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시간 관리

 

☆주요등장인물 : 깁슨 피니(주인공-어너의 발명가), 애쉬(깁의 친구), 락시(깁의 동생), 레이니(깁과 같은 반 여자친구)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을까?

가끔 하는 생각이다. 뭔가 억울한 생각이 들 때, 주어진 시간 안에 할 일을 다 하지 못했을 때, 한 때 가졌던 행복감이 허무하게 변했을 때...어쨌거나 뭔가 미진하고 후회스러울 때 바로 잡고 싶어서 갖게 되는 생각이다.

그럴 때 어느 한 부분만 되돌려서 바로 잡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시간의 퍼즐 조각>은 공상과학소설을 주로 쓰는 미국 작가 낸시 에치멘디의 작품이다.

주인공 깁은 애쉬와 카니발에 가기로 한 날 레이니와의 다툼 때문에 일이 꼬이게 된다. 부모가 함께 파티를 가게 되면서 여섯 살 난 동생 락시를 보살피게 된 것이다. 레이니가 봐 주기로 했지만 깁과 다툰 것을 빌미로 아프다며 약속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동생을 데리고 카니발에 가기로 한 깁은 잠시 산책을 나간다. 산책을 하던 숲에서 다리를 심하게 저는 노인을 만나 멍텅구리라는 말을 들으며 어너(시간을 되돌리는 기계)를 선물로 받는다.

놀라서 도망치듯 나오다가 어너를 떨어뜨린 깁은 집으로 가서 락시를 데리고 카니발에 가기로 한다. 애쉬를 만나러 가기 전에 숲에서 떨어뜨린 어너를 찾는다. 애쉬에게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카니발에서 점쟁이 마담 아이시스로부터 불길한 예언을 듣는다. 떠돌이 개를 따라갔다가 당하는 락시의 사고소식에 불안해 하면서도 놀이기구인 '악마의 엘리베이터'를 탄다. 그 사이 락시는 떠돌이 개를 따라갔다가 의식불명이 될 정도의 사고를 당한다. 

락시를 살리기 위해 깁은 어너를 작동시켜 시간을 되돌린다. 이번에는 레이니가 락시를 돌보다가 사고를 당하자 깁은 다시 어너로 시간을 되돌리고, 결국은 자신이 다리를 쓰지 못할 정도의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깁의 희생으로 모두가 평화를 얻는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주변의 불행을 보느니 자신이 사고를 당하는 편을 택한 깁. 어너를 제대로 사용하는 깁의 휴머니티가 과학발전의 긍정적인 면을 기대하게 하는 이야기다.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는다. 그런 일들 중 자신에게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은 대개 실제 상황보다 크게 느끼기 마련이다. 반면 긍정적인 일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가장 작다고 느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간의 불행은 어쩌면 이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 삶 전체를 놓고 보면 아무리 크게 느꼈던 사건들도 지나고나면 하나의 조각에 불과하다. 수천 수만의 시간 조각 중 한 조각의 퍼즐일 뿐인 것이다. 그런 것을 크게 느끼고 거기에 집착하게 되면 그 퍼즐들이 불행으로 도색될 것은 뻔한 이치다. 

깁이 어떤 식으로 시간을 되돌려도 멍텅구리라 명한 떠돌이 개와 락시는 계속 만난다. 다만 그 떠돌이 개로 인한 사고를 당하는 대상이 락시-레이니-깁으로 달라질 뿐이다. 씨줄과 날줄처럼 얽힌 시간들을 되돌릴 경우 같은 지점으로 가더라도 같은 결과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운명은 정해져 있고, 그와 관련된 등장인물들도 같지만 되돌린 시간도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람의 감정까지 같게 할 수는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같은 시간으로 돌아가더라도 사건은 조금씩 다른 결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운명은 정해진 대로 흐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만큼 그 운명을 거스르려고 하기보다는 부딪쳐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 미래를 안다고 불행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오히려 미래란 알면 더 두려운 것을 알겠다. 

다만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주변에 대한 사랑의 마음만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 행한 일이라면 그 선택은 결과와 관계 없이 칭송받을 것이라는 건 변함없는 진리다. 깁의 선택이 이런 진리를 잘 보여준다. 깁은 동생 락시와 여자친구 레이니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사사건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락시는 얄미웠다. 레이니도 마찬가지였다. 자신과 늘 의견대립을 하다가 싸우곤 하는 레이니가 싫어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불행을 당하자 마음이 바뀐다. 그들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이 바란 것은 그들의 불행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이다. 차라리 자신이 그 불행을 당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을 하는 깁슨 피니. 깁이 시간을 불행한 사고 이전으로 되돌리기 위해 어너를 사용한 것은 사랑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기계들이 있다. 모두가 사람의 편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런 기계들이 제대로 쓰이면 인류의 발전은 상당히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기계들은 편리한 만큼의 불행도 초래한다. 그것은 모두 인간의 욕심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어너는 절대로 발명되어서는 안 된다는 쪽이다. 어떤 기계든 인간성을 외면하지 않고 사용되기만 한다면 어너의 발명도 환영받을 일이지만 말이다.

그보다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잘 쓰는 일이 가장 인간적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자신은 물론 주변의 불행을 최대한 막는 지름길임을 알아야겠다.