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는 서양사에서 내가 가장 흥미로워 하는 시기이다. 
중세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화하면서 
문화, 예술 그리고 정치와 사회 전반에 거대한 폭풍같은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시기,. 
그래서 이전의 모습들을 지켜가고자 하는 세력들과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은
아마도 가장 역동적인 모습의 역사를 후세에 보여주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인쇄술이 발달하고 이에 더불어 출판업도 성행하고 
덕분에 문자가 평민들에게 까지 전파되면서 
사람들은 책을 읽게 된다. 
특히나 그들이 생활속에서 가장 필요로 하고 늘 가까이 하고자 했던 성경이 
가장 많이 전파되고 누구나가 성경을 읽기에 이르르게되었다.  
이제 성직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덕분에 사람들은 하나의 작은 의심을 시작하게 된다. 
이제까지는 오직 성직자의 입을 빌려 전해지던 하느님의 말씀이었기에
그것이 곧 하느님의 말씀이요, 법과 같은 것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게 되고, 
성직자들이 만들어낸 세계가 아니라 나름의 세계를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이는 성직자들에게는 큰 위협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들이 이제까지 누려왔던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다는 두려움...
그것은 결국, 이단/이도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었던 
수많은 마녀사냥과, 종교 재판의 원인이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방앗간 주인도 마찬가지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오직 자신이 신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었고
자신이 자신 나름으로 성경을 이해 했을 뿐인데, 
그것이 성직자들에게는 그들이 누려왔던 권위에 대한 
하찮은 평민의 도전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변화가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방앗간 주인은 화형에 쳐해 지지만, 
그와 같은 움직임과 변화들을 막기에는 참으로 작은 사건이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복사기와 팩스의 보급이 소련의 공산주의를 붕괴시켰다는 말이 생각난다. 
무지한 백성들은 신정정치로 다스리는 것이 옳다는 미실의 말도 함께 생각난다. 
미디어 조작으로 대중의 생각을 조종하고 만들어가려는 
독재아닌 독재자의 행태들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기득권들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깨어있는, 자신만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한다. 
역사의 변환점에서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어버린 방앗간 주인의 이야기에서 
참으로 많은 것들이 생각나고 떠오르는 것을 보면,
지금 내가 있는 이 시점도 어쩌면
역사 속의 큰 변환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