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아주 오랫만에 중국을 무대로 한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펄벅의 '대지'란 책이 자꾸 떠오름을 느꼈습니다. 책을 아주 좋아하고 아주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접해보았는데 살펴보니 중국에 관한, 아니 중국을 무대로 한 책들은 거의 읽어본적이 없었습니다. 책을 한참 읽다 책의 제목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았습니다.

"길 위의 시대"

왜 '길 위의 시대'일까? 나름 생각해 보았는데, 책을 읽으며 80년대의 시대상이 그려져 있어 나름 추측한 시대의 흐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1950년대에 태어난 작가가 자기가 경험한 1980년대를 작품속에 녹여내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는 독자인 저는 80년대에 10대로서, 저자가 경험한 그 80년대를 경험했습니다.

나라와 민족, 역사와 문화가 다른지라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살았었던 시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해야만 했습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생각해보면 저자와 내가 경험했던 시대에 비해 얼마나 우리가 이 시대를 풍족하게 살고 있는지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을 갖게됩니다. 그러나 풍족했던 따스한 인심은 점차 사라지고 있음도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인심이 야박(?)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의 줄거리는 한 여인이 한 시인을 만나 사랑하고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하여 아이를 키웁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가 자라 정을 주어 키우지만 자신이 그토록 믿고 사랑했던 시인이 진짜가 아닌 거짓으로 판명이 납니다. 전혀 다른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여인은 자신이 그동안 의지하고 살아온 삶의 현실이 매우 혼란해집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에게 주었던 정을 떼고 자살시도를 합니다. 시인은 한 여인을 사랑하고 그녀와 사랑을 키워 나가지만 그녀는 시인의 아기를 임신한 채 죽습니다. 시인은 자신에게 회의를 하게 되고 새로운 직업 새로운 삶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다가 한 여인과의 만남으로 인해 모든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여인의 주선으로 결국 가짜 시인을 사랑했던 여인과 진짜 시인과의 만남이 이뤄지고 그들을 통해 그들이 살았던 지역에 아름다운 학교가 세워집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요?

가짜일까요? 진짜일까요? 아니면 가짜인데 진짜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 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내가 믿고 따르고 추구하며 나아가는 삶, 인생, 가치관, 믿음, 종교, 가족 등 결코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인생의 절반을 산 것 같습니다. 삶을 살면서 나름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지만 그 삶과의 치열함 속에서 얻은 것도, 잃은 것도 많습니다. '상실'이지요. 그러므로 책 제목인 "길위의 시대"는 곧 "상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대를 잘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속에는 '상실' 외에도 '그리움(추억)' '이상' '낭만'과 같은 이제는 아주 조금씩은 잊혀져만 가는 단어들에 대한 회상을 하게됩니다. 얼마전 없어진 경춘선의 낭만열차처럼, 세월로 인해 이 세상을 떠나가 버리는 박완서 작가처럼...

통키타를 들고 다니며 그 시절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그분의 책을 읽으며 꿈과 사랑을 키웠던 사람들에게서 그 모든 기억이 하나 둘 사라지는 아쉬움을 남기게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책을 덮으며 책의 표지면의 그림을 살펴보았습니다.

p.276의 해설의 서두 부분에 나오는 '둑'에 관한 글을 이미지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고 난 후가 아니라 책을 읽기 전 먼저 살펴보았더라면 책 속의 더 많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