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일전에 인간실격을 읽은 적이 있었다. 허무주의다, 자기혐오다 라는 말보다는 그저 자신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그 문체가 참 맘에 들었다. 나도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 역시 해봤다.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말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 책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그런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중에서도 꽤나 밝고 아름다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일상의 일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역시나 경쾌한 분위를 갖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섬세하기까지 하다. 일본의 또 다른 작가, 엔도 슈사쿠 역시 기본적으로 기독교문학의 진수를 보여주지만 일상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위트 있게 묘사하고 나약한 이들의 평범함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것 처럼 다자이 역시 어두운 그의 주된 작품 가운데 이런 즐거운 면을 드러낼 줄이야 정말 몰랐던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는 아시다시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스스로 굉장히 치열하고 우울한 삶을 견내냈다. 연인과의 동반자살도 시도했었으며, 자살미수로 인해 더더욱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들기도 했다. 그는 굉장히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인간이었던 것 같다. 이 작품에서도 어김 없이 그런 그의 성향이 짙에 드리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다자이 오사무의 새로운 분위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그의 암울했던 글과는 확실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