나의 한계를 넘어선 나를 만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49. 옛사람의 글을 읽는 올바른 독서법

책에 기록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아 진실로 바른 기상이 있다면, 세상의 변화를 다루고 인간의 도리를 헤아리는 것을 권유할 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후세 사람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는 경계거리가 될 뿐이다. 옛사람의 책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우는 데에는 권유하고 경계함이 구별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최한기, <<인정>>

냉이가 봄기운을 전해주지만, 봄이 온통 냉이 맛은 아닙니다. 부분이 전체를 말해 주기도 하지만, 부분이 전체를 가리기도 합니다.

50. 독서란 앎과 실천을 결합한 말

생각해 볼 때, 독서란 ‘앎’과 ‘실천’을 겸해서 한 말이다.

궁리하고 사색하며 독서하는 일을 배우는 것은 ‘앎’인가 아니면 ‘실천’인가? 독서는 몸으로 배우는 것도 있고, 마음으로 배우는 것도 있다. 따라서 독서는 모두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효도와 우애는 몸이 ‘실천’하는 것이고, 궁리하고 사색하고 독서하는 것은 마음이 ‘실천’하는 일이다. 이것에서 밝게 헤아리고 살피면 바야흐로 ‘앎’이 되므로, ‘실천’이 ‘앎’보다 먼저 자리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몸으로 효도와 우애를 실천하는 일을 놓고 말하면, 먼저 알고 나중에 실천함은 본래 의심할 여지가 없다. 궁리하고 사색하며 독서하는 마을 두고 ‘실천’이라고 한다면, 우둔하고 무식한 사람이 어떻게 독서에 매달릴 수 있겠는가? 마땅히 독서와 궁리는 ‘앎’의 이치에 먼저 통한 것이다.

곧 ‘앎’이 ‘실천’보다 먼저라는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다. 이익, <<성호사설>>

앎과 실천은 자웅동체, 앎이 있어 행함이 일어나고 행함이 있어 앎이 완성됩니다.

51. 무엇보다도 실천이 급하다

‘앎’과 ‘실천’의 두 가지는 학문과 독서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공부해야 할 내용입니다. 구태여 ‘앎’과 ‘실천’의 앞뒤를 따진다면, 먼저 알아야 하지만 또한 결과를 놓고 보다면 실천이 더 중요합니다.

위로는 하늘의 뜻과 사람의 본성부터 하찮고 보잘것없는 나무와 풀, 날짐승과 들짐승에 이르기까지 모두 궁리하고 탐구해야 할 이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나의 몸과 마음 또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윤리로 볼 때, 먼저 해야 할 일과 뒤에 해야 할 일에 엄연한 구분이 있습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시급하게 서둘러 하나하나 모소 실천해 나가다 보면, 그 나아감과 얻게 됨을 어찌 다 셀 수 있겠습니까? 안정복, <<순암집>>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바쁠 것도 없고, 안타까울 것도 없습니다. 때를 아는 사람이 오히려 더욱 서두르고, 순서를 아는 사람이 오히려 더욱 분주합니다.

52. 평생 책의 가르침을 지키고 잊지 않았다.

김굉필은 <<소학>>을 끼고 살면서, 평생 동안 이 가르침을 지키고 잊어버리지 않아 ‘소학동자’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권별, <<해동잡록>>

처음 먹은 마음이 진짜 마음, 처음 느낀 떨림이 진짜 떨림, 처음 세운 계획이 진짜 계획,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것은 언제나 처음처럼 진짜 나로 살아가라는 말입니다.

53. 간서치, 책만 보는 바보

‘간처시’, 곧 책만 보는 바보라고 했다. 이덕무, <<청장관전서>>

평범한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은 이해받지 보하고 오히려 놀림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사람들의 이해나 찬사 따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세계를 보고 만들고 즐길 뿐입니다.

54. 한 자 한 획의 사소한 내용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퇴계 선생께서는 “사람들이 내가 지은 <<주자서절요>>를 읽는다면 학문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또한 선생께서는 “나는 평생 동안 좋아해 몰두한 일이 없었다. 그러나 오직 책만은 진실로 좋아할 만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선생께서는 독서를 할 적에 단정히 앉아 우렁찬 목소리로 읽었다. 한 글자마다 그 뜻을 찾고 구절마다 그 의미를 물었다. 책을 대충대충 읽는 법이 없어서, 비록 한 자 한 획의 사소한 내용이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김성일, <<학봉전집>>

음감이 뛰어난 음악가는 미묘한 차이와 울림을 알아듣고, 색감이 뛰어난 미술가는 세밀한 느낌과 분위기를 알아보고, 뛰어난 문장가는 한 글자의 파장과 영향을 알아봅니다.

55. 감추어진 진실을 알려면 야사를 읽어라

공자는 “예가 사라지면 초야의 백성들 사이에서 예를 찾는다.”고 했는데, 역사의 경우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홍석주, <<홍씨독서록>>

있는 그대로를 빠뜨리거나 이지러뜨리지 않고 담아내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착실한 사실의 짜깁기가 아닙니다. 역사는 사실을 넘어 진실을 요구합니다.

56. 어린아이에게 글을 읽힐 때 많은 분량을 강요하지 말라

어린 아이에게 독서를 시킬 때 가장 금기로 여겨야 할 일은 많은 분량을 읽게 하는 일이다.

독서하는 분량을 적게 하여 익숙해질 때까지 읽어 뜻을 제대로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만약 이렇게 한다면 비록 어리석고 아둔해 잘 외우지 못한다고 해도 용서할 일이다.

어린 아이에게 독서를 시킬 때 결코 엄하게 단속만 해서는 안 된다. 엄하게 단속하면 타고난 기백이 약한 아이는 지레 겁먹게 되고, 반대로 기백이 강한 아이는 분한 마음이 가슴 가득 쌓여 원망하는 마음을 품게 된다.

또한 너그러운 마음으로 풀어주기만 해서도 안 된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풀어주면 품은 뜻이 낮고 보잘것없는 아이는 게으름과 태만에 빠지고, 반대로 품은 뜻이 높고 강한 아이는 아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다. 어린 아이에게 독서를 가르칠 때는 지루하거나 복잡하게 가르치는 일은 금기로 여겨야 한다. 이덕무, <<사소절>>

어린아이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지 맙시다. 나는 못했지만 너는 견뎌라, 나는 못했지만 너는 싸워라, 나는 못했지만 너는 이겨라, 아이는 내 인생을 대신할 존재가 아니라, 보듬고 사랑해야 할 작은 생명입니다.

57. 험담하기 좋아하는 병엔 독서가 약이다

다른 사람의 글과 문장을 헐뜯는 일을 좋아하는 것은 학문이 얕아 생기는 커다란 고질병이다. 이러한 병을 고치려면, 고전을 많이 읽는 것 외에 다른 도리가 없다. 홍길주, <<수여난필속>>

함부로 뱉는 어리석은 말은, 아는 사람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이고, 모르는 사람에게는 깨달음의 길을 막는 장애물입니다.

58. 독서는 여행을 안내하는 노정기일 뿐이다

독서는 장차 진리를 명백하게 밝혀 온갖 일에 적용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다만 정확하고 세밀한 것, 익숙해지는 것, 확실하고 참된 것이란 성인도 모두 이루지 못하는 법이니, 독서와 공부는 참으로 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학문하는 사람들이 평생토록 매달려야 할 일이다.

먼 길을 가려고 하는 사람에 비유하자면, 독서는 여행할 길의 지도와 안내를 담은 노정기이고, 실천은 말을 먹이고 수레바퀴에 기름칠을 하고 또 노정기를 살펴 여행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은 달리지도 못하게 잡아 매놓고 수레는 손질만 해놓았을 뿐 몰지 않은 채 오로지 여행할 길의 지도와 안내를 담고 있는 노정기만 읽거나 토론하고 있다. 먼 길을 가려고 하는 계획을 아무리 잘 세워도 끝내 성공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홍대용, <<담헌서>>

연은 날려야 제 맛이고, 꽃은 피어야 제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제 맛입니다. 계획만 우두커니 세워두고 돌아서지 말아요.

59. 독서하는 사람에게 주는 지침

송나라의 여회는 “많은 분량을 독서할 필요는 없다. 한 자를 읽었다면, 그 한 자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고, 정이는 “한 자 분량의 책을 일근 것보다 한 마디의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독서하는 사람은 마땅히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

소동파는 왕랑에게 보낸 편지에서 “젊은 사람이 배우지 못했다면 항상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야 한다. 바다에 온갖 금은보화가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의 힘만큼 밖에 가져오지 못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자기가 바라는 것만큼 얻을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독서를 하는 사람은 언제나 한 가지 뜻을 좇아 목표를 이루고자 해야 한다. 허균, <<한정록>>

보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보고, 듣는 만큼 알고, 아는 만큼 듣고, 배움 안에서의 시력과 청력은 높이고 또 높일 수 있습니다.

60. <<사기>> <백이전>을 1억 1만 3천 번 읽은 김득신

지칠 줄 모르고 떨어지는 한 방울 한 방울의 물이 마침내 바위를 뚫습니다. 반복은 힘이 셉니다.

61. 억 번, 만 번 읽는 선비의 서재, 억만재

권유 선생은 웃으면서 말씀하시기를 “글이란 많이 읽어서 문장을 능숙하게 쓰는 데 있다는 걸 정두경을 통해서 보았다. 그러므로 너희들은 오로지 글을 많이 읽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오늘날 김득신과 정두경의 독서하는 방법을 보면, 대추의 맛을 음미하지도 않고 통째로 삼켜버리는 것이라??장으로 크게 이름을 드날렸다. 안정복, <<순암선생문집>>

쉽게 얻은 것은 읽기 쉽고, 쉽게 모은 것은 흩어지기 쉽고, 쉽게 뜨거워진 것은 차가워지기 쉽습니다.

62. 그 때 좀 더 공부해 사서를 백여 번 읽었더라면

세월의 공력에 더해 깨닫고 얻는 것이 없다.

대체로 학문과 독서의 성취는 나 자신에게 달려 있고, 그것으로 성공을 얻거나 얻지 못함은 오로지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다만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에 힘쓰고, 하늘의 뜻에 맡길 뿐이다.

경서는 그 내용이 깊고 뜻이 정확하고 심오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심전력을 기울여 노력한 후에야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역사서는 경서를 읽는 도중에 돌아가면서 훑어보아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모두 소득이 있을 것이니,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유성룡, <<서애선생문집>>

‘지금’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힘겹게 날아온 내가 나를 설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릅니다.

63. 술집 심부름꾼 신세를 벗게 해 준 독서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책을 읽히는 일도 어렵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을 못 읽게 하는 일도 쉽지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과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맙니다.

64. 옛사람의 학문과 책을 찌꺼기라고 하지 말라

“독서할 때는 조심하고 경계하여 거침 마음으로 책을 대충 쉽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반드시 자세하게 읽어서 책에 담긴 뜻을 알아내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은 한시도 사람을 깨우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으셨다. 가장 먼저 <<소학>>을 가르쳐, 자식과 제자들이 어버이를 사랑하고 어른을 공경하며, 스승을 존경하고 벗과 친하게 지내는 일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도록 했다. 반드시 그 근원을 기르고 닦은 다음에야 비로소 다른 책을 읽도록 허락했다. 선생의 가르침은 회초리가 필요 없어 배우는 자제들도 매우 즐거워했다. 권별, <<해동잡록>>

대강은 느긋한 것이 아니라 애정 결핍, 대략은 넉넉한 것이 아니라 주의력 결핍, 대충은 너그러운 것이 아니라 집중력 결핍

65. 집현전 동료들이 독서에 미쳤다고 놀린다

성간이 독서하는 방법은 책을 폭넓게 읽고, 잘 기억하며 또 한 절대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것이었다. 권별, <<해동잡록>>

지금 당장 미지근하고 흐리멍덩한 삶을 집어치우고 당신이 미치도록 하고 싶었던 것에 미쳐 보세요.

그날이 그날이라면 시간은 혹독한 형벌입니다. 이제 어제와 다른 오늘이라면 시간은 하늘이 내린 축복입니다.

배움에는 때가 없고, 배움에는 귀함과 천함이 없고, 배움에는 정해진 곳도 없습니다. 배움은 넉넉하고 유연하며 참을성이 많습니다.

66. 독서는 과거를 이어 미래를 열어주는 통로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는 반드시 지은이가 주장하는 뜻을 먼저 알아야 한다. 그런 후에 그 뜻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 그런 후에 그 뜻을 아직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 이것은 세 사람의 마음이 한 권의 책에 담긴 뜻과 의미를 통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어떻게 서로의 잘못된 판단과 생각이 전혀 없을 수 있겠는가?

잘 가르쳐서 배우는 사람을 제대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가르치는 사람의 마음속에 확실하게 자리 잡은 학설과 이치가 혀끝의 말하는 기운으로 나타나 배우는 사람의 듣는 기운과 서로 통할 때 발생한다. 또한 배우는 사람 역시 똑똑하고 슬기롭거나 혹은 어리석고 몽매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의 말을 듣고 글을 읽을 때도 깨닫거나 깨닫지 못하는 것, 알거나 모르는 것에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일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면, 지은이․가르치는 사람․배우는 사람의 도량과 능력은 그 변화하는 이치가 같지 않다. 이제 독서를 통해 뒤따르는 사람에게 좋은 교훈을 남기려면, 대체로 책의 번거롭고 복잡한 내용과 이해하기 어려운 글귀나 기이하고 괴상한 내용은 깊이 경계하도록 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명백한 사물의 이치와 이해하기 쉬운 글이나 문장들을 권장해야 한다.

최한기, <<인정>>

지은이와 스승과 제자 세 마음이 모여 배움이 가능합니다. 삼각대 세 개의 다리 중 하나만 짧아도 서 있기조차 위태롭습니다.

67. 기나긴 겨울밤 등잔불 기름 떨어져 책도 읽지 못하고

반딧불도 보이지 않고 눈도 도통 오지 않네.

겨울 세 달 공부 계획 갑작스레 어긋나네.

기나긴 겨울밤 한가로이 누더기 보듬고 있을 뿐

이웃에 등잔불 기름 빌려 달라고 부탁하기도 창피하구나.

장유, <<계곡선생문집>>

등잔 기름도 사지 못할 가난, 등잔 기름도 빌리지 못할 주변머리, 등잔 기름도 준비하지 않은 게으름, 겨울 세 달, 공부 계획 따위는 없는 한가함, 무엇이 가장 창피한 일일까요?

68. 수많은 책을 읽고서도 요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장별제는 일찍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독서하는 사람의 연배가 아직 장성하지 않고 지식이나 이해력이 아직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았는데 너무 많은 책을 읽게 되면, 먼저 읽은 내용이 나중에 읽은 내용에 파묻혀 제대로 써먹지 못하게 된다.”

대체로 사람이 견문이 부족한데도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많은 책을 읽고서도 그 핵심이 되는 요점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홍길주, <<수여연필>>

똑똑한 사람 대부분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그러나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 꼭 똑똑한 것은 아닙니다.

69. 낮에는 부녀자의 일을 다 하고, 밤에는 소리를 낮춰 독서에 몰두했다.

장애물은 뛰어넘으라고 있는 것, 한계는 도전하라고 있는 것, 금기는 깨라고 있는 것.

69. 어린 아이에게는 여유를 주어야 독서에 싫증을 내지 않는다

어린 아이에게는 독서를 가르칠 때는 절대로 많이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하나라도 정확하게 알고 익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독서를 할 때는 마음과 뜻을 오로지 하나로 모은 다음, 입으로는 외우고 마음속으로는 생각하면서 글자 하나 자구 하나를 반복해서 연구한다.

이덕무, <<사소절>>

잔에 물이 가득 차면 넘치기 쉽고, 연줄이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기 쉽습니다.

70. 책에만 빠져 주변을 살피지 않으면

농사짓고, 나무하고, 고기 잡고, 가축을 기르는 일은 사람이 평생토록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이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들,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있게 지내는 일, 인륜의 도리 등 폐지할 수 없거나 아울러 실천해야 할 것들은 각자 재주와 능력에 따라 독서하고 수행하는 한가한 틈을 이용해 배우고 익혀야 한다.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재주에 불과하다고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면 안 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일에 정신이 팔려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크나큰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서에 탐닉해 세상살이의 이치에 깜깜한 자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이덕무, <<사소절>>

훌륭한 재단사는 자투리 천을 많이 남기지 않으며, 자투리 천을 쓰기 위해 옷을 망치지도 않으며, 자투리 천으로는 다른 쓸모 있는 것을 더 만들어냅니다.

71. 반드시 순서에 따라 공부하고 독서하는 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독서를 하는 사람은 진실한 마음으로 성실하게 실천하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반드시 순서에 따라 공부하고 독서하는 길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독서에 순서를 구한다면, 가장 먼저 <<대학>>과 <<소학>>이 있을 뿐입니다.

옛 성인과 현자의 말은 이해하거나 알기에 어려운 것이 아니라 실천하기가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기대승, <<고봉집>>

배움을 청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모르는 것을 덮어두는 것이 더 부끄러운 일입니다. 가르침을 주는 것은 결코 자랑이 아닙니다. 먼저 배운 사람이 해야 할 성실한 의무입니다.

72. 마음에 와 닿은 구절을 옮겨 적는다

용촌 이광지가 자식들에게 서책을 베끼는 이로움을 설명한 방법이 있었다.

“일을 기록할 때는 반드시 가장 중요한 점을 밝혀내고, 말을 적을 때는 반드시 감추어진 이치를 끄집에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유가 말한 독서법의 요점은 ‘일을 기록한다.’거나 ‘말을 적는다.’는 두 구절에 담겨 있다. 대체로 글이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직접 한 번 써보는 것이 백 배 낫다. 손이 움직이는 대로 반드시 마음이 따르므로, 20번을 읽고 외운다 하더라도 힘들여 한 번 써보는 것만 못하기 때문이다.

옳고 그른 점을 판단해 의심이 나는 곳을 기록한 다음에 잘잘못을 가리는 자신의 이론과 논리를 덧붙여 보라. 그렇게 되면 지혜는 더욱 깊어질 것이고, 마음이 누리는 안정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이덕무, <<사소절>>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모두가 중요합니다.

73. 독서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자가자는 “가장 즐거운 것으로는 독서가 으뜸이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자식을 가르치는 일이 으뜸이다. 가장 부유한 것으로는 기와로 지붕을 덮는 일이 으뜸이고, 가장 곤란하고 궁색한 것으로는 전답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기는 일이 으뜸이다.”라고 했다.

독서는 사람이 타고난 기질과 성품을 변호시킬 뿐만 아니라 정신과 지혜까지 닦고 기를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이치와 뜻이 사람의 마음을 한 가지로 모아주기 때문이다.

오직 독서만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으며, 오직 자연만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는다. 오직 바람과 달, 꽃과 대나무만은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으며, 오직 단정하게 앉아 말없이 고요하게 지내는 생활이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고 해로움을 주지 않는다. 이와 같은 네 가지를 ‘지극한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허균, <<한정록>>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 바둑은 희고 검은 돌 일뿐 즐겁기는커녕 지루하기 짝이 없고, 자건거를 못 타는 사람에게 자전거는 두 개의 바퀴일 뿐 즐겁기는커녕 위험하기 짝이 없습니다. 즐거움은 익숙함 뒤에 오고, 익숙함은 부지런히 익힌 다음에 옵니다.(부지런함 - 익숙함 -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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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지식인들의 독서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는 책들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시대에도 요즘 젊은 사람들에 대한 비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존재했나보다. 그리고 기성세대에게 젊은 세대는 걱정의 대상이였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독서를 하는 방법,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독서는 책을 읽기 이전의 나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해서 책을 읽기 이전의 나를 뛰어넘는 것이 목적이자 목표이다. 하지마 책 읽는다는 그 행위 자체를 즐겨야 하고 그 자체가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독서는 실천하기 위해서는 하는 것이다. 실천하지 않는 독서는 죽은 독서이다. 스스로에게 뿌듯함을 뺀다면 실천하지 않는 독서는 읽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한 글자를 읽었다면 한 글자를 실천해야 하고 실천하기 전에는 다른 것을 읽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진정한 의미의 독서는 많은 양을 빠르게 읽는 것보다는 적은 양이지만 깊이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 깊이 생각하고 폭 넓게 읽으며 읽은 것에서 멈추지 않고 더 발전된 세상을 위해서 실천할 때 책에서 힘을 느낄 수 있는 것이고 책이 진정한 내 책이 되는 것이다. 책의 힘을 내 힘을 만드는 길이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치열함이라는 단어가 남는다.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는, 읽을 책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하며 ‘책 읽기’를 마친다.

독서, 조선지식인, 고전연구회사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