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주력전투기는 주지하다시피 제로센이다. 영식함상전투기라는 이름의 이 제로센은 일본해군을 대표하는 월등한 기량의 전투기였다. 물론 전쟁초기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곧 이 제로센전투기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미국의 새로운 최신예 전투기가 등장함에 따라 제로센의 위력은 서서히 반감되기 시작한다. 태평양전쟁은 상식적으로 바다에서 싸운 전투였다. 그렇기 때문에 전함과 항공기가 절대적인 자원으로써 활용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태평양전쟁부터 바다에서의 싸움은 항공기 간의 전투로 바뀌게 된다. 그 전까지는 해전이라고 하면 큰 전함끼리의 싸움을 의미했으나 이제는 항공기들이 전함을 침몰시키고 다양한 전술을 통해 적을 물리치게 된 것이다. 태평양전쟁은 항공기 간의 결전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양상을 낳은 것이다. 항공기를 적당한 위치에 배치시키고 그곳으로 부터 작전수행을 감당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이 항공모함은 또한 활주로 역할을 하고 또한 전투기에 각종 연료와 탄약을 공급하는 그야 말로 모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말이다. 태평양전쟁은 바로 이러한 항공기들 간의 전투 양상이 굳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항공기, 전투기, 폭격기 등 하늘을 지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시킨 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전함끼리 대포를 쏘면서 전투를 치르는 과거의 모습이 이제는 항공기라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