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르웨이 숲 이라는 제목을 상실의 시대로 바꿨는지 모르겠다. 원래 제목대로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발행했으면 좋았을 것을. 예전에 상실의 시대란 제목으로 출판 되기 전, 우리나라에서도 노르웨이 숲 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었다. 난 그 책으로 한국어판을 읽었다. 이제 다시금 일본판으로 이 책을 읽었다. 뭐가 상실인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난 즐거운 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누군가 죽고, 다치고, 상처입고, 치유가 되는 말든 그건 별로 중요치 않고, 다양한 등장 인물이 힘들어 하고 방황하는 모습이 좋다. 그래서 내겐 더 없이 잘 맞았던 책이었다. 이 소설은 날씨로 치면 늘 흐릿한 나날들 같다. 인물들이 속으로 생가하는 것들이 하나 같이 힘들다. 그리고 어둡기도 하다. 생각이 많고, 인생의 어려움들이 있고, 슬픔과 후회가 있다. 그러면서 미묘한 감정의 변화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웬지 모르게 자극적이다. 나한테만 그런 것인가. 무라카미 하루키 하면 죄다 그의 책으로 몰리는 우리의 현상에 비추어 볼 때, 나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각자 나름 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난 이상하게 하루키의 어두움 필체가 맘에든다. 웃고 떠드는 내용이었다면 더 이상 찾지 않았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재밌다 해도 내가 재미 없으면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분위기에 편승해서 책을 고르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나 만의 흥미가 있면 되는 것이고, 없으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