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친절을 파는 가게

웃음이 보약이라고들 한다. 많이 웃으면 수명도 길어진다고 한다.

웃음이 좋은 것은 분명하다. 웃는 사람을 보면 보는 이도 즐거워진다. 마음에 있던 시름도 사라진다. 어둑시근한 느낌을 주는 공간에서도 웃음은 햇살처럼 환한 빛을 낸다. 눅눅한 공간은 보송하게 하는 힘도 있다. 웃음에는 답답한 공간마저 넓은 느낌이 들게하는 묘약이 숨어있다.

<인사 잘하는 집, 웃기 잘하는 집>은 이런 웃음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리는 비법을 잘 보여주는 동화다. 비록 동화이긴 하지만 실제로 웃음의 효력이 대단하다는 건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으므로 공감이 가는 책이기도 하다.

동호와 아라네는 각각 슈퍼를 운영한다. 동호네 가게는 아라네 가게인 '21세기 슈퍼'보다 늦게 열었다. 그 대신 더 열심히 일을 하고 더 성실하게 일을 한다. 인사도 아주 잘한다. 아무리 작은 물건도 배달을 즐거이 하고, 아무리 이르거나 늦은 시간에도 웃으며 배달을 한다. 가게 이름인 '새벽을 파는 가게'와 아주 잘 어울리게 운영을 한다. 한 마디로 웃음과 친절을 파는 가게다.

이런 동호네 가게가 아라네는 못 마땅하다. 아라의 부모는 딸이 동호와 어울리는 것조차 못 마땅하다. 그런 데다 동호의 누나는 장애인이라 방안에서만 지내는데 아라가 자주 친구가 되어주지만 부모의 반대로 그만 두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주 가까운 거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선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동호 부모는 고심 끝에 아라의 부모를 찾아간다. 양가는 의논 끝에 가게를 합치기로 하고 건물을 가로막은 벽을 허문다. 새로 단장한 가게의 이름은 동호네 가게 이름인 '새벽을 파는 가게'로 붙이고, 동호네가 하던 경영방침대로 동업을 시작한다.

작은 힘이지만 합치면 강해진다. 대형마트의 입점으로 시장이 불황을 맞은 것은 벌써 꽤 오래된 일이다. 그렇다고 맥을 놓고 한숨만 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디나 틈새는 있기 마련이다. 대형마트들이 못하는 일을 동네 가게들이 한다면 그것도 새로운 경영전략이 된다. 동호네와 아라네가 발빠르게 움직인 것은 정말 다행이다. 작은 가게였지만 대형마트 못지 않은 갖가지 품목으로 새로 열게 된 가게. 그들에게는 대형마트가 갖지 못한 가족경영이라는 끈끈한 끈이 있다. 한마음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새벽을 파는 가게가 아닌가. 신선함은 물론 이른 아침부터 움직이는 식품가게라면 누구나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 책은 참 인간적이다. 공부를 잘하는 형보다 일을 잘하는 동호. 장애를 앓고 있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동호의 누나. 보편적인 부모의 입장이라면 동호의 형을 빼곤 자랑스러울 것이 없는 집이다. 그렇지만 동호의 부모는 어떤 자식도 편애하지 않는다. 각자의 몫이 있음을 인정하고 동호가 즐겁게 가게 일을 돕는 것도 말리지 않는다.

공부만을 고집하고, 공부만을 강요하는 요즘 엄마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런 다음 내 아이의 특성이나 적성을 파악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너도 나도 학교로만 몰려서 터무니없는 고학력자를 배출하는 기형 사회는 머지 않아 바로잡힐 것이다.

이 책은 저학년 동화지만 아주 현실적인 동화다. 그 때문에 어쩌면 저학년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